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그룹 상장폐지 전망에 소액주주 ‘피눈물’…오너는 회삿돈으로 호화생활?

[이슈분석]이그룹 상장폐지 전망에 소액주주 ‘피눈물’…오너는 회삿돈으로 호화생활?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3.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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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을 빼돌려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이른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김영준 이그룹 회장이 회삿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은 과거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계열사의 고문으로 허위 등재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의 차명 계좌를 사용해 수익을 은폐하는 등 수 차례 경제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다 나온 인물인 만큼,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또 회사가 갖고 있던 신주인수권을 차명 계좌를 이용해 터무니 없는 낮은 가격에 매수하는가 하면, 이그룹 계열사 등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물밑에서 계열사 경영 전반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각종 경제범죄 혐의로 지난해 이그룹 계열사들은 주식거래정지가 된 이후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거래소가 요구하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고의로 상장폐지를 유도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현 이그룹) 김영준 회장(왼쪽 두번째)과 김성규 총괄사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5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현 이그룹) 김영준 회장(왼쪽 두번째)과 김성규 총괄사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5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특급호텔에 고급주택까지…보석 석방 후 회삿돈으로 호화 생활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최근 <JT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보석으로 풀려난 뒤 특급 호텔 회원제 피트니스센터와 회삿돈으로 매입한 고급 주택가에 거주하며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해당 주택가의 시세는 한 채당 50억원에 달한다. 이 그룹은 과거 회삿돈으로 이 주택 두 채를 매입했고, 내부 공사비와 관리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김 회장의 개인 자산으로 매입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회삿돈으로 매입한 이 아파트에서 김 회장 가족은 무상으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JTBC> 측이 김 회장과 김 회장의 변호를 담당한 로펌 등에 질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10여 년간 급여 명목으로 11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저가에 매수한 이화전기공업 등 계열사 주식을 허위 공시 등의 방법으로 고가에 매각해 124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187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김 회장은 조세포탈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16ㄴ변에서 2017년 사이 증권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납부하지 않았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투자를 신고하지 않아 173억원 상당의 재산을 국외로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원 출신으로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해온 김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한때 김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기업만 수십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이다.

당시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김 회장은 대검찰청의 수사가 시작된 2001년 9월 잠적했다가 4개월여 만인 2002년 1월 체포됐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은 2년6개월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05년 출소한 뒤 모든 자산을 차명으로 돌리고 모습을 감췄다.

이후 2015년 김 회장의 이름이 언론 보도를 통해 다시 한 번 오르내렸다. 당시 이화전기공업 실소유주로 지목된 김 회장은 주가조작 등 혐의로 또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당시에도 김 회장은 3개월여 간 도피 끝에 체포됐고,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이처럼 1500억원 수준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인물인 만큼, 회삿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은 “횡령·배임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사금고처럼 곶감 빼먹듯이 하는 사태들이 많아지면 자본주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경영진 횡령·배임에 거래정지…소액주주 피해 우려

이처럼 김 회장 등 경영진의 비위로 지난해 5월 거래정지된 이그룹 계열사 3곳(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은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소액주주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5월 10일 이그룹(당시 이화그룹) 김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이그룹 계열사들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혐의 발생 금액을 낮춰 공시했다.

당시 이화전기 등 계열사는 회사 대표의 횡령 금액이 약 8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과 회사 측 해명 내용이 크게 달랐다.

이 때문에 주식 거래가 잠시 재개되기도 했으나 거래소는 제보를 토대로 이그룹 계열사들의 공시가 사실과 다른 점을 파악하고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이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거래 정지를 촉발시킨 김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계열사의 고문으로 허위 등재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의 차명 계좌를 사용해 수익을 은폐하는 등의 수법을 활용했다.

회사가 갖고 있던 신주인수권을 차명 계좌를 이용해 터무니 없는 낮은 가격에 매수하기도 했다. 또한, 김 회장은 이그룹 계열사 등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물밑에서 계열사 경영 전반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아이디와 코스닥 상장사 이화전기, 이트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상장기업이 상장폐기 위기에 처하면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을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그룹은 이사진을 교체하지 않는 등 거래소가 요구하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본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이그룹 계열사 심의의견서에는 “김영준 회장 개인적 이익을 위해 투자한 자산은 일부 회수 노력이 가능함에도, 회수 계획과 적절한 법적 조치 방안이 부재하다”고 기재돼 있다.

또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의사 없이 소극적인 대응에만 전념한다”며 “이사회 및 감사의 견제 감시 기능 유명무실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의 이 같은 평가가 지속될 경우 이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지만, 김 회장 측이 임명한 경영진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그룹 계열사들의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소액주주들은 수천억 원의 피해를 떠안게 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순환출자 방식으로 계열사 지배…상장폐지 유도 전망도

그러나 자신이 직접 보유한 주식이 한 주도 없는 김 회장은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를 유도해 지분을 매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그룹의 상장 계열사 3곳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이아이디는 이트론 지분 29.55%, 이트론은 이화전기 지분 18.1%, 이화전기는 이아이디 지분 18.51%를 보유하고 있다.

이그룹은 현재 수도권에 이른바 ‘알짜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규모가 큰 부동산만 보더라도 강남구 논현동 소재에 약 700억원, 청담동에는 460억원 규모의 부동산이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사 자산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상장 폐지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폐지를 시킨 뒤 정리매매 기간에 급락한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면 적은 비용으로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그룹 소액주주들은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그룹 주주연대는 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에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의 건’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이그룹 계열사의 이사회 가운데 사외이사를 한국거래소가 추천하는 인물로 구성하고, 현 사내이사 수(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쇄신안을 거래소에 제출할 개선계획서에 포함시켜달라는 요청이다.

이 밖에도 이그룹 주주연대는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공시위원회와 시장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집회를 벌였다.

김현 이그룹 주주연대 대표는 “(소액주주가) 정당하게 노력했고 앞으로 회사와 소통하고 감시자 겸 협력자로 역할을 할 테니 개선기간을 부여해달라는 집회”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그룹 최대 주주에 올라 기업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주식을 모아 직접 경영권을 확보해 그룹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에 모인 일반투자자의 이화전기 지분율은 23.73%, 이아이디 지분율은 20.62%, 이트론 지분율은 13.55%다. 이화전기와 이아이디의 경우 이미 최대 주주 지분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움직임인 만큼, 향후 소액주주들모임이 이그룹 모든 계열사의 최대 주주에 올라 그룹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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