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철근 출하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고, 생산 원가는 오르며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된 탓이다. 설상가상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까지로 예정됐던 철근 출하 중단 기간을 30일까지 연장한다.
동국제강은 당초 지난 14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출하 중단을 결정했으나, 철근 가격이 오를 조짐을 보이지 않자 출하 중단 기간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현재 철근 가격이 바닥을 찍으면서, 철강사들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놓였다. 반면 철근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일부 업체들은 출하를 중단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철근 가격 하락은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가 주요인이다. 철근은 아파트, 상업시설, 토목공사 등 건설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핵심 자재지만, 최근 분양과 착공이 동반 부진을 겪으면서 수요가 급감한 상황이다.
특히 금리 인상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축, 미분양 증가 등으로 주요 건설사들이 사업 일정을 미루거나 보수적으로 전환하면서 철근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선 미착공 단지가 늘어나면서 철근 수요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한 점도 철강업계에겐 악몽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4일(현지시각), 자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한국은 2018년부터 미국 시장에 연간 263만 톤 규모의 철강을 무관세 쿼터로 수출해 왔지만, 올해 3월부터 이 쿼터가 폐지되면서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으로,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06%로 가장 컸으며, 그 뒤를 일본(11.45%)과 중국(9.95%)이 이었다.
이같은 수익성 악로, 철강업계는 출하 중단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다. 동국제강을 외에도 현대제철,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등 주요 철강사들이 잇따라 철근 출하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업계는 오는 30일까지 철근 가격이 반등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출하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체들은 출하 중단 기간 연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오는 7월과 8월 한 달간 인천지역 제강공장 2곳과 압연공장 2곳 등 모든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역시 포항 2공장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해당 공장의 일부 인력을 포항 1공장이나 충남 당진제철소로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