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미경] '보다 중요한 역할론'…SC제일은행, 해외 본사 고배당으로 '국부 유출' 논란 점화

[업계 현미경] '보다 중요한 역할론'…SC제일은행, 해외 본사 고배당으로 '국부 유출' 논란 점화

  • 기자명 박소연 기자
  • 입력 2024.03.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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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C제일은행이 정기 이사회를 통해 결산 배당을 의결한 가운데, 지난해 있었던 중간 배당에 이어 실적 대비 배당 성향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배당금이 사실상 전액 본사로 보내진다는 점에서 '국부 유출' 논란은 반복돼왔다.

여기에 더해, 은행이 국내에서 영업하면서도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SC제일은행보다 자신 및 순익 규모가 적은 지방은행보다도 사회공헌비 지출 비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대출 공급’ 측면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인데,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인터넷전문은행 보다도 공급액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사실 배당이라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주주와 나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또 은행 측도 배당과 관련해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SC제일은행의 경우 국내에서 영업을 하면서도 사회공헌도는 낮고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이 전부 해외본사로 보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역할론’에 대한 지적은 불가피하다.

또한 외국계 은행들 본사가 해외에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방안 마련과 관련해, 국내 주요 금융 기관 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도 적극 참여할 것을 독려한 바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인터넷 및 외국계 은행도, 국민들의 상대로 ‘이자장사’를 하고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만큼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실적 기반 배당, 들여다보니

SC제일은행은 지난 15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SC제일은행은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2천억원의 중간배당을 한 바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잠정)이 전년보다 10.1% 줄어든 3천50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약 71.31% 규모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20년 490억원, 2021년 800억원, 2022년 1천60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10% 넘게 줄었는데도, 배당금은 약 1.5배로 확대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의 배당금은 지분 구조상 전액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Standard Chartered NEA Limited)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배당률이 통상 30%에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모두 배당 성향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회계 결산 결과, 자본효율성 향상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며, 충분한 손실 흡수력과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순익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난 15일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이자 이익 증가에도 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면서 3천506억원의 순이익(잠정)을 냈다고 전해왔다. 이는 전년(3천901억원) 대비 395억원(10.1%) 축소한 규모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천712억원으로 전년(4천896억원)보다 184억원(3.8%) 감소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고르게 늘었지만, 비용과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하면서 이익 성장을 상쇄했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이자이익은 1조2천933억원으로, 2022년(1조2천287억원)보다 5.26% 증가했고, 자산은 감소했지만 고금리 기조 속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는 대출채권이 줄고, 외화파생상품 자산도 감소하면서 전년 말(98조3천918억원)보다 12.9% 줄어든 85조7천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에 지난해 NIM은 1.51%로 2022년 1.36%보다 0.15%포인트(p) 개선됐다.

비이자이익은 3천86억원으로 전년(2천487억원)보다 24.09% 증가했다. 이는 ▲시장 대기성 자금 이동에 따른 자산관리(WM) 부문 회복 ▲외환 취급 수수료와 기업 대출 관련 수수료 증가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은 1천570억원으로 전년보다 310억원 증가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의한 잠재 위험 요인을 미래 경기 전망 조정에 반영한 데다 기업 대출 충당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선제적 추가 적립 충당금이 늘었다는 게 SC제일은행 측 설명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9%로 1년 전보다 0.20%p 상승했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과 가계 고정이하여신이 확대된 영향이다. 대손충당금적립은 225.43%로, 전년보다 110.54%p 하락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실적 하락에 비해 배당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2022년 보다 지난해가 순익이 10% 이상 줄었는데 배당은 1.5배 가량 늘렸기 때문”이라며“씨티은행도 같은 맥락에서 지적이 나오는데, 외국계 회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타 시중은행의 금융지주 배당률과 비교하면 배당 성향이 상당히 높다”고 꼬집었다.

 

사진제공 = SC제일은행

 

사회공헌비, 필수는 아니라지만…인터넷은행보다 인색했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SC제일은행의 사회공헌비 지출은 약 107억원이었다. 2022년 순이익(4천625억원) 대비 비중은 2.32%다.

단순히 금액만 놓고 보면, SC제일은행보다 자산·순익 규모가 모두 작은 광주은행(320억원), 대구은행(300억원), 경남은행(243억원), 전북은행(192억원)보다도 지출액이 적었다.

뿐만 아니라 서민 대출 공급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는데, SC제일은행의 사회책임 금융(새희망홀씨, 햇살론15, 햇살론유스, 햇살론뱅크) 공급액은 4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853억원)의 절반 수준에 미친다.

 

박종족  SC제일은행장 / 사진제공 =  SC제일은행

 

은행의 역할

앞서 코로나 19사태가 심각했던 지난 2020년, SC제일은행은 소상공인에 7%대 금리를 적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소상공인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8∼2019년 SC제일은행의 배당 규모가 7천670억원에 달하는데 소상공인에게 금리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나왔다”며“국내에서, 또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이 이자장사를 하면서 본사에 고배당하고 사회공헌도는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좋은 소비자 여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특성상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시선에서 자유롭다고 해서 자성의 시간까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계 은행들의 ‘해외 본사 고배당’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만은 없다. 다만 국민이 맡긴 돈이 회사에 필요한 자금이 되고,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그 사회적 책임 또한 막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은행 홈페이지 CEO 인사말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경제적 포용과 사회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함을 밝힌 바 있다. 이 문구처럼 올해에는 SC제일은행이 전보다는 적극적으로 상생금융에 나서고, 소비자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중추로서의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하기를 기대해본다.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syeon0213@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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