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공모주 ‘거품’ 논란...크래프톤 비교 기업은 월트 디즈니?

IPO 공모주 ‘거품’ 논란...크래프톤 비교 기업은 월트 디즈니?

  • 기자명 이현정
  • 입력 2021.07.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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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올 하반기 역대급 공모주 시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크래프톤이 접수한 증권신고서가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더 불거지고 있다. 상장할 기업의 가치를 너무 높여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지난달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주요 사항에 대한 근거를 조금 더 기재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의하면 크래프톤은 자사의 기업가치(평가 시가총액)를 35조736억원으로 잡고 이를 바탕으로 공모 희망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정했다. 크래프톤이 제시한 기업가치는 기존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시가총액(18조20억원)의 2배 수준이며 2010년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생명(4조8881억원)을 뛰어넘는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다. 크래프톤이 잡은 공모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크래프톤은 4조6000억원~5조6000원을 공모를 통해 확보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이 “(크래프톤의)공모 희망가가 높은지 또는 낮은지는 우리가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공모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상장 후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모가 인하를 요구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금감원이 정정신고서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기업가치 선정 때 비교 대상으로 월트 디즈니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가 배틀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거나 캐릭터 사업 등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컨텐츠 사업이 디즈니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디즈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8.8배에 이르러 크래프톤과 비교해 희망 공모가를 산정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크래프톤의 IP 사업성과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인 디즈니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외에도 크래프톤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 등 글로벌 게임사와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회사 7곳 등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들 가운데 순수하게 게임회사를 대상으로 PER 평균 값을 구하면 37.9배, 기업가치는 29원 정도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달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도 기업가치를 22조 961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 기준 시총을 15조7000억~18조5000억으로 잡아 적절한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카뱅이 정한 기업가치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시총(23조2020억원)과 비슷하고 공모가 시총은 국내 3위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13조8261억원)을 앞서는 수준이다. 다만 증권업계는 카카오뱅크의 공모 희망가는 시장의 예상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앞서 공모주 열풍의 시작이었던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후 3일 동안은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현재 주가(12만3000원)는 상장 첫날 종가(12만7000원)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현재 주가(5만7800원)는 사장 첫날 종가(6만2400원)보다 낮고 올해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현재 주가 15만8500원으로 상장 첫날 주가(16만9000원)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퍼블릭 / 이현정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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