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방송인연합회 “민노총의 왜곡된 제작 자율성 프레임, 콘텐츠 제작 사유화”

KBS방송인연합회 “민노총의 왜곡된 제작 자율성 프레임, 콘텐츠 제작 사유화”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3.11.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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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박민 KBS 사장 후보자와 관련,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보도 개입을 운운했다.

그러자 KBS방송인연합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민노총의 왜곡된 제작 자율성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KBS방송인연합회의 성명 전문이다.

[KBS방송인연합회] 민노총의 왜곡된 제작자율성 프레임을 깨지 않고 불공정 DNA를 퇴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제 열린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무소속 박완주 의원과 박민 후보의 질의응답 중 일부다.

(박완주) "(방송법 4조를 언급하면서)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막 현장에서 합니다. '그거 하지 마세요.' 그렇게 지시할 수 있습니까?" (박민) "구체적인 뉴스에 대해서 지시하지는 않습니다." (박완주) "그렇습니다. 하시면 안 된다라는 얘기에요. 그죠?" (박민) "네"

(박민) "제가 특정 뉴스에 대해서 하지 말라고 지시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완주) "그래서 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제보가 들어오면 그날로 법 위반인 거예요." (박민)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방송법 4조가 규정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한다. 다만 조직 운영의 원리와 법적인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방송제작자만이 아닌 방송사 전체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의 주체라는 관점이 더 설득력이 있다. 제작자율성이 제작실무자만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경영진을 포함한 간부들이 제작 내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민노총 노조가 초급 간부부터 사장까지 연결되는 간부진의 정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정하고 민노총 조합원들이 콘텐츠의 제작을 사유화하는 왜곡된 프레임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 50년 역사상 최악의 보도 참사라 할 수 있는 '검언유착' 오보를 보자. 만약 현장에서 이런 보도를 한다고 하고, 사장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또 보도가 거짓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럼 사장은 민노총의 제작자율성 개념을 근거로 보도에 '개입'하지 않고 '검언유착' 오보가 그대로 방송되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가?

박완주 의원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인사로 평가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박 후보자는 이에 동의했는데, '검언유착' 오보 대참사로 도대체 어떤 제작자나 간부가 의미있는 책임을 졌나? 기껏해야 취재기자와 당직국장 등 몇 명에 대해서 마지못해 책임을 묻는 시늉만 하고, 당시 통합뉴스룸을 책임졌던 자들은 대부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가지 않았던가? 당시 통합뉴스룸국장은 이후에도 주요 보직을 섭렵하고, 당시 사회부장이 지금 취재주간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었다는 말인가?

박완주 의원이 예로 든 뉴스타파의 인용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왜곡하고 조작한 녹취록을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행위를 사장이 알고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 아닌가? 그런 악의적인 보도를 용인하다가 만약 그 보도가 선거 결과를 바꾸기라도 하면, 공영방송이 선거보도를 빙자한 쿠데타에 가담하는 것을 사장이 방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생태탕은 어떤가? 일장기 경례 오보 참사는 어떤가? 윤지오의 <KBS뉴스9>에서의 9분 추태는 또 어떤가? "(자유한국당을) 안 뽑아요" 참사는 또 어떤가? 9시 뉴스 다시보기 옷 바꿔치기 추태는? 김진태 산불 골프 왜곡 보도는? 끝이 없는 이런 사례를 볼 때, 왜곡된 제작자율성의 프레임이 결국 오늘날의 KBS 대위기를 만든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나?

검언유착 오보나 김만배 녹취록 오보 대참사와 같은 정도의 사고가 BBC, NHK에서 발생했다면 최고경영자가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 양승동, 김의철은 이런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자신들은 제작자율성을 보장했다면서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갔다. 박민 후보도 사장이 된 후에 그런 대참사가 발생하면 역시 자신도 민노총의 제작자율성 개념을 근거로 책임 없다고 발을 뺄 것인가?

물론 사장이 보도의 모든 내용을 만기친람하듯 관여할 수 없고, 모든 보도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자체로 조직의 지휘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사장은 '공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이기 때문에 개별 뉴스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궤변이다. '총괄'하는 사람은 사실상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다. 관여하는 내용과 방식이 타당하냐가 문제가 될 수 있을 뿐, 관여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억지다. [언론의 내적 자유]라는 개념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조직 구성의 근본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인정될 수는 없는 개념이다. 실무 제작진은 무조건 정의롭고, 간부는 자본과 권력 등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대변한다는 암묵적 전제 역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법적인 사례 역시 이런 왜곡된 제작자율성 개념을 부인한다. 예를 들어 2014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방송법 위반 혐의 고발 당시 함께 고발된 길환영 사장에 대해 검찰은 "방송사 외부의 보도 관여 행위를 처벌토록 규정한 방송법을 적용해 방송사 내부 종사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민노총 노조는 어제(8일) 성명에서 또다시 그 왜곡된 제작자율성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는 효과를 믿는 것인지, 그들은 그동안 이런 뒤틀린 제작자율성 개념을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애초에 민노총이 주장하는 제작자율성 개념을 인정한다면, 간부들에게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조직이 굴러갈 수 있겠는가? 그 결과가 지난 6년간 끊임없이 발생했던 초대형 오보와 불공정 편파방송 시리즈가 아니겠는가?

KBS의 불공정 편향 DNA를 치료하는 것은 민노총이 만들어놓은 왜곡된 제작자율성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간부들의 신념과 책임의식이 중요하다. 간부들이 객관성, 중립성, 균형성의 원칙을 견지하고, 주관적인 편견을 기반으로 편향적 관점을 들이미는 일부 제작자들의 부당한 요구에 단호하게 맞서지 않는 한 불공정방송의 퇴출은 요원하다. 주어진 권한을 당당하게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가 없이,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양다리 걸치는 간부들이 존재하는 한 박민 후보의 공정성 구현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방송의 독립과 제작자율성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 상급자의 부당한 요구와 압력은 단호히 견제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훼손하고 방송을 실무자의 사유물로 만드는 민노총의 왜곡된 제작자율성 프레임은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과,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 간부나 제작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제작자율성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박민 후보가 취임도 하기 전에 민노총의 왜곡된 프레임에 걸려든다면 지난 6년간 KBS를 망쳐온 불공정 방송을 퇴출하는 과제는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게 될 것이다.

2023. 11. 9 KBS방송인연합회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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