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선임 두고 기업은행과 신경전…입장차 팽배해 주총서 표대결

KT&G, 사장 선임 두고 기업은행과 신경전…입장차 팽배해 주총서 표대결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3.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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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방경만 사장 후보 선임안 안건 상정
기업은행, KT&G 이사회 후보 추천 공정성 의구심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의뢰한 기업은행…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KT&G 신임 대표이사 사장 후보 선임을 앞두고 사측과 최대 주주인 IBK기업은행 측의 찬반 의견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기업은행은 KT&G 이사회가 추천한 방경만 후보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며 선임을 반대하고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사장 신임 부결 시 마땅한 대안이 없어 기업 가치와 주주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동시에 기업은행의 주장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KT&G 측의 사장 후보 선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해 대행업체에 의뢰했는데, 금융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자료를 제출한 날짜와 권유 개시일의 날짜가 일치하면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은행은 “자체적인 법률 검토 결과 단순한 영문 설명 자료를 게시한 것일 뿐 권유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비사이드코리아 측의 게시글은 즉각 삭제된 상황이다.

현재까지도 KT&G와 기업은행의 입장이 팽배한 가운데, KT&G의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해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최대주주 기업은행, KT&G 사장 후보 선임 반대…왜?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의 지분 7.11%를 보유한 최대 주주 IBK기업은행이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KT&G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기업은행은 전날(13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KT&G의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며 주주들에게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와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와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는 모두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다.

KT&G 주주총회 안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KT&G 주주총회 안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KT&G는 이달 28일 대전광역시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상정된 안건 ‘제3호: 이사 2명 선임의 건’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당초 사외이사 후보였던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사퇴하면서 기업은행 측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 선임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는 ‘집중투표제’로 진행된다. 집중투표제는 FCP가 KT&G 이사회 측에 제안한 방법으로, 주총 투표에서 선임되는 이사가 2명이라면 후보 3명 가운데 자유롭게 2표를 줄 수 있다.

투표 결과 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두 명이 이사로 선임되는데, 기업은행이 주주들을 설득해 손동환 후보와 임민규 후보에 표가 쏠리게 할 수도 있다. 방경만 후보가 선임되지 못할 경우 KT&G의 사장 자리는 공석이 되는 사태를 맞이한다.

기업은행 측은 KT&G가 추천한 방경만 후보의 반대 이유에 대해 “방 후보가 수석부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결의 등으로 미뤄 현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3사업연도 KT&G 감사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3사업연도 KT&G 감사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실제 방경만 후보가 지난 2022년 수석부사장으로 부임한 뒤 KT&G의 영업이익은 하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T&G의 영업이익은 1조1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KT&G의 2021년 영업이익은 1조3384억원이다.

임민규 후보에 대해서는 “KT&G 사외이사 후보가 현 이사회 의장으로서 여러 의혹과 관련한 시장의 지적에 충분한 해명 없이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된 것은 사외이사의 권력화이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부연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기업은행,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관치 논란’ 재조명

이처럼 KT&G 차기 사장 후보 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IBK기업은행이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에도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개입한 데 이어 이번 주총에서도 이사회 추천 후보 선임을 반대하면서 과거 ‘관치 논란’이 재조명 됐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방경만 후보 선임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위해 지난 금융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공시했다. 이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대행업체인 ‘비사이드코리아’에 자료를 올리고 방경만 후보 선임안 반대 권유를 시작했다.

비사이드코리아의 KT&G 게시판에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해달라는 내용의 자료가 게시돼 있었다. 시작일은 12일로 기재돼 있어 참고 서류를 제출한 일자와 같았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52조, 153조에 따르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개시일은 의결권 권유자가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한 날로부터 2영업일이 경과한 이후부터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이달 15일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간을 지키지 않아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의결권 권유자가 이 같은 법 조항을 위반할 경우 금융위원회는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정지 또는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비사이드코리아 측은 게시글을 즉각 삭제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언론에 “법률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기 위해 게시물을 삭제한 상황”이라며 “자체적인 법률 검토 결과 단순한 영문 설명 자료를 올린 것일 뿐 ‘권유’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기업은행은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에 이어 과거 관치 논란도 재조명 받았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에도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사외이사 후보 2인을 추천한 바 있다. 당시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중립 의결권을 행사하며 기권했고,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를 얻은 사측의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됐다.

이에 기업은행의 경영개입 시도는 무산됐으나, 관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KT&G 사장 선임 반대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 선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했는데, 이후 관련 정황이 담긴 기획재정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은행이 KT&G 이사회에서 추천한 사장 후보를 반대한 것이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은행의 주주제안대로 주총에서 방경만 후보의 선임안이 부결될 경우, KT&G는 최소 수 개월 간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사장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KT&G 이사회는 사장 후보 추천 작업을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는 만큼, 최소 3개월 이상의 경영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T&G의 핵심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결국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KT&G, 기업은행 주주제안에 반박…“사실과 달라, 경영공백 우려”

이처럼 기업은행이 주주제안에 나서자 KT&G는 사장 선임이 부결될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으며, 기업은행의 주장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T&G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방경만 후보와 임민규 후보 선임을 반대해달라고 제안한 기업은행의 입장에 대해 “주주제안자 주장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KT&G는 “방경만 후보의 경영 성과에 대한 기업은행의 비판에 대해 “2021년 방 후보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회사 연결영업이익은 일회성 영향을 제외하면 4% 성장했다”며 “3개 핵심성장사업은 2021~2023년 18.9% 성장했고, 해외권련 등 2023년 글로벌 담배사업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55.6%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방경만 후보가 사내이사로 올라선 뒤 2021년 이후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했다는 기업은행 측의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KT&G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1.8% 하락한 반면, KT&G 주가는 13.4% 상승했다고도 부연했다.

KT&G는 기업은행이 제기한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에 대해서 “회사 내규의 기준에 따라 해외출장을 실시하며 1인당 연평균 출장비용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약 680만원”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주요 내용은 2012, 2014년 등 과거 사례”라고 했다.

아울러 “글로벌 판매 비중이 약 60%에 달하고 전세계 140여개국에서 KT&G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최고상설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글로벌 사업 환경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의 후보 추천 방식에 대해서도 “경영진의 참여 또는 영향력 행사 여지가 전혀 없어 사외이사 후보와 사장 후보자의 상호 선임이라는 기업은행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장후보 추천 절차,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는 완전히 개별적으로 분리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가 보유한 특정법(공정거래, 담합 등) 전문성이 회사의 사업 특성과 관련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손 후보는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현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다.

끝으로 “유일한 대표이사 사장 후보인 방경만 후보에 대해서는 대안 제시도 없는 상태에서 부결시 심각한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며 “기업가치 훼손 및 IBK를 포함한 주주 이익의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주 여러분들의 찬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배한 가운데, KT&G의 차기 사장 선임과 관련해 오는 28일로 예정된 주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기업은행은 이달 초 KT&G의 주총을 앞두고 주주명부 열람을 청구했지만, KT&G 측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T&G는 “기업은행이 목적과 기한을 밝히지 않고 주주명부 열람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주주명부에 이름과 주소 등 개인 정보가 담겨 있고,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청구 목적이 정당하지 않으면 열람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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