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부의 대물림’ LS家, 초등생부터 생후 6개월 모두 대주주…증여세 절감 꼼수 논란 ‘재조명’

[이슈분석]‘부의 대물림’ LS家, 초등생부터 생후 6개월 모두 대주주…증여세 절감 꼼수 논란 ‘재조명’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3.09.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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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생후 6개월 손자에 수억원대 지분 증여
코로나 여파 당시 약 100만주 증여…주가 하락에 증여세 절감 꼼수?
3세 경영 앞둔 LS 후계구도는?…8촌 경영 vs 성과 주의

친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재계순위 16위 LS그룹 오너 4세들이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에 오르고 있다. 초등학생에 이어 생후 6개월도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S그룹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가가 하락하자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지분 100만주가량을 증여하면서 증여세 절감 꼼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LS그룹의 2세 경영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향후 오너 3세와 4세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지분 증여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오너 일가, 생후 6개월 손자에 수억원대 지분 증여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손은 지난 7월 한 달간 두 차례에 걸쳐 E1 주식 2195주를 매수했다. 이는 이날 종가 기준 1억2593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월 태어난 구자열 회장의 손자는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이사 겸 비전 경영총괄 부사장의 아들로, LS그룹 오너 일가 4세에 해당한다.

LS그룹 오너 일가가 어린 자녀 또는 4세들에게 지분 승계를 한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고(故)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도 지난 3월 생후 6개월인 손자에게 예스코홀딩스 주식 1만1000주를 증여했다. 예스코홀딩스는 LS그룹 계열사다.

구자철 회장의 아들은 구본권 LS MNM 전무의 아들은 할아버지인 구자철 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 납부를 위해 3개월 뒤인 지난 6월 중부세무서에 예스코홀딩스 주식 3220주를 납세 담보로 맡겼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3남인 고(故) 구자명 LS MNM 회장은 지난 2011년 아들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의 두 딸에 각각 ㈜LS 주식 8650주를 증여했다. 두 딸은 당시 초등학교 입학 시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나가면서 현재는 각각 2만2000주의 ㈜LS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아울러 예스코홀딩스의 지분율도 3.67%씩 보유했다. 두 딸은 주식 일부를 대신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지난달 약 22억원씩을 대출받았다. 이를 통해 ㈜LS와 예스코홀딩스의 지분을 확대해나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밖에도 구자명 회장은 당시 한 살이던 친누나 구혜정 씨의 손자에게도 ㈜LS 지분 1만2300주를 증여했다. 덕분에 구혜정씨의 손자 역시 현재 1만3100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에 올라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코로나 여파 당시 약 100만주 증여…주가 하락에 증여세 절감 꼼수?

LS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점에도 대규모 주식 증여를 단행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시점에 증여한 만큼, 증여세 역시 큰 폭으로 절감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LS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자녀와 친인척 등에게 LS 주식 총 95만9000주를 증여했다. 특히 같은 해 5월 11일과 12일에 대부분 증여가 이뤄졌다.

당시 LS 주가는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말(4만7800원)보다 25%가량 떨어진 3만5400원(11일 3만5900원, 12일 3만4900원) 수준이었다.

구자열 회장은 두 딸에게 10만주씩, 구자홍 회장은 두 명의 조카에게 6만주씩 증여했다. 구자엽 회장은 아들과 친인척 등에게 12만7000주를, 구자은 회장은 두 자녀에게 10만주씩을, 구자균 회장은 두 자녀에게 5만주씩을 각각 넘겨줬다.

구자열 회장의 누나인 구근희씨도 딸 등에게 14만2000주를 나눠줬다. 구근희씨는 같은달 16일 자녀에게 추가로 7만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당시 지분 증여 대상에는 2013년생인 7살 이모 양도 포함됐다. 이양이 받은 주식은 총 1만8000주로, 5월 11일(종가 3만5900원) 기준 6억4000만원에 달한다. LS가 지난 2020년 주당 1000원을 배당금으로 결정하면서 당시 이양은 1800만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하락한 시기를 틈타 주식을 증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가격의 평균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주가가 떨어질 때 증여를 하는 것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며 “의사 결정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미성년자에게까지 증여한다는 것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면에서 분명히 지적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탈세 또는 불법적인 증여가 아닌 만큼, 오너 일가의 주식 증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증여 이후 2개월간 주가가 급등할지, 급락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LS그룹 측은 언론에 “오너 일가에 일어나는 증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증여시기가 됐다고 판단했을 뿐, 단순히 주가가 떨어졌다고 증여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LS그룹 사옥
LS그룹 사옥

3세 경영 앞둔 LS 후계구도는?…8촌 경영 vs 성과 주의

이처럼 LS그룹 오너 일가가 최근 수년 사이 오너 3세와 4세들에게 잇따라 지분을 증여하는 것은 3세 경영 체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LS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구자은 회장을 끝으로 2세 경영이 막을 내리고 오너 3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S그룹의 회장은 LS그룹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고(故)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이다.

LS그룹은 고(故) 구태회 명예회장과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함께 창업했다. ㈜LS를 중심으로 ▲LS전선 ▲LS일렉트릭 ▲LS엠트론 ▲LS MnM ▲E1 ▲예스코홀딩스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LS그룹은 초대 창업주 3형제 가운데 가장 맏이인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고(故) 구자홍 전 회장을 시작으로 구자열 전 회장(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현 회장(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 등 사촌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승계하는 ‘사촌 경영’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LS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지분도 구태회·평회·두회 3형제 오너 일가가 고루 나눠 갖고 있다. LS그룹이 3형제 창업 이후 사촌들이 회장직을 순차적으로 맡는 사촌 경영 원칙을 세운 것도 복잡한 지배구조에 따른 경영권 갈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구자은 LS그룹 회장을 끝으로 오너 2세들의 경영이 막을 내리고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부터 그룹에서 떠나있는 구본웅 마음커뮤니케이션 대표를 제외하고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LS그룹의 차기 회장은 구동휘 부사장이 될 전망이다. 구 부사장은 구자은 회장에 이어 가장 많은 ㈜LS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자은 회장을 끝으로 LG그룹의 2세 경영과 사촌 경영이 막을 내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오너 3세의 사촌 경영 체제로 이어질 경우, 사촌을 넘어선 ‘8촌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회장직 후보 인원이 많아지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오너 3세 경영부터는 사촌 경영이 아닌 성과에 따라 후계 구도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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