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문재인’에 근접한 이낙연…‘성골’이 될 수 있을까?

‘포스트 문재인’에 근접한 이낙연…‘성골’이 될 수 있을까?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5.08 18:2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권가도 탄력 붙은 李의 독주…文心과 PK 친문 변수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5일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오는 10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도 만3년이 된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보면, 이시기쯤이면 서서히 ‘레임덕(lame duck-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 현상)’에 대한 조짐이 감지되어야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대를 기록하고 있고, 이번 4·15 총선에서 그야말로 대승리를 거둠에 따라 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한 상당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문재인 정권에 있어 임기 후반 레임덕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이른바 ‘빅3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보수우파 진영에선 차기 대선을 통해 설욕을 벼르고 있지만, 2022년 3월 9일 예정된 차기 대선 때까지 지금처럼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해 나간다면 보수우파의 정권교체 염원은 요원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수우파에는 손꼽히는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4·15 총선에서 살아 돌아온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의 경우 비호감 이미지가 강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광진을 선거에서 정치 신인에 불과한 고민정 당선인에 뼈아픈 일격을 당했으며,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전통 보수층으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대참패에 대한 책임은 물론 서울 종로구 선거에서까지 낙선하면서 회생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차기 대선을 논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의도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포스트 문재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정점에는 단연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현재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이낙연 전 총리가 과연 포스트 문재인으로 낙점될 수 있을지에 대해 짚어봤다.

 

임기 2년 남은 文‥미래권력 ‘태동’
유가족과 설전‥사과 ‘진정성’ 의문

오는 10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도 만 3년이 되는데,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코로나19 사태 해결 방안 제시 및 남은 임기 2년 동안 주요 국정과제 수행과 관련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한지도 만 3년이 됐는데도 국정수행 지지율이 임기 초기와 비슷한 60%대, 어느 여론조사에선 70%를 상회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창궐한 코로나19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고, 집권당과 그 위성정당이 21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뒷받침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문 대통령은 레임덕 없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해 보임은 물론 명예로운 퇴진이 점쳐진다.

문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까지는 딱 2년이 남았다. 길 다면 긴 시간이겠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통상적으로 대선 3개월 전부터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여기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다보면 체감상 더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여의도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포스트 문재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하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대권주자들의 경우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 도토리 키 재기인 ‘군웅할거’의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반면, 여권에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일방질주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는 이낙연 전 총리가 선두를 질주하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그 뒤를 추격하는 그림이었으나,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세운 이 전 총리는 퇴임 직후 당으로 복귀해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었고, ‘종로대전’에서는 황 전 대표를 압도하면서 본격적인 ‘이낙연 독주’가 시작됐다.

여기에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까지 꿰찰 경우 중앙당은 물론 각 시도당 조직 장악력까지 더해지게 돼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물론 당권·대권 분리 규정 탓에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내년 3월이면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함에 따라 이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지는 여부는 불투명하다. 


▲ 4·15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처음으로 4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달 28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0∼24일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2천55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한 결과 이 위원장에 대한 선호도는 40.2%로 지난달보다 10.5%포인트 올랐다.


까칠했던 이낙연…장제원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

이처럼 ‘포스트 문재인’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지만 최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조문 당시 유가족과 설전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오후 4시께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찾아 조문을 한 후 유가족 30여명이 모인 대기실을 찾았다.

유족들은 ‘의원님이시니까 이번 기회에 법을 바꿔야 한다’, ‘고위공직자 분들이 대안을 갖고 오지 않는다’, ‘이럴 거면 왜 왔느냐’, ‘사람 모아놓고 뭐하는 거냐’ 등 이 전 총리를 향해 대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전 총리는 ‘제가 국회의원 아니다’, ‘저의 위치가 이렇다’,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일반 조문객이다’, ‘제가 (유가족들을)모은 게 아니지 않느냐’, ‘가겠다’ 등 다소 까칠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과 이 전 총리가 설전을 벌인 소식이 전해지자,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총리는 너무너무 맞는 말을 너무너무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했다”면서도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을까”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직전 총리이자, 4선 국회의원, 전직 전남도지사,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고 했다.

이어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을 본다.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 꼬집었다.


