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NOW] 보험권의 ‘메기’ 꿈꿨지만 한계 봉착한 디지털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이야기

[보험NOW] 보험권의 ‘메기’ 꿈꿨지만 한계 봉착한 디지털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이야기

  • 기자명 신한나 기자
  • 입력 2024.01.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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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라이프플래닛,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디지털 보험사들이 출범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디지털보험사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비대면으로만 보험 영업을 하는 보험사를 말한다.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을 통해 모집하고 있다.

보험 상품의 경우 은행·증권 상품과는 달리 상품 구조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험 산업은 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영업하고 가입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디지털보험사의 경우 보험설계사나 텔레마케팅(TM)의 도움 없이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디지털로 비교·분석하고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 이 점에서 가입자를 모으기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했고 수익 창출도 쉽지 않아졌다.

이번 주 [보험NOW]가 다룰 기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뒤 2022년까지 약 10년간 적자를 이어왔다. 최근 외부인사를 신임대표로 선임하며 새 출발을 예고했지만 아직 업계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타파해야 할 한계점과 새로 선임된 김영석 신임대표의 앞으로 행보에 대해 예측해보고자 한다.

▲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CI
▲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CI

출범 후 10년간 적자 이어온 교보라이프플래닛...모회사 교보생명 허리 휜다

[더퍼블릭=신한나 기자] 교보라이픞플래닛은 교보생명이 일본의 온라인 전문 생명보험사인 라이프생명과 합작해 지난 2013년 설립한 국내 첫 디지털 생명보험사다. 야심차게 출범했을 당시와는 달리 설립 첫 해 50억원의 적자를 낸 후 10년 간 해마다 1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고 있어 모회사인 교보생명에게 아픈 손가락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적자가 계속되자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교보생명은 계속해서 자금 수혈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유상증자를 통해서만 모두 다섯 번의 자금을 지원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11월 380억원 ▲2015년 11월 240억원 ▲2016년 12월 150억원 ▲2019년 1월 350억원 ▲2020년 5월 1000억원 등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또한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3월 교보라이프플래닛 설립 당시부터 함께한 2대주주 일본의 라이프넷생명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교보생명은 이 회사 보유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데 81억원을 들이기도 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게 적자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당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디지털보험사의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또한 비대면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덩달아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보험업에서 비대면 영업 확대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고, 소비자들은 비대면 보험가입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교보라이프플래닛을 포함한 디지털보험사의 성장은 지지부진한 채 코로나19가 막을 내렸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가진 치명적인 한계 ‘영업’

 교보라이프플래닛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한계는 ‘영업’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디지털보험사는 총보험계약건수·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우편·온라인을 통해 모집해야 하는 만큼 ‘미니보험’ 중심의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미니보험은 비대면 방식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소액단기보험상품을 말한다. 다른 상품 대비 단순한 위험 보장과 짧은 보험기간, 1만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소액보험료가 특징이다. 문제는 이 미니보험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수익두조는 장기보장성보험을 팔아 거둬들이는 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을 판매해 매출을 일으켜야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는데, 미니보험 위주의 디지털보험사는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교보라이프플래닛이 디지털 ‘생명보험사’라는 점도 큰 한계로 다가온다. 생명보험 상품은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더 복잡하고 보험료도 비싸 고객들의 대면 채널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대면 채널 선호도가 유독 높은 생명보험을 다루는 보험사사인데다가 디지털 보험사로 판매채널에 한계가 있다. 아울러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보험사를 경쟁자를 두고 영업을 해야 하며, 미니보험 등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보험상품은 어렵고 친숙하지 않아 대면 가입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상품을 출시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이다.

