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주가조작 의혹’ 일양약품, 자본시장법 개정 첫 타깃 후보에 ‘골머리’

[이슈체크] ‘주가조작 의혹’ 일양약품, 자본시장법 개정 첫 타깃 후보에 ‘골머리’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4.01.22 09:32
  • 수정 2024.01.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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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중견제약사 일양약품에 대한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최근 경찰이 본사를 압수수색에 들어감에 따라 약 3년간 미뤄온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의 주가조작 의혹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 임상 자료 발표를 했고, 이후 주가가 급등하자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한 바 있다. 그러나 임상 실패로 인해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은 중단됐고, 주가가 급락하자 경영진은 다시 주식을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70억 가량의 시세차익을 봤다.

이에 경찰은 일양약품이 시세차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을 전한 건 아닌지 등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일양약품이 이달 19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첫 적용을 받을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만약 시세 조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당이득에 대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일양약품은 입장문을 통해 치료 효과 왜곡 및 주가조작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해명자료를 내고 억울하다고 밝힌 만큼 오랜 시간 이어진 시세조종 혐의 의혹 관련에 대해 소명하고 비판 여론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 개정안 시행령 앞두고...3년 만에 압수수색 받는 일양약품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자양강장제 원비디 등으로 유명한 일양약품이 자사 제품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일양약품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일양약품이 자사의 코로나19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고 속여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고려대 의과대학에 의뢰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당사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가 코로나바이러스를 70% 감소시킨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해 주가를 띄웠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일양약품의 발표에 따라 당시 일양약품의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만원을 밑돌다가 4개월 만인 지난 2020년 7월 24일 10만6500원까지 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양약품이 슈펙트의 러시아 임상시험 진행 상황을 상세히 공유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3월 러시아 3상 임상에서 효과 입증을 실패하며 약물 재창출 포기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이 사이에서 일양약품의 주가가 올랐을 때 오너일가는 주식을 매도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이에 경찰은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무렵 일양약품 임원 등 대주주 일부가 보유 주식을 판매해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해 수사에 나섰다.

이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처분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 시행령을 개정해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경찰의 주가조작 혐의 수사 결과에 따라 시세조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 업계에서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첫 적용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위원회 개정안은 크게 3갈래로 나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도입 및 확대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이다.

주목할 점은 금융위가 경찰의 형사처벌을 넘어 3대 불공정거래 사범(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에게 과징금을 최대 2배까지 부과하기로 했고,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4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 경우 검찰총장으로부터 주가조작 등 과징금 부과 대상자에 대한 수사 및 처분 결과를 통보 받고도 금융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가중 처분이 가능해진다. 또 금융위가 먼저 검찰에 통보하고 합의를 통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과징금 제도 도입 및 부당이득 법제화를 통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해짐으로써 범죄자가 실제로 얻은 경제적 이득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양약품 '슈펙트'(사진=연합뉴스)
일양약품 '슈펙트'(사진=연합뉴스)

 

일양약품, 코로나19 치료제 주가조작 의혹

 

이번 경찰의 일양약품 주가조작 압수수색은 무려 3년에 육박하는 장기사건이다. 코로나19 치료제 효과를 왜곡 발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일양약품을 수사하는 사실은 지난 2022년 9월에서야 알려졌다.

일양약품 주가조작 의혹의 발단은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양약품 경영진은 주식 매각으로 이익을 봤다.

당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 제약업체들은 폭발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너도나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신약 관련 소식이 나올 때 마다 해당 제약업체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020년 초 업계에선 약물 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열풍이 불었다.

이 같은 주가 폭등은 여러 제약회사를 자극했다. 특히 시가총액 1조원 미만의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 변동이 도드라졌다. 중소형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대형 제약회사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기도 했다.

신풍제약이 대표적으로,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바꾼다는 발표에 지난 2020년 1월 3783원이었던 신풍제약의 시가 총액은 같은해 6월 1조6134억원으로 326% 이상 치솟았다. 아울러 같은 기간 부광약품은 9371억원에서 2조4055억원으로 시가 총액이 157% 급증했다.

이 당시 지난 2020년 6월 기준 종근당과 대웅제약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2138억원, 1조6916억원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일양양품도 신약개발 대열에 동참했고, 지난 2020년 3월 고려대학교 의대에 의뢰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자사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지난 2012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18호 국산 신약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슈펙트를 투여하면 48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조군 대비 70% 감소한다. 또 이 제품은 이미 시판중인 신약인 만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일양약품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당시 2만원 대였던 주가는 4개월여 만에 5배 이상인 10만원 대 이상으로 뛰었다. 시가총액 역시 4018억원에서 1조5154억원으로 277% 급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결국 중단됐다. 슈펙트 코로나 치료효과를 발표한지 1년여 만인 2021년 3월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코로나19 임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치솟았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

물론 대부분의 제약업체들이 미래성장과 경쟁령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을 추진하면서 성공으로 대박을 칠 수도 있고, 실패로 끝나 연구개발비를 허다하는 것도 업계에선 늘상 있는 일이다. 일양약품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까닭은 주가가 고점을 찍을 당시 일양약품 최대주주인 오너 2세 정도언 회장 일가가 보유주식 일부를 내다 팔아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지난 2021년 3월 임상 중단으로 주가가 폭락한 뒤에는 정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대표와 차남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일양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의 모친과 동생 등 일양약품 오너 일가 4명은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주가가 올랐을 당시 약 8만 6000주를 매도해 약 7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에 업계에선 임상 의지나 역량이 없는 일양약품이 주가 부양만을 위해 약물 재창출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이용했다는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일양약품이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자사에 유리한 결과만을 발췌해 보도내용을 왜곡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은 오너일가의 주식거래 사실과 맞물리면서 ‘주가조작’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2022년 양약품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연초부터 본격화된 상황이다.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가 2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2022.10.20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가 2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2022.10.20 (사진=연합뉴스)

 

경찰 압수수색 여파에...제약·바이오 업계, 촉각 

 

이와 관련, <본지>는 일양약품의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 대표 내선번호로 전화로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입장을 듣지 못했다.

다만 일양약품은 지난 2021년 5월 입장문을 발표해 이 같은 혐의를 경찰에 소명했다면서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입장문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주식 매도 역시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연구 결과를 다르게 보도한 사실이 없으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대량 매도 부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양약품 주가조작은 지난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당시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고, 신 의원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가를 올린 것으로 의심된다고 질의하자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 대표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1년 전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소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초기 치료제 효능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내는 제약사들의 행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대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자본이 없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위급한 상황에서 라이센싱 아웃을 위해 파트너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업계에선 경찰이 사실상 종료된 줄 알았던 일양약품 사건을 연초부터 다시 나선 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사건이 장기화로 이어지며 다른 제약사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 경찰이 일양약품 수사를 본격화한 이유는 코로나19 치료 후보 물질 슈펙트의 효능을 부풀려 발표했다는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며 현재 이뤄지는 경찰의 압수수색 조사로 인해 일양약품이 어떠한 결과를 맞을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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