[업계 현미경] 김태오 회장 사법 리스크에 겹악재 겪는 DGB 금융…시중은행 전환‧ CEO 선임 '두 가지 과제'

[업계 현미경] 김태오 회장 사법 리스크에 겹악재 겪는 DGB 금융…시중은행 전환‧ CEO 선임 '두 가지 과제'

  • 기자명 박소연 기자
  • 입력 2023.12.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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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이 대구은행 불법계좌 개설 파문에 이어 김태오 회장의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지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같은 겹악재 속,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관심이 쏠린다. 지주 회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이나, 업계에선 시중은행 전환보다 내부 정돈이 먼저가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대구은행은 올해 9월 인가 신청서를 내고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올해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김태오 회장은 캄보디아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한 로비자금을 현지 브로커에게 교부한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 상업은행 전환에 있어 불법적 동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 금융당국의 판단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김 회장 사안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가 전환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DGB 금융 내부적으로도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기에 어려운 지점이 있다. DGB금융은 내년 1월 초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비공개)를 결정하고 2월 초 숏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군(롱 리스트)가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회장의 연령 제한으로 3연임도 불가한 상황. 이에 회장 승계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를 내기엔 어렵다는 진단이다.

사진제공 = 대구은행 
사진제공 = 대구은행 

 

'외국공무원 뇌물혐의'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에 검찰 징역 구형

검찰이 캄보디아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한 로비자금을 브로커에 교부한 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에 징역 4년에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이달 13일 검찰은 대구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김 회장의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김 회장 등은 2020년 4∼10월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미화 350만달러(41억원 상당)를 현지 브로커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로비자금 마련을 위해 특수은행이 매입하려고 했던 현지 부동산 매매대금을 부풀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 등이 여신 업무만 가능한 특수은행을 수신·외환·카드·전자금융 등 종합금융업무가 가능한 상업은행으로 인가 받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봤다.

또 검찰은 브로커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도 직접 뇌물을 공여한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 회장은 당시 대구은행장 겸 DGB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범행의 최종 책임자였으므로 가장 중한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변호인은 "(상업은행 인가 업무는) 국제상거래와 관련한 업무가 아닌 캄보디아 한 국가의 공적 업무였을 뿐"이라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은 함께 기소된 당시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상무)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82억원, 글로벌사업부장 B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82억원,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 특수은행(SB) 부행장 C씨에게 징역 2년에 벌금 82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 구형은 지난 2021년 12월 기소 이후 2년여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4명의 피고인들에게 "직무 윤리를 망각하고 자회사가 소재한 국가의 후진적인 문화에 따라 뇌물을 제공하면서 인허가를 받고자 해 대구와 우리나라의 신뢰도 및 국격을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획적으로 진행된 범행이었고 뇌물 용도 자금 또한 40억원에 이르며 전액 환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대구은행은 3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크고 복잡한 조직으로 의사결정 집행에 많은 직원이 개입하므로 위법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지법인을 위해 불법을 도모할 이유가 없다. 법적 쟁점을 면밀히 파악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 / DGB 금융 제공 
김태오 DGB금융 회장 / DGB 금융 제공 

 

 

불법계좌 개설 파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데 ‘적신호’가 켜지게 된 시작 지점은 ‘불법계좌 개설 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증권계좌 무단 개설 사태의 긴급 검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검사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고객 신청서 사본을 이용해 증권계좌 1천662건을 부당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사본을 하나 더 만들고, 이를 활용해 B증권사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등 방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출력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이나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고쳐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계좌 명의인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가 669건 발견됐다. 이들은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고객에게 출력본 활용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빙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변경,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 및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해당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자금 이체나 주식 매매 같은 실제 거래 내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것이 사고 배경이 됐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 KPI(핵심평가지표) 평가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은행 직원들이 KPI 실적 평가에 유리한 업무 행태를 취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은행에서 증권계자 개설 실적을 KPI, 개인 실적에 확대해 반영하기 시작한 때에 부당개설 된 계좌 수가 가장 많았다”며“개인의 일탈로 인한 금융사고가 아니라 이처럼 원인이 은행 내부에 있는 경우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조사결과, 실제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시점인 2022년 중 부당 개설된 계좌는 전체(1662건)의 90.5%를 차지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 과정에서 해당 사안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대구은행의 각종 비위 행위를 감안해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의 심사 요건을 보고 결정한다"면서 "금융사고 등 문제 등이 조금 고려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부통제가 잘 이뤄졌으면 금융사고 발생은 줄었을 것"이라며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제재 기준이 애매한 측면이 있어 현재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DGB대구은행 CI
DGB대구은행 CI

 

 

차기 회장 선임 방향성은?

김태오 회장이 검찰로부터 중형을 구형받으면서, DGB금융이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선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DGB금융은 내년 1월 초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비공개)를 결정하고 2월 초 숏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2월 말엔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고 회장 선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는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황병우 행장이 김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으나, 김 회장의 이번 사법리스크로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이런 와중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내부 인사가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면서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 원장은 지난 12일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범관행에 담겨 있는 핵심원칙은 하루 아침에 구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현 회장이나 행장 등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 형태로 (외부후보를 모아) 선임절차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DGB금융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8개 은행지주의 이사회 의장이 모두 참석한 이번 간담회는 이번 발표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은 이날 ▲사외이사 지원체계 구축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개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 ▲사외이사 평가체계 강화를 골자로 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현재 DGB금융은 이달 들어 후보군에 들어간 인사들의 평판조회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외부 후보군에 불리하지 않도록 원칙을 최대한 준수하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대구은행의 롱리스트 선정 일정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모범관행을 당장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금감원장의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던 만큼 대구은행이 절차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며“더욱이 황 은행장 임기 중 내부통제 사고가 발생했기 떄문에 외부 후보들에 대한 평판 조회가 더욱 면밀히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syeon0213@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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