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과 손잡이 없앤 테슬라 혁신’→‘사람 없애는 혁신’되나…운전·탈출불가 우려

김은배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4 18: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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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없앤 IT혁신 테슬라, 기능 몰빵 ‘터치스크린 미작동’…美, 16만대 리콜 요구
▲작년 12월 9일 오후 9시 43분께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던 테슬라의 모델 X 차량이 주차장 벽면과 충돌하면서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사망했다 (제공=용산소방서)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테슬라가 자동차 속 IT혁신을 위해 간소화한 버튼과 손잡이 등이 운전자의 생존율까지 간소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사태 속 실물경제와의 괴리로 접어든 코스피 3000천 시대를 맞아 테슬라가 연일 국내에서도 주가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솟구치는 주가만큼이나 테슬라의 부족한 안정성 문제에 대한 원성도 널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의 국내 첫 상륙 직전까지도 해외에서 동일 판매 모델의 화재·사망사고가 빗발친 것이나,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오인하고 켜둔 채 운전자가 잠이 들기도 하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독일 법원 등에서 불법으로 판결나는 일들은 이제와선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만 놓고서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

차량 외부서 문 못 열어 구조시간 지연…결국 사망
미니멀 디자인 위해 비상탈출 레버도 꽁꽁 숨겼다?


자동차 속의 IT혁신을 표방하며 자동차 내부 조작 버튼을 대부분 제거하고 터치스크린에 해당 기능을 몰아준 테슬라 차량 모델S와 모델X 15만8000대에 ‘터치스크린 미작동’ 우려가 제기되며 리콜이 요구됐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XMD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테슬라 차량의 터치스크린 미작동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15만8000대의 리콜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냈다.

NHTSA는 미디어컨트롤 유닛 결함이 터치스크린 미작동으로 연결 돼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NHTSA가 리콜 대상으로 요청한 차량은 모델S와 모델X 15만8000대로, 두 차량 모두 국내 가격 기준으로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차량이다.

터치스크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테슬라 차량 자체의 안전에 큰 위협이 생긴다는 게 NHTSA의 판단이다. NHTSA는 “미디어컨트롤 문제로 후진 시 후방 카메라로 보이는 이미지가 손실될 가능성이 있으며, 오토파일럿(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미니멀한 IT 혁신의 이미지에 걸맞게 구성한 터치스크린 위주의 구성이 불시의 컴퓨터 오류 등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로 발생한 사건사고는 최근 또 있었다. 전원이 꺼졌을 경우 외부에서 개폐가 되지 않는 테슬라 차량의 도어 개폐 장치가 인명구조에 차질을 빚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당초 사고는 지난달인 작년 12월 9일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테슬라 모델X’ 차량이 주차장 벽면과 충돌 한 뒤 불이 난 것인데, 구조대가 긴급 출동했음에도 사고 차량의 문을 신속히 열지 못해 조수석에 탑승해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병원 이송 도중 숨을 거뒀다. 운전석에 있던 대리운전 기사만이 사고 직후 탈출에 성공해 목숨을 건졌다.

당시 구조대가 특수장비까지 동원했음에도 차량의 옆문을 열지 못해 트렁크로 접근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논란은 확산했다.

이는 순수전기차인 모델X가 차량의 문 마저 전자제어로 구동시키다 보니 전원이 차단될 경우 사실상 밖에서 이를 열 방법이 요원하다. 차량 내부에서는 차문 안쪽에 위치한 비상 개폐장치를 활용할 수 있지만 차량 외부에서 이를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비상 개폐장치마저도 조작방법이 굉장히 복잡해 차량의 충돌이나 화재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문을 열고 탈출하기 어렵다.

테슬라의 매뉴얼 ‘키, 도어’ 부분 17쪽을 보면, “전원이 없을 때 실내 도어 열기”라며 “Model X에 전원이 없는 경우, 전면 도어는 실내 도어 핸들을 이용하여 보통 때 처럼 열립니다. 후면 도어를 열려면 조심스럽게 도어에서 스피커 그릴을 제거하고 기계식 해제 케이블을 아래로 차량 전방을 향하여 당깁니다. 래치가 해제된 후에도 도어를 수동으로 들어올립니다”라고 적혀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평소 매뉴얼을 숙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익혀둔다 할 지라도 긴급상황에서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개폐 방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면 옆문의 경우 날개처럼 위아래로 여닫히는 ‘팔콘 윙’으로 설계 돼있는데, 이를 수동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무거운 차량 도어의 무게까지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필연적으로 어린이나 노약자의 생존율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형태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외부 구조자 입장에서도 구조를 쉽지 않게 만든다. 실제로 당시 화재사고에서 후면 옆문은 잡아당겨서 여는 것이 불가능해 통상 차량 화재 시 문을 뜯어내는 데 쓰는 유압전개기가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구조대는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 들어가 사람을 끌어내는 방식을 택했으며, 이 가운데서도 뒷좌석이 전기공급 불가로 앞으로 폴딩하지 못해 사람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차내 공간 확보에도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또 다른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도 제조사 매뉴얼 상으로, 전원이 없을 경우 전면 옆문은 창문 스위치 앞에 있는 수동 도어 해제 장치를 위로 당기는 것으로 후면 트렁크는 기계식 해제 장치를 이용해 열게 돼 있다. 모델X의 근본적인 도어 개폐 문제를 공유하는 셈이다.

근본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서 화재 진압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당시 사건에서 현장에 출동했던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조대가 ‘인명구조검토회의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손상된 고전압 배터리에서 배터리 셀이 빠르게 발열 돼 발생하는 불을 진화하기 어려웠으며, ▲사고 차량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르게 불길을 한 번 잡은 뒤에도 화학반응이 지속돼 발열이 계속됐으며, ▲감전 우려 탓에 절연 장비를 갖춘 소수 인원 외에는 현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 돼 있다.

전기차의 자체적인 특성만으로도 일반 내연기관차에 비해 인명 구조가 어려운데, 테슬라는 혁신의 이미지와 심미적인 디자인을 위해 버튼과 도어 비상탈출 레버 외부 도어 손잡이 등 기계적 장치를 대부분 제거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놓으면서 실제 차량으로서의 안정성 문제를 상당부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전소된 테슬라 모델 X (제공=용산소방서)

테슬라는 묵묵부답 시민단체는 리콜 성토

다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국내법으로 차량사고시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테슬라 차량의 제재 및 개선요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관측된다.

국내 차량 안전 기준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차량 외부에서도 차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테슬라 국내 판매가 1만대 수준이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국내 규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5만대 이상 팔린 차량에만 적용된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구조대가 문을 외부에서 열 수 없었던 지난 화재사고와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경우 우리 정부에서도 리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작년 12월) 화재사망사고와 관련해 동월 결함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테슬라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며 리콜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연구원의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테슬라에 시정 조치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테슬라 측은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작년 12월 22일 성명서를 통해 “테슬라는 배터리 결함이 있고 충돌·화재 시 외부 탈출이 차단되는 전기차를 즉각 자진 리콜하라”면서 “국토부는 테슬라가 자진 리콜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강제 리콜을 단행하라”고 촉구했다.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rladmsqo052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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