▲ 미래통합다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기름장어‥교묘히 빠져나갈 궁리만?
호남 대통령 VS PK 친문 데릴사위

급한 불은 껐지만…이낙연의 사과가 씁쓸한 이유

부친·모친의 묘를 농지에 불법 조성한 의혹 및 족발 사진 도용 논란 등에 한 템포 빠르게 사과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 해왔던 이낙연 전 총리는 이번에도 발 빠른 사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과를 하면서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아프도록 이해한다”며 “유가족의 마음에 저의 얕은 생각이 다다를 수 없었던 건 자명한 일이다.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건 저의 수양 부족,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자신을 비판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는 “장 의원 등의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 좋은 충고를 해주신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다만, 이 전 총리의 이 같은 사과에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날 이 전 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 전 총리가 측근으로 추정되는 인사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해당 문자에는 “총리님께서 다시 (화재 참사 분향소를)찾아간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가시게 되면 ‘잘못을 시인하시게 되는 것’이며, 둘째는 야당에 공세에 밀려서 가는 모양이고, 셋째는 이미 입장문을 발표하셨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시 방문 시 유족들에 격한 반응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여론이)더 악화될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측근이 보낸 문자를 역으로 해석해보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기도 하거니와 장제원 의원 등 야당의 충고를 아프게 받아들이기보단 공세 정도로 치부하고 있으며, 이미 입장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다시 분향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유가족을 다시 방문할 거냐는 질문에 “나중에 생각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 도중 전날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분향소 방문과 유가족과의 대화 등에 대한 대응책 관련 문자를 보고 있다.


“기름장어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이 전 총리에 대해 ‘기름장어’에 빗대기도 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미래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내놨던 논평을 그대로 옮겨본다”며 “기름장어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하고 있다.(2016년 12월 26일 기동민 원내 대변인)”고 비꼬았다.

이어 “제2의 기름장어라는 세간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국정은 총체적 난국이지만, 대통령 코스프레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권 놀음은 그만두고 민생과 국정 혼란을 수습하는 데에 전념하길 바란다.(2017년 2월 13일 기동민 원내 대변인)”고 덧붙였다.

이는 집권당이 과거 야당 시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판했던 논평을 인용해 이 전 총리를 지적한 것이다.

즉, 이 전 총리가 반기문 전 총장의 별명인 기름장어처럼 교묘히 빠져나갈 궁리만하고 하고 있다는 것.


▲ 2019년 10월 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만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DJ의 전략적 선택 盧…文의 전략적 선택 李?

이낙연 전 총리의 이천 화재참사 조문 논란과 관련해,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광주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아무리 강력한 권력이 있다고 해도 민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민심은 40% 넘게 이 전 총리가 앞서지만 아직 대통령 선거는 22개월 정도 남아 있어 어떤 풍파가 올지 모른다”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과거에 고건 전 총리, 이회창 전 총리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됐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지난 2017년 5월 31일 국무총리에 취임 한 이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서 원활한 소통을 통해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고, 그래서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총리 퇴임 직후에는 당으로 복귀해 총선 압승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미리 보는 대선으로 지목된 종로대전에서도 라이벌을 넉다운 시켰다. 일부 민생당 후보들은 총선 과정에서 ‘이낙연 마케팅’을 펼칠 만큼,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는 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쯤 되면 대선레이스 종착점까지 크고 작은 풍파는 있겠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호남 대통령 탄생을 기대해봄직하다.

단, 이 전 총리가 대권에 오르려면 PK(부산·경남) 친문과의 관계설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록 지금은 이 전 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곤 하지만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문심(文心)’이 변심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PK 친문이 이 전 총리를 옹립할지도 미지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3월 20일자 페이스북 글에서 “이낙연은 PK 친문의 ‘데릴사위’, ‘성골’ 조국의 낙마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육두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PK 친문이 성골도 아닌 육두품에 불과한 이 전 총리를 대권주자로 옹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이 전 총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부활할 때까지 또는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의원 등 PK 인사가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시점까지 그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다만, 윤석열 검찰의 칼날이나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성골이 부활하지 못한다거나 새롭게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PK 인사가 신통치 않다면 문심(文心)과 PK 친문도 이 전 총리를 전략적 대안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남 표만으로는 햇볕정책 계승과 정권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나머지 전략적으로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점찍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