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형제 독립 경영’ 체제로…계열 분리 시동거는 효성그룹, 오너 일가 지분 맞교환 나설까

[이슈분석]‘형제 독립 경영’ 체제로…계열 분리 시동거는 효성그룹, 오너 일가 지분 맞교환 나설까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3.2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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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계열 분리 안건을 확정하면서 본격적인 ‘형제 독립 경영’ 체제로의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공업을 영위하는 존속 지주회사인 ㈜효성과 효성첨단소재 등을 중심으로하는 ㈜효성신설지주회사(가칭)의 독립 경영 체제가 예고됐는데, 계열 분리를 위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보유 지분 맞교환이 필요하다.

다만, 오는 6월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이 인적 분할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인 만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효성첨단소재가 기존 신사업팀을 ‘미래전략실’로 확대 개편한 것이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임시 주총에서 인적 분할 안건이 통과되고 오는 7월 계열 분리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효성그룹 CI [사진제공=연합뉴스]
효성그룹 CI [사진제공=연합뉴스]

오너 일가 사내이사 재선임 통과…제2의 ‘형제의 난’ 방지 위해 계열 분리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날(14일)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주주총회에서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된 바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감시 의무 소홀 등의 이유로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틀에 걸쳐 열린 효성그룹 주총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상정된 안건이 통과됐다.

주총을 마무리한 효성그룹은 분할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지난달 23일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광주일보 ▲효성홀딩스 미국 법인 ▲효성로지스틱스 베트남 법인 등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사 ㈜효성신설지주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오는 6월 임시 주총에서 회사 분할 승인이 통과될 경우 효성그룹은 7월 1일자로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

분할 비율은 효성 0.82 대 효성신설지주 0.18이다. 조 부회장은 신설 지주사 대표이사로 안성훈 효성중공업 부사장, 신덕수 효성 전무 등과 이사진을 구성한다.

조 회장은 ㈜효성을 맡아 전통 사업인 섬유와 중공업 등을 담당하고, 조 부회장은 ㈜효성신설지주를 통해 소재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즉,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 지주사를 맡아 이끄는 ‘형제 독립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존속 지주회사에 소속된 계열사들의 연 매출액은 19조원, 효성신설지주회사는 7조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시가 총액으로 봐도 존속 지주회사의 평가 금액이 높다. 존속 지주사의 계열사인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약 3조5000억원으로, 효성첨단소재 시총 1조50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이처럼 효성의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6년 만이다. 그간 조 회장은 섬유를, 조 부회장은 산업 자재 부문을 독자적으로 이끌어왔다.

현재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효성의 지분율은 조 회장과 조 부회장 각각 21.94%, 21.42%로 비슷한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효성그룹의 이번 계열 분리 작업에 대해 형제 간의 갈등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효성은 지난 2014년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조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된 ‘형제의 난’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2년 효성 지분 7.18%를 보유하면서 한때 형제들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었지만, 2013년 3월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그룹을 떠났다.

당시 형제의 난이 발생한 이후 사태 수습을 마무리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또 다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효성가의 분리 독립 경영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범효성가는 과거 조홍제 효성 창업회장이 1984년 작고하면서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그룹을 맡고, 차남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삼남인 조욱래 DSDL 회장 등 각자 독립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효성 분할 전후 지주회사 체제 [사진제공=연합뉴스]
효성 분할 전후 지주회사 체제 [사진제공=연합뉴스]

형은 지분, 동생은 자금 확보…계열 분리 위해 지분 맞교환

효성그룹이 ‘형제 독립 경영’ 체제에 나서기 위해선 조 회장과 조 부회장 측의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효성그룹 인적 분할 이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과 효성신설지주회사 지분 맞교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효성의 분할 결정은 효성그룹의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분할 이전과 비교할 때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며 “효성그룹의 명확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효성신설지주 지분 스왑 과정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분할 비율이 효성 0.82 대 효성신설지주 0.18으로 차이가 큰 만큼, 조 부회장이 존속 지주사에 포함된 효성중공업 지분 4.88%, 효성화학 지분 7.32% 등을 조 회장에게 넘기게 될 경우 재원 마련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효성신설지주회사의 핵심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의 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효성첨단소재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2년 8.2%에서 지난해 5.4%로 하락했다. 또한, 자산이 3조원이 넘지만 부채비율이 304%로 높은 수준이다. 신사업 투자를 위해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조 부회장이 조 회장에게 존속 지주사 지분 등을 넘기면서 생기는 재원을 기반으로 효성첨단소재 등 효성신설지주회사 계열사들의 신사업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란 시각이다.

인적 분할을 통해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기반이 마련되면 조석래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 승계와 친족간 독립경영 승인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적 분할 이후 형제간 지분을 맞교환하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 분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기존 효성 주주들은 이번 인적 분할을 두고 ‘쪼개기 상장’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적 분할이 물적 분할과 달리 존속회사 주주들도 신설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액주주가 상대적으로 덜 불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효성그룹은 이사회를 통해 분할 회사가 소유한 자사주 116만1621주(5.51%)에 대해서 “분할 및 재상장이 완료되기 전에 분할회사의 결정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거나 소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효성첨단소재, 미래전략실 신설…계열 분리 포석?

이처럼 효성그룹의 계열 분리 시나리오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효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 내부에서 조직을 개편하는 등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기존 신사업팀을 ‘미래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재계에서는 계열 분리를 앞두고 2차전지와 바이오 소재 등 신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미래전략실 신설 사실을 공개했다. 기존 신사업팀은 미래전략실 산하 신사업 1팀과 2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미래전략실의 수장은 효성첨단소재 신사업 전반을 담당해온 이영준 전무가 맡는다. 이 전무는 서울대 공업화학과 출신으로 일본 스미모토화학을 거쳤다. 지난 2019년부터 효성첨단소재에 상무로 합류해 지난해부터 신사업을 담당해왔다.

미래전략실은 향후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신소재, 바이오 소재,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탄소섬유는 고압용기, 전선심재, 건축보강 용도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신소재다. 아라미드는 방탄소재와 자동차 고무 보강용으로 주로 쓰인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들 신소재는 전기차와 항공기 및 우주사업 소재를 활용되는 등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효성첨단소재에서 탄소섬유와 아라미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 수준이다.

효성첨단소재가 최근 친환경 소재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는 만큼, 관련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21년부터 바이오 기반 기업인 베르티스와 레드진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오는 7월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계열 분리 이후 조 부회장이 이끄는 효성신설지주회사의 핵심 계열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효성그룹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 분할이 통과돼야 하지만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인 만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효성 최대주주인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5.93%이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주총에서 기업 분할 안건이 통과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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