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미경] '홍콩 ELS 사태' 금감원 검사 업권 첫 타자 한국투자증권이 직면한 문제들

[업계 현미경] '홍콩 ELS 사태' 금감원 검사 업권 첫 타자 한국투자증권이 직면한 문제들

  • 기자명 박소연 기자
  • 입력 2024.01.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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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는 기쁨도 잠시, 은행‧증권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홍콩의 H지수와 연계한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에서 본격적인 검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주요 판매사에 대해 현장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사와 증권사의 판매 규모만 비교했을 때 각 15조, 3조 원대로 차이가 큰 편이지만, 증권사의 경우는 은행과 달리 설계 및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확정된 손실이 48~5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6월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는 2640개로 발행금액은 총 10조9232억원이다. 이중 3분의 1은 녹인(knock-in)에 진입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증권업권 중 최다 판매사다. 한투증이 지난 2021년 1월~6월 동안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발행한 규모는 총 1조5857억(은행 판매 분 포함) 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언급했듯 ‘자기책임 원칙 하에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는 게 자본시장의 기본원칙’ 이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 준수’ 측면에서 한투증이 규정을 잘 준수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선 증권업계 검사 첫 타자로 한투증이 지목된 것은 관리체계상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나 민원조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어서 판매사의 판매 원칙 준수 여부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금융당국 검사

최근 금융당국은 이달 8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순차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첫 타자는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으로, 각 사 모두 업권별 최대 판매사다. 특히 이들 회사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민원 조사도 동시에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진행한 현장·서면조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금감원이 집중적으로 보는 것은 판매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 법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판매 한도 등의 전반적 관리 실태 또한 포함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상품들은 지난 2021년 초에 판매된 것인데, 당시 홍콩 증시가 위기를 맞았던 것을 고려하면 고위험 ELS 상품 판매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그럼에도 주요 판매사들이 판매한도를 늘린 것에 대해 심층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은 정보를 수집 및 검토할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투자 상품을 선택하고 이에 따르는 이익 또는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판매사 또한 법 규정에 따라 상품을 판매할 때, 특히 고위험·고난도 상품의 경우 판매원칙을 제대로 지켜야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ELS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 일부는 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선, 증권사들이 책임 소재 측면에서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걸릴 것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대면으로 판매된 비중이 80%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 판매라고 하더라도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매 한도 관리 지점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는 들여다 봐야 할 문제다.

판매사들은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따라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녹취하고, 가입 의사를 추가 확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팔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국내 금융권의 H지수 ELS의 판매잔액은 19조3천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선 3조4천억원을 팔았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된 ELS 상품의 발행금액은 은행 판매분을 포함하고 1조 5천억 원대다.

손실이 문제다. 금융권 최대 판매액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8일 3년 만기가 된 87억원어치 상품의 손실률이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원금 87억원 중에서 44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이번 달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들이 원금 대비 손실률이 5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NH투자·하나·KB 등 증권사들이 판 상품에서도 원금 대비 손실률이 48~50%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CI / 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투자증권 CI / 한국투자증권 제공 

 

 

 또 다른 문제들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돌려막기' 관련 제재 절차가 이르면 이달 중 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 (이하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한 결과 고객 손실보전, 사후 이익제공 등 다수의 위법사항을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9개 증권사에는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하나증권·KB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유안타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이 속한다.

검사 결과 9개사(운용역 30여명) 모두에서 손실보전 행위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사항 유형은 고객 손실보전, 사후 이익제공 등 다수다. 금감원은 위와 같은 행위에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혐의 내용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다.

 

 

거래 예시 / 금감원 제공 
거래 예시 / 금감원 제공 

 

검사 대상이 된 증권사들 모두에서 문제의 소지가 발견된 만큼 제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된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1대 1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주로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어음(CP) 등 편입자산 매도가 어려워지자 환매가 중단 또는 지연됐고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손실을 회사의 고유자산으로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랩·신탁 운용 시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일부 운용역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가중되면서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리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총 18조6천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 잔액 규모를 보면 KB증권(2조5천102억원), 메리츠증권(2조243억원)이 2조원대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1조6천443억원), 삼성증권(1조4천325억원), NH투자증권(1조2천798억원)이 1조원을 상회했다.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 우려 때문에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게 돼 건전성 관리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대형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것으로 진단된다.

지난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7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은 총 7천4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분기(5천86억원)보다는 45.8% 늘어난 수준이지만, 1조를 넘어섰던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1조1천812억원)보다는 37.2% 줄어든 규모다.

한국금융지주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천720억원으로 집계돼 직전 분기보다 20% 가까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로, 주력 계열사인 증권의 수익 비중이 절반 이상에서 80%까지 차지한다.

다른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 이익 감소치는 삼성증권 1천557억 원 메리츠증권(1천250억 원) 등이다.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PF 등 국내외 부동산 문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태영건설 사태의 여파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관련 증권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1조1천억원이고 익스포저를 보유한 곳이 대부분 대형사여서 자본 대비 2% 미만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이 부실 PF에 대해 시장원칙에 따른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점,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체투자 자산 재평가도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작년 4분기 실적에 관련 충당금을 인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증권주마저 비틀대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5거래일 동안 6만1천300원(지난해 폐장일 종가)에서 5만4천100원으로 11.7% 하락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 증권사는 단기적으로 보유 대출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충당금 설정으로 이익이 훼손되고, 중장기적으로도 부동산 사업장 PF 주관 수수료 감소로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 중심으로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syeon0213@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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