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중처법 유예 걷어찬 민주당…800만 종사자 설 밥상머리 민심은?

[설 특집]중처법 유예 걷어찬 민주당…800만 종사자 설 밥상머리 민심은?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2.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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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이번 설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 마지막 명절이다. 그래서 설 밥상머리를 장식할 화두에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설 밥상머리에는 4‧10 총선과 관련해 ▶KBS와의 신념대담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대표에 대한 평가 ▶여야가 발표한 여러 총선 공약 ▶134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및 지방 대도시권 광역급행철도(x-TX) 정책 ▶윤석열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이재명 대표가 장고 끝에 내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여야 정당의 공천 등 여러 화두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야당의 거부로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된 게 큰 걱정거리 중 하나일 텐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8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이에 대한 적잖은 논쟁이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더퍼블릭>이 중처법 유예가 무산된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 2년 유예가 중요한 이유

지난 2월 1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 힘이 없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을까.

지난해 12월 3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이다.

해당 법은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했으며, 법률 공포 후 이듬해(2022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당시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처법을 적용될 예정이었는데, 해당 사업장들은 중처법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호소했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음식점과 빵집 등 정부가 파악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 7000곳, 종사자 수는 800만명 정도인데, 만약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처벌을 받을 경우 폐업이 속출하게 되고, 이로 인한 근로자들의 일자리 상실 등 고용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불 보듯 뻔함)’했기 때문에 여당 지도부와 정부, 대통령실은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에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처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9월에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 사과 ▶종합대책 마련 ▶관련 단체 이행 약속 등 조건 모두 수용한 정부여당…윤석열 대통령도 유예 호소

고용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당정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 ▶2년 유예에 따른 예산 및 종합대책 ▶관련 단체 이행 약속 등을 개정안 처리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7일 1조 5000억원 규모의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관계부처·공공기관 및 협·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해 50인 미만 사업장 83만 7000개 전체에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기로 했고, 안전보건관리역량 확충을 위해 컨설팅 및 교육·기술지도 지원 확대, 외국인인력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신설·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교육과정 운영, 산업안전 전공학과 추가 신설, 안전관리자 자격인정 요건 완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전문 인력을 2만명 양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업장의 노후·위험공정 개선 및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비용 등 작업환경 안전개선 지원에도 나서며, 원청 대기업이 하청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상생협력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도 적극 부여,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보건 제품·서비스 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안전보건산업 육성대책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

중처법 적용 준비 부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도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년간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들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지원에 전력을 다해왔지만 내년 1월 27일 50인 미만 기업에 중처법을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금번 대책을 통해 50인 미만 기업에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조속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도 중처법 2년 유예 후에는 중처법 시행에 반대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개정안 처리 호소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아직도 민생현장에는 애타게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이 많이 잠자고 있다”며 “당장 27일부터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 정부가 취약 분야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단체도 마지막 유예 요청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묵묵부답”이라며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의 어려움에 한 번만 더 귀 기울여달라”며 “가뜩이나 우리 영세기업들이 고금리·고물가로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짐을 지우게 돼 중소기업이 더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와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처벌은 우리 헌법 원칙상 분명한 책임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여당과 경제단체들은 민주당이 요구한 조건들을 모두 수용했고, 윤 대통령까지 자서 개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민주당은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산업안전보건청을 가져오면 협상을 하겠다”면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신설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
지난해 12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

산안청 신설 조건도 수용했는데, 걷어 차버린 민주당…“민노총과 한노총 표 때문에 민생 내던져”

산안청을 신설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지난 2020년 7월 산안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고,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도 2021년 3월 산안청 설립을 내용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즉,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방송3법, 노란봉투법 처리 때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산안청 설립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민주당이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적용 2년 유예를 담은 개정안 처리 조건으로 산안청 신설을 조건으로 내세운 건, 결국 개정안 처리를 하지 않기 위한 핑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는데, 의구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하고, 산안청도 2년 뒤에 개청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제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1월 31일)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산안청을 2년 뒤에 만들고 중처법 확대 적용도 2년 유예하는 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며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 유예 개정안을)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조건을 수용할 때마다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개정안 처리를 뭉갰던 민주당은 결국 정부여당이 전격적으로 수용한 산안청 설립도 걷어찼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유예 불가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홍익표 원내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정부여당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산안청 설립 중재안도 걷어차자, 국민의힘은 즉시 국회 본청에서 중처법 유예 촉구 규탄대회를 열었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생명줄과 같은 중처법 유예를 위해 그동안 민주당의 모든 요구를 수용했고, 최종 조건으로 내건 산안청 설치까지도 전향적으로 수용는데, 민주당은 우리 협상안을 걷어찼다”고 개탄했다.

윤 원내대표는 “온갖 조건을 내걸며 유예를 해 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83만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들 그리고 800만 근로자의 삶의 현장을 인질 삼아 희망고문을 해오는 등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1순위는 국민도, 소상공인도, 중소기업도 그리고 800만 근로자도 아니었다. 민주당의 1순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기득권 양대 노총일 뿐이다. 선거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에 민생을 내던졌다. 오로지 표만 생각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질타할 건 질타하더라도 민생 위해 협조할 건 협조하는 게 제1야당 역할

민주당의 개정안 처리 거부로 지난달 27일부터 근로자 5인 이상인 동네 빵집과 식당, 미용실, 마트 등이 중처법 적용 대상이 돼버렸다. 만약 5인 이상 동네 마트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고용주는 처벌을 받게 되고 마트는 문을 닫을 상황에 놓인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 폐업 속출은 물론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져 고용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런다. 유예 기간 동안에 준비 안하고 뭐하고 있었느냐고. 그런데 동네 빵집이나 마트가 중처법에 대응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야당으로서 준비가 부족했던 정부여당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래서 야당의 요구대로 정부가 준비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닌가. 그러면 50인 미만 사업장 83만 7000곳,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 800만명을 위해서라도 중처법 적용 2년 유예에 합의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민생 아닌가.

질타할 건 질타하더라도 민생을 위해선, 국민을 위해선 정부여당에 협조해줄 건 협조하는 게 제1야당의 역할이 아닌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800만명의 근로자들은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민생을 내팽개친 민주당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 사뭇 궁금하다.

윤재옥의 사과 그리고 “민주당 행태 총선서 심판하지 않으면 국민 기만 정치 계속될 것”

설 명절 직전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민생 법안을 걷어찬 민주당에 여론은 여전히 호의적으로 집계됐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7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5%, 국민의힘은 31%를 기록했다.

4‧10 총선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32%, ‘민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36%로 조사됐고, ‘만일 내일이 선거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는가’란 질문에는 민주당 42%, 국민의힘 32%를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4%p, 응답률은 9.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문화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로 실시해 지난 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38%, 34%를 기록했다.

‘민주당 승리’와 ‘국민의힘 승리’를 전망한 응답자는 각각 35%, 24%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승리를 예측한 응답자가 국민의힘 승리를 예측한 응답자보다 11%포인트 높게 나온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됐고, 표본 크기는 1005명, 응답률은 12.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유예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중소기업계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오늘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83만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다시 논의돼 처리되길 간곡히 호소했다.

다만, 민생 법안을 걷어차도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탓에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걷어찬 직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처법 유예 촉구 규탄대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민 여러분, 힘이 없어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 오늘(1일) 민주당의 비정함과 국민 기만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민주당의 행태를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지 않으신다면 민주당은 민생을 인질로 삼아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를 계속할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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