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출장’ 갔던 여가부 공무원...잼버리 담당 부서엔 없다?

‘잼버리 출장’ 갔던 여가부 공무원...잼버리 담당 부서엔 없다?

  • 기자명 이현정
  • 입력 2023.08.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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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7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북 새만금 잼버리장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여성가족부는 이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준비한다는 명목 하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나 정작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 중 잼버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의 인사제도인 순환보직 때문으로 보이는데, 출장에 다녀온 공무원들은 대부분 퇴사했거나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대한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국제행사인만큼 인사 배치에 업무의 연속성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가부는 2016년부터 2019년, 4년 동안 가나·케냐·미국·베네수엘라·수리남·아제르바이잔 6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는 잼버리 개최를 위한 ‘유치 홍조’, ‘유치 활동’,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 참석’, ‘제24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관’ 등의 목적이었다.

출장에 다녀온 공무원은 강은희·정현백 당시 여가부 장관을 비롯해 전문위원과 통역 등을 포함해 총 18명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현재 여가부 소속 공무원은 단 2명인데 이들마저도 잼버리를 담당하는 청소년활동진흥과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공무원 인사 제도인 순환보직의 특성에 따른 일이다. 출장 이후에 여가부에 계속 근무하고 있더라도 잼버리 업무와는 무관하게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내부에서는 이러한 순환보직의 환경에서는 새만금 잼버리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일관성 있게 준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만금 잼버리가 최종 개최지로 확정된 것은 2017년 8월 16일이다. 그런데 이후 여가부는 장관이 4번 바뀌고, 차관도 4명, 담당 부서인 청소년활동진흥과장 4명, 국장급인 청소년정책관 6명이 바뀌었다.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 한 공무원은 “행사가 8월 초라 인사가 나고 담당자가 중간에 바뀌면 그만”이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련 업무로 출장 다니던 사람이 내부 인사에 맞춰 담당 부서를 나가는 건 비효율적이다. 한국 행정 조직 체계의 기본이 순환보직이라고 해도 잼버리 대회와 같은 크고 국제적인 행사는 임시 조직을 꾸려서 담당자가 꾸준히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고 짚었다.

한편 잼버리를 준비하는 담당 부처 간의 소통 부재도 파행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가부 김현숙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공동 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모두 모이는 공동조직위원장 회의가 대회를 두 달 앞둔 시점인 지난 6월 16일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렸던 것.

김현숙 장관은 9일 오전 11시에 잼버리 관련 일일브리핑을 연다고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이 브리핑은 오후 2시에 행정안전부가 진행했다. 여가부는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가 길어졌다”고 해명했으나 일부에서는 장관의 거취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더퍼블릭 / 이현정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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