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자 종전선언' 북미 대화 협상 카드로 재조명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북미 대화 협상 카드로 재조명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4.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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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3자 종전선언' 북미 대화 협상 카드로 재조명
 
[더퍼블릭]조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차례 무산 됐었던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북미 대화 협상 카드로 재조명 받고 있다. 북한이 제재해제 중심의 비핵화 상응조치 요구에서 벗어나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종전선언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앙아시아 순방 전 마지막으로 주재한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했다. 동시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다"며 "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이 시급히 만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속에 녹아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비록 전부 공개되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한 '히든 카드'를 받아왔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평가가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남북관계에 대한 레버리지를 받아서 왔을 것"이라며 "상대가 걸려있는 문제기 때문에 그것을 공개 못하지만, 김 위원장에게 특사를 보내든,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해서 직접 만나게 됐을 때 그 얘기를 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로 못박으면서도 여전히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 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우리 정부는 긍정적 대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상응조치로 요구해 온 제재해제를 내려놓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려는 메시지라는 게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지난 15일 북한 정세평가 기자간담회에서 "하노이 회담이 '안보 대(對) 경제적 보상조치'의 맞교환 구도였다면, 북미 간 교환할 콘텐츠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하며 제재 완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경제 보상을 요구하기보다는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노이 노딜' 교훈으로 얻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김 위원장의 연설은) 북미 협상안 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북한이 제재해제 중심의 상응조치 요구로부터 탈피할 가능성도 함께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4일 "조선(북한)이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조치로 저들의 적대시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포로 및 실종자 송환 등 크게 4가지를 명시한 '센토사 합의' 순서에 따라 북미관계 수립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첫 단계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을 약속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 협상 과정에서 논의된 바 있다. 
비핵화 협상의 역진 불가능성을 확인하고,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정치적 선언 성격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이라는 안전판을 매개 삼아 비핵화 협상에 동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게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를 위해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중국이 관여하면서 4자 종전선언 방식으로 선언 주체가 확대됐고, 미국이 중국이 포함된 4자 종전선언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흐지부지 됐었다.
청와대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만으로도 사실상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도 풀기 어려운 종전선언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방증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결과적으로 북미 관계는 종전선언을 타진했었던 1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여전히 종전선언이 유효하게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보회의에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정세 분석 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위원장이 연내로 비핵화 협상 시한을 못박은만큼 한미-남북-북미 각각 양자회담을 반복하고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하는 절차적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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