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 대명사 라면’ 옛말...라면업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

‘불황형 소비 대명사 라면’ 옛말...라면업계,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관리’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4.02.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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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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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이유정 기자] 지난해 라면 3사의 매출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고물가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불황형 소비의 대명사인 라면까지 지갑을 닫고 있어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국내 라면사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수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4173억원, 영엉이익 229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치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104.1% 상승했다.

삼양식품도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한 덕분에 작년 매출(잠정 실적)이 1조192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2.4% 늘어난 1468억원이다.

오뚜기의 경우 작년 매출(3조5023억원)과 영업이익(2638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10%, 42.1%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라면업체의 실적 호조에는 해외에서 라면이 인기를 끌어 수출이 증가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국내 라면 3사의 해외 매출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3사의 최근 4년간 수출 규모는 2배로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약 9억5243만달러(약 1조2600억원)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라면 수출은 지난 2015년부터 9년 연속 증가세다.

국내 라면 업체들이 해외에서도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점을 고려하면 K라면 판매액은 공식 수출액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등 인기가 뜨거운 삼양식품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삼양식품이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1~9월) 전체 매출의 68%였다.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짧은 유행에 그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불닭 아이덴티티를 내세워 국가별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현지 제품을 꾸준히 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엔 미국에서 월마트와 코스트코 입점까지 마쳤다.

실례로 지난 2014년 수출 초기부터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제품) 인증을 획득해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농심 또한 지난해 해외 판매액이 7100억원으로, 58.7%에 달하며 전체 매출의 약 44%가 해외에서 나왔다.

대표적 주력 상품인 신라면의 2023년 국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성장한 1조21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특히 해외법인과 수출을 통해 거둔 매출이 7100억원으로 전체의 약 60%에 달했다 .또 신라면은 지난 2021년부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른 상태다.

일찍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던 농심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농심은 미국 라면 시장을 25% 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엔 미국 월마트 약 4000개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4년 미국에 첫 해외 법인을 세운 이후 일본(2002년), 호주(2014년), 베트남(2018년), 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을 세워 공급망을 늘렸다.

오뚜기는 해외사업 비중이 10%가 채 되지 않지만, 올해 함영준 회장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최근 미국 법인 산하에 직접 생산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실적 호조에도...마냥 웃읏 수 없는 처지, 왜?

 

그러나 라면업체들은 역대급 실적 달성을 해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처지에 놓였다. 고물가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됐음에도 불황 때 소비가 증가하는 라면 매출이 떨어진 상태여서 내수 매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점 기준 라면 총 매출액은 2조1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지난  2021년 2조1721억원, 2022년 2조3326억원을 기달성한 성장세가 꺾인 셈이다.

식품 업계에선 라면은 소주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국민 불황형 식품으로 꼽히지만, 몇 년간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불황형 식품인 라면까지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해 정부가 라면업체들에게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일부 가격 제품을 내리기도 했으나, 이는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6월 이들 대다수가 주력 상품을 제외한 제품들의 가격을 내렸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제외한 12종 가격을 평균 4.7% 내렸고, 오뚜기는 진라면을 뺀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하락, 농심은 신라면 소매가격을 50원 내린 바 있다.

더군다나 공략 강화에 속도를 냈던 미국 등 해외 주력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해외 성장에 대한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농심은 기대를 모았던 해외 법인 매출 성장률이 다소 부진하자,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미국 법인의 매출이 감소했고, 중국 매출 대형 부진이 지속되며 지난해 11월 48만원까지 급증했던 주가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는 38만원대로 급락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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