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판매장려금 늘렸다 줄였다”…이통3사, 담합 혐의에 공정위 제재 여부 ‘촉각’

[이슈분석]“판매장려금 늘렸다 줄였다”…이통3사, 담합 혐의에 공정위 제재 여부 ‘촉각’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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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장려금 규제에 공정위-방통위 갈등…“규제영역 침범”
통신3사, 시장운영반 통해 실시간 실적 공유?
통신 설비 임차료도 담합…공정위, 이통 3사에 과징금 200억 부과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판매장려금 담합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과징금 수위 등에 대한 통신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이통 3사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정한 판매장려금 기준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이통3사가 시장상황반을 운영하면서 영업실적을 공유한 것을 문제삼고 있어 부처간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통 3사가 30분 단위로 번호이동 추이를 집계하고 이 정보를 공유해 판매장려금을 실시간으로 확대·축소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점유율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정적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사별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통신사별 경쟁이 치열할수록 마케팅에 투입되는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을 자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판매장려금 규제에 공정위-방통위 갈등…“규제영역 침범”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최근 이통 3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에 관한 규제 권한을 두고 공정위와 방통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공정위가 이통사 보조금 담합 조사를 장기간 지속하자 방통위는 “규제영역 침범”이라고 반발에 나선 것이다.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관련 논의까지 진행되면서 공정위의 조사가 현행법상 이중 규제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두 기관이 정책 혼선을 빚으면서 기업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방통위 관계자를 만나 판매장려금 담합 조사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동통신 판매 장려금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통 3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관련 매출과 법 위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 1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이통 3사가 공정위의 조사를 받게 된 배경에는 판매장려금 담합이 있다. 판매장려금은 이통사가 휴대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대리점과 소매점 등 유통점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유통점은 휴대폰을 판매하고 받은 장려금으로 인건비와 월세, 전기료 등을 충당하고 나머지 중 일부를 가입자에게 추가 지원금으로 지급한다. 현행법 상 유통점은 통신사와 제조사로부터 받은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를 고객에게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영업정보를 공유해 휴대전화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고 보고 지난해 2월부터 이통 3사의 판매장려금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방통위가 판매장려금이 불법 지원금 등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최대 30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규제 중이라는 점이다. 경쟁 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의 상한을 결정한 것이다.

가격 제한은 시장에서는 정당하고 명분 있는 조치지만, 공정위 입장에선 담합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즉, 두 규제 기관이 개입해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했다는 것.

실제로 공정위는 이통3사가 판매장려금 액수를 담합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전원회의에 안건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는 제재 절차에 착수하기 직전 단계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판매장려금 담합 사건과 관련해 연내 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방통위의 반대로 조사가 다소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통사의 판매장려금 기준선 준수는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지만, 공정위가 1년째 조사를 이어가는 데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소관부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단통법 집행에 따른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각 사별로 영업정보를 공유해 기업 수익성을 제고한 행위는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규정을 준수해왔음에도 공정위로부터 담합 여부를 조사받으면서 통신사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통신3사, 시장운영반 통해 실시간 실적 공유?

공정위는 시장상황반 운영을 통해 영업실적을 공유한 점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이통 3사는 30분 단위로 번호이동 추이를 집계하고 이 정보를 공유해 판매장려금을 실시간으로 확대·축소한 결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BS>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시장상황반을 운영하면서 판매장려금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왔다. 시장상황반의 설립 목적은 판매장려금 실태 감독이지만, 사실상 번호이동 관련 정보공유 창구로 활용됐다고 한다.

번호이동은 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적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사별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는 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별 경쟁이 치열할수록 마케팅에 투입되는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이익은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상황반에선 가입자를 많이 빼앗긴 대리점에 판매 장려금을 높이고, 가입자를 다수 유치한 통신사의 판매 장려금을 낮추는 등의 방식도 성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통신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7조원 대 마케팅비용을 유지하면서 예년과 비슷한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KBS>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방통위가 제시했다는 판매장려금 30만원 가이드라인은 유통구조를 변형했다”며 “이통 3사는 공동으로 상황반을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번호이동 현황을 공유하면서 순증이 발생한 사업자는 판매장려금을 축소해 경쟁 촉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담합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통 3사는 일부 판매점만을 대상으로 한 스팟성 정책으로 ‘성지’를 양산해 이용자 차별을 조장해왔다”며 “결국 벌점제도는 3사가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통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입장문을 통해 “상황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의 위법을 예방하고 이용자 차별을 방지할 목적으로 KAIT와 통신3사에 지시해 2014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운영했다”며 “통신3사는 주무부처인 방통위 관리감독 아래 단통법을 준수하고자 상황반을 운영했고, 장려금 수준 등에 합의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벌점제 또한 시장경쟁을 제한하려는 용도가 아닌 단통법 준수를 위해 방통위 지시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유통망의 과다장려금, 불법지원금 및 이용자 차별 현황 등을 KAIT가 모니터링해 통신사별로 수치화한 것”이라며 “점수가 높을 경우 방통위의 시정경고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는데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설비 임차료도 담합…공정위, 이통 3사에 과징금 200억 부과

이통 3사는 수년 째 담합해 아파트 등 중계기 설치 장소의 임대료를 내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지난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들 3사의 담합으로 1년에 600만원이 넘는 관리비 부담이 생긴 아파트 단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공정위는 통신설비 설치 장소 임차료를 담합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200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파트와 건물 옥상 일부를 빌려 중계기와 기지국 등을 설치해 온 3사는 4세대 이동통신 (4G) 상용화로 통신설비 설치가 늘어나 임차 비용이 급증하자 임차료 담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1년 이통사 간의 4G 망 설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임대인의 임차료 인상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2013년 3월 이들 기업은 임차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인에 제시하는 가격을 동일하게 하기로 합의했고, 2019년 6월까지 이어왔다.

통신사가 지급한 임차료는 단지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활용돼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기존 통신설비 설치장소 가운데 임차료가 높아 공동 대응이 필요한 곳을 선정했고, 계약 갱신시 임대인에게 제시할 임차료 금액과 인하 폭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담합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임대인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 회사가 먼저 정해진 가격을 제시하면 나머지 통신사들도 순차적으로 그 가격을 제시하는 식으로 했다. 그 결과, 평균 임차료가 2014년 558만원에서 2019년 464만원으로 94만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신규아파트 단지 등에 신규 설비를 설치할 때도 지역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임대인과의 협상 시 같은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연 평균 임대료가 2014년 202만원에서 2019년 162만원까지 줄었다.

이에 공정위는 이통 3사와 SK ONS에 향후 금지 명령과 과징금 199억7600만원을 부과했다. KT 86억원, LG유플러스 58억원, SK ONS 41억원, SK텔레콤 14억원 등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간의 구매 담합이 아파트 입주민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적발 사레”라며 “최종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성담합에 해당한다”고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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