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법인세 인하 경쟁’에도 韓 법인세 올린다

불붙은 ‘법인세 인하 경쟁’에도 韓 법인세 올린다

  • 기자명 김수진
  • 입력 2017.12.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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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수진 기자]미국이 국내로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감세안을 통과시키면서, 법인세를 올리려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 시대 흐름을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내년 20%로 낮추는 ‘트럼프 감세안’이 통과됐다. 이로 인해 미국이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2%보다 낮아진다.


아직 하원 감세안과 조정안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무난하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법인세율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서 일본은 법인세를 내린다고 공식으로 밝혔으며, 영국, 프랑스, 중국 등도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부가 확정한 개정안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 법인세율인 22%보다 3% 높은 25%를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과표구간 2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129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과표구간 200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22%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았다. 여기다 더해 2000억원 초과 구간을 하나 더 둠으로서, 해당 구간 이익에 대해서는 3%가량 더 높은 25%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 같은 개정안을 통해서 정부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가 연 2조 5599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연구·기발(R&D) 세액 공제 축소, 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 안의 영향까지 모두 고려하면 정부·여당안에 따른 대기업의 세 부담 증가액은 약 3조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는 글로벌 경쟁력 악화 등을 이유로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정부·여당안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인 추세를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0. 국민의당 역시 2000억원 초과 구간 신설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200억원 초과 구간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3%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원은 이미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미국의 경쟁사에 비해서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 유효법인세율은 230.1%로 미국의 애플이이나 퀄컴, TSM에 비해서 높았다. 애플의 경우는 17.2%였고, 퀄컴은 16.6%, TSM은 9.8%였다.


LG화학 역시 미국 다우케이컬과 독일 바스트, 일본 도레이사보다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 재계와 야당의 우려가 지나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 “미국과 한국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다른 기준으로 계산됐기 때문에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경제규모가 유사한 10개 국가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평균 24.6%로 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의 해외투자, 본사이전 등은 경기동향, 현지 금융시장, 규제현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법인세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더퍼블릭 / 김수진 sjkim@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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