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합의‧숙의 민주주의’ 복원 절실…‘올드보이’ 김무성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 경험치

22대 국회 ‘합의‧숙의 민주주의’ 복원 절실…‘올드보이’ 김무성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 경험치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1.16 16:43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지난 15일 부산시의회에서 제22대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지난 15일 부산시의회에서 제22대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부산 중‧영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5일 부산시의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김무성 전 대표는 “오랜 번민 끝에 이번 총선에서 부산 중‧영도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정치권이 비민주적으로 퇴보하고 있다. 타락한 정치와 국회를 바로잡아 합의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공적인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복원시켜야 한다고 한 합의‧숙의 민주주의란, 여야가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한 후 의견 일치를 통해 민생 현안을 해결하거나 법안을 처리하는 걸 의미한다.

김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올드보이 귀환’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상당하지만, 6선의 올드보이인 만큼 김 전 대표는 상대당과 함께 민생 현안을 해결하거나 중재를 통해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풍부하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으로 2013년 당시 최장기 철도파업 해결

2013년 12월 당시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은 역대 최장기로 치닫고 있었다. 당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측이 공사의 수익악화 등을 거론하며 수서발 KTX를 공사에 분할한 뒤 별도의 자회사를 세워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자,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는 이에 반대함과 동시에 임금인상 및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철도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인한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사망사고 발생 및 이용객들의 불편이 빗발치자, 당시 검찰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이에 민노총은 총력투쟁을 선언하는 등 파업 국면은 급격히 격렬해지고 있었다.

정부와 철도노조 간 극렬한 대립은 국회가 나서서 해결했다.

당시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 등은 수배를 받고 민주당사에 들어와 있었는데,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기춘 당 사무총장에게 “국회 국토위원회 위원이니, 박 사무총장이 철도 문제를 풀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한길 대표의 지시를 받은 박기춘 총장은 2010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기억을 떠올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게 “형님, 철도노조 파업 문제로 상의할 게 있습니다”라는 SOS를 쳤다.

당시 부산에 머물던 김 의원은 박 총장의 SOS 전화를 받고 즉각 KTX 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김 의원은 KTX 열차 화장실에서 박 총장과 전화통화를 수시로 하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풀 논의에 착수했고, 논의를 다 마친 뒤에는 여야가 함께 철도노조 측을 찾아 합의까지 이끌어 내면서 역대 최장기간 파업을 단숨에 철회시켰다.

여여가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 논의하고 철도노조의 합의까지 이끌어내는 데까지는 11시간이 걸렸다. 11시간 만에 역대 최장기 파업을 풀어낸 것이었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 다시 말해 합의‧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민생 현안을 해결한 대표적 사례이지 싶다.

2013년 12월 30일  '파업철회-소위구성' 합의 막후 협상의 주역인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가 끝난 후 함께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13년 12월 30일 '파업철회-소위구성' 합의 막후 협상의 주역인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가 끝난 후 함께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대 국회 막바지 ‘올드보이’의 중재로 과거사법 여야 합의 처리

20대 국회 막바지에는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의 중재로 여야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입법에 극적으로 합의한 사례도 있었다.

2020년 5월 5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 씨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처리를 촉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였다.

당시 과거사법은 2010년 활동이 끝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를 부활시켜 미해결로 남은 과거사를 국가 차원에서 정리하고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했는데, 여야는 법안 취지엔 공감했으나 진상규명 범위와 과거사위 규모 등에서 이견을 보여 입법이 진척되지 않았었다.

이에 당시 김무성 의원이 여야 간 중재에 나섰다. 의원회관에서 고공농성 중인 최승우 씨를 발견한 김 의원은 최 씨에게 즉석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 각서를 써줄 테니 내려와 달라”고 설득했다.

이후 김 의원은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과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심재철 원내대표 등을 차례로 접촉해 중재에 나섰고, 이로 인해 과거사법에 대한 여야 간 합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으며, 국회 본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2020년 5월 20일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 최승우씨가 국회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된 뒤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에게 큰절하고 있다.
2020년 5월 20일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 최승우씨가 국회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된 뒤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에게 큰절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합의‧숙의를 통해 민생 현안을 해결하거나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게 정치의 본질이자 책무일 텐데, 작금의 국회는 거대 야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회독재를 연출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이 연속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등 합의‧숙의 민주주의는 실종된 상태다.

새로운 인물들이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것도 혁신적인 관점에선 바람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21대 국회에서 실종된 합의‧숙의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 현안을 해결하거나 여야 간 중재를 통해 쟁점 법안을 처리한 경험이 축적돼 있는 ‘올드보이’의 귀환을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닌 듯싶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