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미약품그룹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그룹 후계자로 장녀 지목

법원, 한미약품그룹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그룹 후계자로 장녀 지목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3.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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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법원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한미약품 오너일가 장남과 차남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사측은 “글로벌 빅파마 도약의 길이 열렸다”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두 아들에 대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심정”이라며 장녀인 임주현 사장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후계자로 공식 지목했다.

26일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약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 등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구조 개선 및 장기적 R&D 투자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제휴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송영숙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해 온 바 있다면 그 내용과 과정을 볼 때 이사회의 경영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방어의 부수적인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이 사건이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미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분쟁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분쟁은 한미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 발표가 나오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송 회장 모녀의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울러 법령과 정관에 위반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법상 경영 위임 등에 해당하는 행위로 주총 특별결의가 있어야함에도 이를 우회한 위법이 있고, 특별이해관계자인 송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주도해 이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가처분의 쟁점은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에 따라 이뤄졌는지 여부였다. 자금 조달 및 경영 효율성 등을 이유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무효로 볼 수 없지만,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가 신주 발행의 목적이라면 이는 무효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 신주발행을 포함한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을 체결한 동기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송영숙 등의 보유주식 다량 매각이 이뤄질 경우 주가, 회사의 안정적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사건 패키지딜이 오로지 송영숙 등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고 다른 주주에게 불이익의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송 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나올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회와 결단’ 입장문을 통해 장녀인 임주현 사장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후계자로 공식 지목했다.

 


아래는 송 회장의 ‘소회와 결단’ 전문이다.

 

2020년 8월 남편 임성기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50년 전 남편과 함께 다짐했던 ‘제약강국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해 왔다.

그가 떠난 뒤 남겨진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은 우리 가족의 숨통을 죄어 왔지만, 가족 누구도 아버지의 유산을 매각해야 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가족 중 아들 둘의 입장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나와 장녀 임주현은 선대 회장의 뜻을 지켜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두 아들은 그룹의 ‘승계’ 또는 자기 사업 발전을 위한 ‘프리미엄을 얹은 지분 매각’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나는 아들 둘을 믿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오늘날 벌어진 낯 뜨거운 가족간의 분쟁이다.

지금에 와서 부질없는 이야기이지만, 지난 3년간 나는 아들 둘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매번 그들로부터 거절당했다. 그들에게는 ‘한미를 지키는 일’ 보다, ‘프리미엄을 받고 자기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아들의 심성과 성격, 그리고 둘의 자금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나 역시 '대주주 프리미엄을 받고 비싸게 해외자본에 매각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제약 발전에 버팀목이 되는 한미를 만들자던, 50년 전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이 모든 나의 다짐과 임성기와의 약속도 물거품이 돼 버릴 순간에 직면했다.

내가 신동국 회장에게 내심 기대했던 것은, 그가 아들 둘을 설득해 분쟁 상황을 종결시키고, 모두 함께 한미그룹 발전을 논의해가는 토대를 만들어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대를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아들 둘이 신 회장에게 어떤 제안을 했는지 잘 모른다. 신 회장의 결정을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다.

장남과 차남은 OCI와의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자본의 속성상 그들은 한미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가족(임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며,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신약개발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지금도 아들 둘은 나의 이러한 질문과 우려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두 아들이 공개적으로 어미인 나를 모욕해도, 부모의 마음으로 아들 둘을 믿으며 참고 또 참아 왔다. 그러나 이제 결단할 때가 왔다.

나는 임성기의 이름으로, 한미그룹 회장이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서, 장녀 임주현을 한미의 확고한 승계자로 세우고자 한다. 이번 사태를 돌아보며, 임성기의 꿈을 지켜낼 수 있는 자녀는 오직 임주현 뿐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송영숙에게 모든 걸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를 이어갈 승계자로 지목한다.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의 이 결정이 임성기의 뜻을 지켜내는 버팀목이 되길 희망한다. 시간의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미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제약기업으로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한미그룹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주주들께 나의 이 입장과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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