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일가 vs 최씨 일가’…지분 경쟁 본격화된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조상 영끌’ 매수 왜?

‘장씨 일가 vs 최씨 일가’…지분 경쟁 본격화된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조상 영끌’ 매수 왜?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3.03.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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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총서 이사진 선임 관건…경영 주도권 누구 품에?
두 일가 지분 격차 4%로 좁혀져…장씨 일가 32.23%, 최씨 일가 28.5%

영풍그룹의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을 두고 70여년간 동업을 이어온 장형진 고문 일가와 최윤범 회장 일가의 지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영 기조가 엇갈린 것을 시작으로 틀어진 두 일가의 동업이 계열 분리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격화되는 분위기다.

장씨 일가보다 보유 지분이 적은 최씨 일가는 지난해부터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같은 조상을 모시는 단체의 자금까지 동원하면서 진정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사회 인사 과반 이상을 선임하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열흘 여 앞둔 상황에서 지분 경쟁이 벌어진 만큼, 업계 안팎에서 분분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주총서 임원 퇴직금 개정 안건 상정…명예회장 지급율 3→4개월치 상향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1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안건을 상정한다. 직급체계 변경으로 인한 임원퇴직금 직위별 지급율을 규정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명목이다.

현행 직위에 따른 퇴직급 지급규정에는 회장과 부회장, 사장은 재임 1년당 최대 3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회장(명예회장 포함)은 재임 1년당 최대 4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부회장과 사장은 최대 3.5개월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아울러 기존 부사장과 전무이사는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재임 1년당 최대 2.5개월치 월급에서 3개월치 월급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한다.

또한, 상무이사와 이사, 감사는 본부장과 담당으로 통합·변경되며, 재임 1년당 최대 2.5개월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처럼 새로운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안건은 기존 직책 별 퇴직금보다 최대 30% 이상 퇴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이다. 다만, 인상된 퇴직금 배율은 개정 이후 근속기간에 한해서 적용된다.

예의주시해야 하는 부분은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안건에 ‘회장(명예회장)’이라고 기재된 점이다. 개정안이 주총을 통과하게 될 경우 명예회장도 회장과 동일하게 향후 재임 1년당 4개월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지급받는다.

현재 고려아연에는 세 명의 명예회장이 있다. ▲최창걸 ▲최창영 ▲최창근 명예회장이다. 먼저 최창걸 명예회장은 현재 고려아연을 이끄는 최윤범 회장의 아버지이자 창업주 2세다. 다른 두 명예회장의 경우 최창걸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최 회장의 작은아버지들이다.

이들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적지 않은 보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최창걸 명예회장은 15억3200만원, 최창영 명예회장 12억6200만원, 최창근 명예회장 16억7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명예회장들의 근속연수도 상당하다. 최창걸, 최창영, 최창근 명예회장이 각각 48년, 46년, 38년으로 현재 퇴직하더라도 도합 40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수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안건 상정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4대그룹의 회장직 퇴직금 지급배수가 3.5~4배 수준인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퇴직을 앞둔 명예회장은 없다고 전하고 있지만, 세 명예회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퇴직하더라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임원 퇴직금 상향 조정 배경은?...지분 매입위해 집안자금까지

일각에서는 이번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안에 대해 고려아연의 계열 분리와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최윤범 회장 측이 고려아연 주식을 잇따라 매수하면서 다방면으로 지분을 확보하기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로,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70년 이상 동업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이후 두 일가의 사이가 조금씩 틀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윤범 회장이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등 신사업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두 집안간의 이견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최윤범 회장 측이 지난해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영풍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힘을 싣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는 지난달 장내매수 방식으로 고려아연 주식 14만3068주(0.72%)를 매수했다. 그간 장내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에서는 장씨 일가가 우위를 점했다.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이번에는 최윤범 회장 측이 다방면으로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지분 매입량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난달 최씨 일가는 806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 13만5625주(0.68%)를 사들였다. 나머지 7443주(0.04%)는 장씨 일가 측 회사인 에이치씨가 매수했다.

이번 지분 매입에 주목해야 할 점은 최씨 일가가 집안의 자금까지 동원했다는 점이다.

영풍정밀이 지배하는 유미개발과 최기호 선대회장, 그 부친인 최경수, 선친 최준극 등을 조상으로 모시는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이하 해주최씨종중)은 주식담보대출과 기존 보유 자금을 더해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각각 10만1720주(0.51%), 3만3905주(0.17%)를 사들인 것이다.

최윤범 회장이 선조를 공동으로 하는 후손들의 상호 친목단체 자금까지 끌어온 점을 비춰보면, 고려아연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조상님 영끌까지 한 셈이다.

여기에 이번 주총 상정 안건인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안’을 통해 향후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을 늘릴 것이란 해석이다. 고려아연의 세 명예회장의 퇴직금이 400억원 수준인 만큼 고려아연의 지분으로 환산할 경우 0.4%에 달하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세 명예회장들이 퇴직금을 언제 수령할 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퇴직금 조정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경우, 이전보다 퇴직금이 30%이상 증가한다.

이렇듯,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 확대를 위해 집안까지 동원한 점을 감안하면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최씨 일가, 지분 매입에도 여전히 3~4% 열세…17일 주총서 경영 주도권 향방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선 최씨 일가는 여전히 장씨 일가의 보유지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 일가는 32.23%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했지만, 최씨 일가는 우호 지분을 포함하더라도 최대 28.5%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씨일가의 경우 지난달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했음에도 여전히 열세를 보이고 있다. 최씨 일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을 모두 합해도 15.94%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해 사업협력과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한화와 LG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이 고려아연 주식을 확보하면서 최 회장 측 우호지분 12.59%가 형성됐다.
 

▲한화-고려아연 사업제휴(사진=연합뉴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LG화학과 한화, 한국투자증권,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등으로부터 7823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했다. 최윤범 회장 측에서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크게 늘린 것이다.

하지만 이를 더해도 장씨 일가 지분 32.23%에는 역부족이다. 단순 표 대결로는 최씨 일가가 장씨 일가에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의 신규 이사진을 선임하는 주주총회가 오는 17일로 예정되면서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어느 일가의 인물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향후 경영 주도권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에서다.

최씨 일가 입장에선 회사 경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 확보와 함께 주주, 투자자들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번 주주총회에 앞서 배당금 확대 등의 주주 친화적 정책도 그 일환이다.


▲현금·현물배당결정(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노진수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해외를 오가며 외국인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있는 점도 우호 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행보다. 외국인투자자는 고려아연의 지분 18~19%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사 후보에 올라 있는 인물들의 절반 이상이 최씨 일가의 사람들인 만큼, 최씨 일가가 경영 주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최씨 일가가 이번 주총에서 자신들의 사람들을 이사회에 진입시킨다고 하더라도 장씨 일가가 높은 지분율을 앞세워 경영 기조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계열분리라는 선택뿐인데, 장씨 일가의 지분이 30%를 웃도는 만큼 계열분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열분리를 위해선 장씨 일가의 지분이 3% 미만이고, 임원의 겸직이 없어야 한다. 장씨 일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유지하기만 하더라도 계열 분리는 법안이 개정되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이다.

결국, 고려아연의 경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일반 주주들과 외국인투자자 등을 우호세력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를 위해 주식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영실적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고려아연의 주총에서 국민연금(8.28%)이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과도한 겸직을 문제 삼으며 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고, 양쪽 모두 승기를 잡을 만큼의 지분 확보 자금은 없는 것 같다”며 “일반 주주들과 투자자들을 등에 업기 위해선 경영실적과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주총에선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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