다른 디지털보험사, 어떻게 한계 극복하고 있을까?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앞서 나열한 내용들은 비단 교보라이프플래닛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디지털보험사들은 비대면 채널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먼저 신한EZ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은 건강보험, 암보험과 같은 장기보험 판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첫 장기보장성 상품인 ‘운전자보험 신한이지’를 출시했다. 상품 뿐만 아니라 올해 인력 채용에도 나서면서 수익성이 유리한 장기보험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신한EZ는 이달 장기보험 계약관리 담당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정규직 채용 공고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공고에 따르면 담당업무는 ▲장기보험 신계약 프로세스 개발 및 시스템 운영 ▲신계약, 제도개선 등 상품정보 반영 ▲보험료 및 해지환급금 계산 및 시스템 운영 ▲착오계약, 소급계약, 미납·과오납 등 입출금 관리 등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보험 언더라이팅(UW) 기획·운영 담당자 경력직도 채용 모집한다고 밝혔다.

하나손해보험은 미니보험을 축소하고 건강보험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나손보는 ‘건강하면 더 좋은 하나의 보험’을, 올해는 ‘하나 가득 담은 3.5.5 간편건강보험’을 장기보험 상품으로 출시한 바 있다.

특히 하나손보가 선임한 배성완 신임 대표이사는 올해 초 취임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으로 전환하고 영업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외’를 키워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보험사도 있다. 바로 캐롯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다.

먼저 캐롯손해보험은 2024년 경영 전략으로 신사업 진출을 통한 수익 창출 기반 강화 등을 설정한 바 있다. 특히 캐롯손보의 ‘퍼마일자동차보험’을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주행거리와 관계없이 연납으로 보험료를 결제하는 기존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주행한 만큼만 매월 후불로 결제하는 상품이다. 출시 이후 3년 만에 누적 가입 100만 건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출범 이후 수익 부진을 겪고 있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해외여행보험 상품을 출시해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해외여행보험 상품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3주차에 3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약 5개월 만의 성과다.

외부인사 신임대표로 선임하며 돌파구 찾는 교보라이프플래닛

▲ 김영석 신임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이사 (사진제공=교보라이프플래닛)
▲ 김영석 신임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이사 (사진제공=교보라이프플래닛)

지난해 12월 1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하고 ‘디지털 금융 전문가’라고 불리는 김영석 전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25년 12월까지다.

김 신임 대표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 고객관계관리(CRM) 본부 디렉터, EY한영 아시아 태평양 PI 리더·한국 디지털 리더를 역임했으며 카카오뱅크 설립 과정에서 경영 자문을 수행했다.

특히 AIA생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며 생명보험 분야의 디지털 경영 혁신을 주도했고,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 전략기획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최근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신성장 전략을 실행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초대 대표로 선임돼 9년간 이끈 이학상 대표와 그의 바통을 이어 받은 강태윤 대표 모두 모회사인 교보생명 출신인 반면 김 신임대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출범한 이후 첫 외부 출신 CEO다. 업계는 이를 두고 “10년간 이어온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 기업이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한다.

김 신임 대표는 선임 이후 “국내 최초 디지털 보험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최고 수준의 보장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적 가치’를 실현함은 물론,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필요한 보험을 합리적 가격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고객의 보장 격차를 해소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기여할 계획”이라며 “투명성과 협력, 그리고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구성원들이 회사의 성장 여정에 진심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신임 대표의 포부에는 앞으로의 사업 방향성은 담기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타 디지털보험사의 행보와 같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경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김 신임 대표는 선임 이후 대상포진, 감상선 기능저하, 통풍 등 현대인 생활 질환을 집중 보장하는 상품을 첫 보험상품으로 선보였다.

바이오 기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인 생활 건강에 특화된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김 대표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고 해당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다만, 모든 대상포진 백신은 50대 이상만 권고하고 있어, 20대~40대는 여전히 대상포진 감염 위협에 놓여 있다”고 보험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이번에 출시한 보험 또한 ‘미니보험’으로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적지만 다양한 분야의 회사에서 많은 경험을 한 외부인사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신임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권부터 바이오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김영석 신임 대표는 혁신이 필요한 디지털보험사에 어울리는 인재”라며 “김 신임 대표가 임기기간 동안 교보라이프플래닛이 10년 간 이어온 적자를 타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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