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NOW] 생보업계의 뜨거운 감자 ‘단기납 종신보험’...환급률 130%는 惠일까, 害일까

[보험NOW] 생보업계의 뜨거운 감자 ‘단기납 종신보험’...환급률 130%는 惠일까, 害일까

  • 기자명 신한나 기자
  • 입력 2024.02.2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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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이 생보업계에 단기납 종신보험의 5·7년(10년납 미만) 만기 해지 환급률이 100%를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이 단기 환급률을 강조하면서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금 납입종료 직후 해지가 급증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하며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생명보험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일제히 ‘꼼수’를 부리며 영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당국에 의해 10년납 미만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에 제한을 받자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한 마음이 된 것처럼 보험의 만기를 10년으로 변경하고, 해지 환급률을 120%까지 높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보험사는 최대 135%의 환급률을 제시하며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 과열의 신호탄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보험에 가입하는 동시에 만기 시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들며 소비자에게 결코 해(害)가 되는 보험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현재의 단기납 종신보험은 소비자들을 불완전판매의 피해자로 이끌 수 있으며, 보험사들 또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영업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이번 주 <보험NOW>에서는 생명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이슈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논란의 중심, 단기납 종신보험...대체 무슨 보험이길래?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신한나 기자] 일반적인 종신보험의 경우 10~30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가입자 사망 시 보험 수익자에게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그간 종신보험은 가정에서 가장이 사망할 경우 남겨진 가족에게 가장의 소득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이 가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장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과 가정 내 뚜렷한 경제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인기가 서서히 식어갔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20~30년에 이르는 기존 종신보험의 만기를 10년 이내로 축소한 상품이다. 납입 기간이 짧기 때문에 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해지환급금이 낸 보험료의 100%를 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보험인데도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현재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유지 시점 환급률을 120%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는 122%, 교보생명은 121% 등이다. 지금은 판매를 중단한 삼성생명과 KDB생명은 판매 중단 직전 각각 123.9%, 126%의 환급률을 선보이기도 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단기납 종신보험은 유리하다. 지난해 초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아래에서는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을 많이 팔수록 보험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초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또는 7년 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간 보험계약을 유지할 경우 납입한 보험금보다 30% 이상 해지환급금을 더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즉 납부한 보험료의 130%를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인 것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을 두고 해지 환급률 경쟁이 벌어지자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10년 미만 단기납 종신보험의 만기 해지 환급률이 10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보험사들은 같은 해 12월 단기납 종신보험의 만기를 10년으로 일제히 변경하고 해지 환급률을 최대 135%까지 높여가며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이 이 같은 꼼수를 보이자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일부 생명보험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단행했다. 점검을 통해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보험사의 건전성을 살피고, 업계 내 경쟁 과열을 잠식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돌입하자 주요 생보사들은 환급률을 조정하거나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 금융감독원 (사진제공=연합뉴스)
▲ 금융감독원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나친 환급률이 몰고 올 害 : 불완전판매와 건전성 우려

앞서 제시했듯 본래의 종신보험은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목적인 보장성 보험이다.

보장성보험은 사망이나 재해, 각종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중도 해지할 경우 원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짧기 때문에 납입기간 동안에는 환급률이 낮게 설계돼 있다. 만일 피보험자의 개인적인 사유가 발생해 납입기간 내에 해지한다면 납입한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단기납 종신보험은 매달 내는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보장성보험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할 경우 손해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을 보장성보험이 아닌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있다고 문제를 삼았다.

뿐만 아니라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쟁 과열이 계속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상품의 경우 적당히 해지 수요가 있어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낮아지면서 건전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중도 해지를 할 때 손해가 크고, 환급률이 높기 때문에 만기 이후 해지가 일시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예상보다 해지 수요가 적을 경우 만기에 보험금의 130%에 달하는 금액을 수익자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아울러 높은 환급률과 보장금을 자랑했던 생보사들의 경쟁 과열이 다른 형태로 재현될 수도 있다. 벌써 단기납 구조를 앞세운 변형 상품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봤기 때문에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출시해 영업을 이어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종신보험의 본래 목적은 사망보장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당국과 보험사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생보사의 ‘꼼수 영업’은?

▲ 사진제공=KDB생명
▲ 사진제공=KDB생명

KDB생명의 경우 이달 1일 ‘무심사 우리모두 버팀목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심사’라는 것이다. 고객의 병력과 나이 등을 따지지 않고 보험에 가입시켜준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종신보험 이치에 맞지 않는 조건이었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해당 상품을 두고 ‘보험계약 건수만을 늘리기 위해 집중한 상품’이라고 비난에 나섰다.

실제로 심사를 하지 않고 종신보험에 가입시켜 줄 경우, 보험계약 건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고위험 집단의 가입률이 높아져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단기납 종신보험 제재 취지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단기적 실적에 치중한 불합리한 상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해당 상품은 출시 며칠 만에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 사진제공=삼성생명
▲ 사진제공=삼성생명

삼성생명도 지난 13일 환급률 123.9%인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6일 환급률을 120.5%에서 123.9%로 3.4%p(포인트) 올려 출시한지 일주일 만에 판매 중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KDB생명과 삼성생명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를 중단한 것을 두고 ‘떴다 방식의 영업’이라고 비난했다. 즉, 이들 보험사가 절판 마케팅 효과를 노렸으며 다분히 ‘의도된 판매중단’이라는 것이다.

절판 마케팅은 판매 종료가 임박한 상품이라고 이야기 하며 빨리 가입하지 않으면 곧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업계의 일부 보험사들은 설계사나 상담사가 직접 내달이 되면 현재 보장을 받을 수 없다며 가입을 종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축’이 아닌데도 돈을 모을 수 있는 비과세 통장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상품을 판매한 적이 없었다’며 가입 막차를 타야 한다고 가입을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 설계사 혹은 보험 상담사가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가입을 종용했다면 모두 ‘불완전판매’에 속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극적인 순간에 즉각적인 재정 안정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보험사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실적을 올리고, 성과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험사들은 진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보험이 무엇인지, 어떤 보험을 팔아야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 공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경영전략을 세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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