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코스피 랠리에 뒤늦게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타이밍을 잘 못 맞춰 고민이 깊어졌다.
올해 6월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2600선이었던 코스피가 급상승하면서 4000선에 오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를 이어갔다.
이후 '오천피(코스피 5000)' 기대감이 커지자 이달들어 개인들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개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시점에 미국발 AI 거품 우려 등으로 지수가 3900선까지 밀리자 '빚투(빚내서 투자)'로 합류한 개인들이 곤란해졌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6~10월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던 시기에 매달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3100선에서 4000선까지 급등했던 9, 10월에도 각각 10조4858억원, 6조90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달 3일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자 개인들은 전날까지 9조74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초 15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는 이달 들어 26조원까지 급격히 늘었다.
배경에는 정치권의 증시 부양 논의의 본격화가 있었다. 뒤늦게 주식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했고, 기존 개미들은 주주 친화 입법 추진 움직임에 투심이 발동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7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1차 개정을 한 데 이어, 8월에는 소액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추가 부양책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당국 고위 인사의 발언이 논란을 더 키우는 일도 있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언급해, 정부가 개인들의 위험한 투자에 안일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증시 훈풍'이 이끌어낸 '투자 열풍'은 부메랑이 됐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금융투자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11월(11월은 1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신용공여 반대매매 누적금액은 약 4334억원에 달했다. 반대매매가 이뤄진 계좌는 7만6624개였다.
신용공여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주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증권사 등이 이를 헐값에 강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코스피가 급증하던 기간에도 매월 1만명 넘는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수백억 원대 ‘주식 강제 매각’을 당했다는 뜻이다.
11월의 경우 12일까지 신용공여 반대매매 금액은 약 523억원으로, 6~10월 월간 평균치(762억원)에 벌써 근접한 상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반대매매 총액은 1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
반대매매 피해는 ‘빚투 개미’들에게 몰려 있다.
신용공여 반대매매 중에서도, 주식을 새로 사기 위해 대출받았다가 주가 하락에 강제 매각당하는 경우(신용융자 반대매매)를 따로 집계해보니 6~11월 누적으로 3859억원에 달했다. 전체 반대매매의 90% 가까이가 ‘빚투 반대매매’였던 것이다.
윤한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코스피 훈풍’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수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로 눈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라며 “특히 4000선을 횡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강제 매각의 위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코스피의 인위적인 진작을 위해 ‘빚투’를 조장하는 듯한 무책임한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기업의 실적에 기초해 거품 없는 건강한 증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안은혜 기자 weme35@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