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 끝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지난주 정도에야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밝히면서 외교부의 늑장 대응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 장관은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언제 파악했느냐”고 묻자 “지난주 정도”라며 “(현지 상황을) 대사관에서도 모르고 한참 시간이 지나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외교부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국인 대학생 A(22)씨는 지난 8월 초 ‘고수익 일자리’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건너갔다가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돼 폭행과 고문을 당한 끝에 숨졌다. 그러나 외교부는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이달 10일에야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 사건은 최근 급증했다. 연간 10~20건 수준이던 한국인 대상 납치 신고는 지난해 220건,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최근에서야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방문을 자제하라’는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외교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시신이 현지에 방치돼 있다”며 “외교부가 국민의 생명 보호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도 “수백 명의 한국인이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돼 있는데 외교부는 대사도 없고 대응도 없다”고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올해만 4000억 원이 넘는 ODA(공적개발원조)를 캄보디아에 지원하고 있음에도 외교적 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외교의 기본 기능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종연 기자 jynews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