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벼랑 끝에 몰린 ‘PK 친문의 성골’ 김경수…생환이냐, 몰락이냐!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0-11-08 10: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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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혐의 1·2심 모두 유죄…흔들리는 文 정권 정통성
▲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종착지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40분 기준, 2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1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데 그친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제46대 대통령 당선을 앞두고 있다.

물론 확정이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북동부 공업지대)인 미시간·위스콘신주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역전을 당한데 이어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역전당할 처지에 놓이자 개표 절차를 중단시켜달라는 소송 제기 및 재검표 요구에 나선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우편투표의 불법성을 주장하면서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가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투표 관련 소송은 통상적으로 해당 지역 지방법원 1,2심을 거쳐 연방대법원으로 가기 때문에 당선자 확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미국 대선은 연방대법원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의 동맹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최근 유의미한 판결이 나왔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편이 점쳐지던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 구도의 대선판세는 당분간 현행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집권세력 안팎에서는 내년께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에서 김경수 지사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김경수 지사의 기사회생 가능성에 대해 전망해봤다.

 

‘댓글 조작’ 유죄…‘공직선거법’ 무죄

“특정 후보자에 유리하게 댓글 조작”

이른바 ‘드루킹 댓글·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함상훈)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고,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김경수 지사의 재판 핵심 쟁점은 이렇다.

드루킹(필명 김동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이 조성되도록 하기 위해 ‘킹크랩’이라 이름 붙인 댓글 순위 조작 시스템을 동원해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하단에 게재된 댓글에 공감·비공감 내지는 추천·비추천을 기계적, 반복적으로 클릭하는 방법으로 댓글 순위를 조작했다.

이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지사가 공모했는지 여부(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및 댓글 조작 대가로 드루킹의 요청에 의해 김 지사가 청와대에 드루킹 측 인사(도두형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추천했는지 여부(공직선거법 위반)가 핵심 쟁점이었다.

1심에서는 모두 유죄를 인정해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법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어 항소심에선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댓글 조작 혐의는 1심과 같이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김경수 지사)이 2016년 11월 9일 경공모(드루킹이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 사무실 방문 당시 김동원으로부터 킹크랩에 관한 설명을 듣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참관했으며, 킹크랩 개발 및 운용에 동의 내지 승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동의 또는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인은 김동원 등으로부터 하여금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그 범행 결의를 유지·강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는데, 김동원으로부터 킹크랩 운용 현황 등이 기재된 온라인 정보보고를 전송받았고, 매일 댓글 작업 결과 및 작업량 등을 기재한 기사목록을 전송 받았다”고 부연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부터 댓글 조작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것.

재판부는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은 특정 여론을 조성해 온라인상의 거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결국 사회 전체의 여론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할 목적 하에 댓글 조작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더 무겁다”고 판결했다.

▲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6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서도 유죄면 경남지사 박탈 및 정치생명 끝나

항소법원이 김경수 지사에게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를 선고한데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거기서는 법리를 제대로 적용했는지를 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타당했는지 다시 따져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다만, (킹크랩을 통한 댓글 조작)시연을 봤다는 것은 확인이 됐으니,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쪽 사람들 얘기가 하나같이 김경수씨는 ‘착한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왜 쓸 데 없는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당시 어차피 대세는 문재인이었고 굳이 무리할 필요 없었는데. 아마 문재인의 당선에 자기도 기여하고 싶었나 보죠. 숟가락 얹으려다 벌어진 사고”라고 덧붙였다.

이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김 지사가 숟가락을 얹으려다 벌어진 사고이고, 댓글 조작 혐의는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1심과 항소심 모두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고 판단한 만큼 진 전 교수의 관측대로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김 지사는 경남지사직 박탈과 함께 정치생명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살아나면 대선판세 뒤흔들 ‘다크호스’

성골 아니면 안 되는 이유…‘불안감’

대법원서도 유죄시 文 정권 도덕성·전통성에 직격탄

다만,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만은 없다.

우선 김 지사 측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직후 취재진에게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다”며 “나머지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도 “고등법원의 판단에 다소 의문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집권당 역시 지원사격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도 페이스북에 “항소심 판결은 아쉽다”면서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으니 잘 수습되길 바란다. 경남도정도 잘 수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김경수 지사는 물론이고 집권당과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까지 한 목소리로 대법원 판결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댓글 조작으로 인한 수혜자가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면 이에 대한 수혜자인 문 대통령도 결코 댓글 조작에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 과정에서 여론을 조작했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올랐다면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과 정통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과 정통성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아야 하는데, 집권세력은 1심에서 김 지사가 법정구속을 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사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댓글 조작에 대한 유죄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대선주자”

만약 김경수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기사회생한다면 단번에 대선판세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16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아직 살아있는 대권카드인가’라는 물음에 “본인이 안하겠다는 것 아닌가. 받아들여야 한다”며 “책 쓰고 이런 쪽을 원래 더 좋아한다”며 선을 그었다.

유시민 이사장은 대권카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반면, 김경수 지사에 대해선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무죄를 받고)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김 지사가)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며 “이재명 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고 부연했다.

이해찬 전 대표가 김 지사를 지켜봐야 할 대선주자라 지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는 집권세력의 주축이자 최대계파인 ‘친문’을 등에 업은 뒤 이를 동력삼아 대권까지 쾌속질주 할 심산이겠지만, 두 사람 모두 근본적으로 친문과는 결이 다르다.

386 운동권 라인도 아니고 친문 당원들에게 반감까지 사고 있는 이재명 지사야 말할 것도 없고,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총선 직전까지 최장수 총리를 역임한 뒤 집권당 대표까지 꿰차는 등 문재인 정권을 대표하는 인사로 자리매김했지만, 이 대표는 호남 인사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3월 20일자 페이스북에서 “이낙연은 PK(부산·경남) 친문의 데릴사위”라며 “‘성골 조국’의 낙마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육두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PK 친문이 ‘성골’도 아닌 ‘데릴사위’에 불과한 이 대표를 대권주자로 옹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반면, 김 지사는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 합류해 선거 전략을 만들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김해 봉하마을에서 근무하면서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등 핵심 친노(親盧)다. 이어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수행팀장으로 활동한 핵심 친문(親文)이기도 하다.

이는 김 지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이 왕위를 이을 ‘PK 친문 성골’이라는 얘기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지켜봐야 할 대선주자라 지목한 것도 이런 맥락을 읽혀진다.

청산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진중권 전 교수는 친문이 성골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두려움 때문으로 분석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월 12일자 페이스북에서 “차기가 누가 되든 간에 친문 실세들이 그동안 해온 일들을 한번 말끔히 청산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가면 대선 과정에서 이들 신적폐 세력과의 단절 및 그들에 대한 청산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친문)지지자들만 못 느끼고 있지 지금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층에서도 이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 지수가 높은 상태”라며 “(차기 대통령도)그 분노를 (임기)내내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바로 그 때문에 친문 실세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 사람을 앉히지 않는 한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삼도 전두환-노태우 감옥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는 친문 성골을 대통령으로 앉히지 않으면 나중에 후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PK 친문 입장에선 성골 외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략적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는 좌파 정책을 추구하면서도 인물은 PK 인사를 내세워야 호남 표와 PK 표를 동시에 가져오겠다는 판단이 아닌가 싶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남 표만으로는 햇볕정책 계승과 정권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한 나머지 전략적으로 PK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점찍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김경수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PK 친문도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를 전략적 대안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나마 안정적인 이미지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대표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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