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 = 최형준 기자] 경북 의성군 한 시골 마을에 17만 3천톤의 폐기물로 만든 이른바 ‘의성쓰레기산’은 방치폐기물의 심각성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정부는 작년까지 모든 방치폐기물을 처분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성쓰레기산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렇게 방치 폐기물 처리가 지지부진한 데는 정부 뿐 아니라 방치폐기물 관련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국회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의성쓰레기산은 사실상 1/5 정도만 처리되었을 뿐 외관상 발견 당시의 상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폐기물을 방치한 업체가 의성군의 행정대집행을 반대하며 소송까지 벌이는 통에 처리가 늦어진 것이다. 다행히 소송 끝에 행정대집행이 다시 재개되기는 했으나 의성쓰레기산이 언제쯤 사라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작년에 의성쓰레기산 등 모든 방치폐기물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전국의 불법폐기물 120만3000톤 중 11월말까지 처리된 폐기물은 60%인 72만톤에 불과했다.
정부는 불법폐기물을 금년 상반기까지는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소각·매립 시설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이렇게 방치폐기물 처리가 지연되는 데는 국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소각장에 반입되는 불연물을 분리하여 소각용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 된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회에서 처리가 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태경(새로운보수당), 송옥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소각장에 폐토사 등 불연물이 반입될 경우 이를 선별, 분리하여 가연물만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부의 방치 폐기물 처리 대책 중 하나다.
현재 소각시설에는 많게는 20-30%까지 불연물이 반입되고 있는데, 이렇게 반입된 불연물이 정해진 소각용량 중 상당량을 차지할 뿐 아니라 소각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치폐기물을 조속히 처리하려면 소각 시설을 늘려야 하지만, 민원 탓에 단기간에 소각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소각시설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소각 대상에서 폐토사 등 불연물을 분리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 배출의 원칙에 어긋나며, ‘선별’이 업종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해당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만일 불연물을 ‘선별’하는 것이 업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불연물을 ‘분리’하는 것만 허용하는 수정안을 내놓기 까지 했다.
작년 7월 16일 환경소위에서는 정부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에 대해 소위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으나 정작 상임위 전체회의 의결 안건에 빠져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작년 정기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제 등 노동관계 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환경소위를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했으며, 12월 임시국회에 와서야 여론에 떠밀려 미세먼지와 가습제살균제 관련 법안 12개만 겨우 통과시킨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환경소위에 계류된 법안만 480개에 달한다. 법안처리율이 매우 낮아 ‘불량 상임위’로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다행히 오는 2월 17일과 18일에 노동소위와 환경소위가 예정되어 있으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밀린 법안들이 얼마나 논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방치폐기물 처리 법안은 이미 소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선택근로제 등 노동관계 법안을 둘러싼 쟁점으로 환경소위가 열리지 않는 바람에 처리가 늦어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환노위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현재 18일 환경소위 안건을 정하고 있는데 논의할 법안이 많다보니 방치폐기물 관련 법안이 포함될지 불투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한 선거와 공천이 코앞에 있는데 법안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국회로 꼽히는 20대 국회, 그리고 불량상임위로 새롭게 부상한 환경노동위원회가 오명을 벗고 방치폐기물을 비롯한 환경 현안 해결에 있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퍼블릭 / 최형준 chj@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