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에쓰오일 온산공장 불시점검 나선 환경부...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 정조준

[이슈체크] 에쓰오일 온산공장 불시점검 나선 환경부...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 정조준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3.11.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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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환경유역청이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과 관련, 에쓰오일(S-oil)의 온산공장을 불시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1차 현장점검 조사를 마친 가운데, 지속적으로 철저한 점검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의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은 지난달 임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나온 처음 불거졌다. 작성자는 에쓰오일 온산공장이 오랜 기간 무단으로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해 왔으며, 이를 시정해 달라는 내부 직원들의 요구도 묵살해왔다고 주장했다.

해당 이슈는 국회에서도 다뤄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업계의 환경 불감증이 심각하다고 판단, 관련부처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만약 이번 조사를 통해 유해화학물질 유출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에쓰오일은 ESG 경영 위상에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쓰오일은 한국 ESG기준원으로부터 종합평가등급과 사회지표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에쓰오일, 유해화학물질 무단 배출 논란...환경청 조만간 불시점검 예고

[사진=에쓰오일]
[사진=에쓰오일]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낙동강환경유역청이 이달 15일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1차 현장점검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조사는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환경청의 점검이 진행된 당시엔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낙동강환경유역청은 추가 현장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낙동강환경유역청은 에스오일 관계자 면담에서 클레이 필러 교체 시기에 악취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클레이 필터는 등유에 녹은 계면활성제, 금속화합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낙동강환경유역청의 이번 조사는 ‘뒤늦은 뒷북 점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의혹은 지난달에 불거졌는데, 낙동강환경유역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료 요청을 하자 그제서야 현장점검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 측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원실의 관련 자료 요청으로 현장점검은 나간 것은 아니며, 의원실 문의 시 이미 현장점검이 진행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하지 못했던 점이 있는지 불시의 점검을 통해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 의원은 “클레이 필터 공정은 밀폐 공정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악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에쓰오일 온산공장이 통합허가심사 과정에서 악취 부분이 누락됐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현대오일뱅크 폐수 무단배출 사태와 같이 정유업계의 국민 안전과 환경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며 “정유업계의 도덕적 해이는 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 유해화학물질 배출 논란 전면 부인...“환경법규 준수한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CEO(사진=연합뉴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CEO(사진=연합뉴스)

 

유해화학물질 유출 의혹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해당 커뮤니티는 인증이 필수적인 곳으로, 임직원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난달 16일 해당 커뮤니티 에쓰오일 채널에는 ‘정유 2팀 대기로 적당히 배출시키세요’ 라며 ‘안전회의하는데 조정실하고 현장에 냄새나서 죽겠다. 외부기관에 신고하면 감당하실 수 있겠는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공장에서 발생하는 기름과 악취로 직원이 십 여년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동안 지속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에선 직원들을 상근시키며 ‘퐁퐁작업’만 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해당 부서 업무자로 보이는 A씨도 댓글을 통해 “꾸준히 시설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변화는 없고 부서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차라리 이슈화를 시켜달라 우리도 이 짓거리 안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다른 직원들은 ‘일단 익명으로 신고하고 봅시다. 공갈포만 날려 봐야 회사는 눈도 깜빡 안 한다’, ‘정유 2팀 밤만 되면 배출한다 진짜’, ‘신고하고 조업 정지먹고 시설개선합시다’, ‘오래된 일인데 이제야 글이 올라왔다’ 등 사측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다만 S-OIL 측은 해당 내용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측은 유해화학물질 배출 의혹을 전면부인하며 “블라인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회사는 환경법규를 모두 준수하고 있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 AOC가 63.4%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며, 한국의 정유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아랍인인 회사다. 특히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사회 산하의 ESG위원회와 임원으로 이뤄진 ESG추진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올해 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한국 ESG기준원으로부터 종합평가등급뿐만 아니라 사회지표에 A+등급을 받았다.

만약 유해화학물질을 고의로 배출 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공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끊이지 않는 ‘정유업계’ 유해화학물질 불법 배출 논란...전사적 노력 필요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유해화학물질 불법 배출 문제는 비단 에쓰오일 뿐 아니라 정유업계 전반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엔 HD현대오일뱅크 대표가 지난 8월 인근 자회사 공장으로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수백만t을 불법 배출한 혐의 등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의원은 주 대표에게 기업 윤리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공장 간 폐수 재활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환경부엔 현대오일뱅크를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현대오일뱅크가 수년간 페놀 폐수 수백만 t을 수년간 배출했는데도 이를 모니터링 하지 못한 서산시와 충남도의 책임도 지적했다. 특히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는 페놀과 유증기 유출 등 각종 사고와 환경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터라 논란은 거세진 상황이다.

이처럼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개발된 화학물질은 때로는 삶을 해치는 치명 유해물질이 되곤 한다. 편리함과 쾌적함 등을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이 개발되거나 사용돼 왔고, 지금도 수많은 화학물질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인체에 해를 가하는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은 산업현장에서 수차례 발생돼 왔으며, 그때마다 기업들의 유해화학물질 관리 및 배출저감 노력이 논란됐다. 이에 국내 화학기업들과 정부는 유해화학물질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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