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는 이준석의 ‘자기정치’ 논란…대선국면인데 ‘자중지란’ 자초

국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는 이준석의 ‘자기정치’ 논란…대선국면인데 ‘자중지란’ 자초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8.0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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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언론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조연 없이는 주연도 없다.’

주연은 주연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빛내 줄때야 말로 ‘퍼펙트게임’이 탄생된다.

야구에서 한 명의 투수가 1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편 타자를 한 명도 1루에 출루시키지 않고 이긴 경기를 ‘퍼펙트게임’이라고 한다. 100년이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퍼펙트게임은 23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은 당연 투수다. 그렇다고 해서 투수 혼자의 힘으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지는 못한다. 조연인 포수는 기억되지 않을지언정 포수의 조력이 있었기에 퍼펙트게임 투수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연 없이는 주연도 없다는 것.

야권은 내년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라는 대업을 이루려 한다. 지난 1956년 실시된 제3대 대통령선거에서 자유당에 맞선 민주당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 선거 구호가 지금 야권의 심정일 것이다.

정권교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대선의 주‧조연이 서로를 빛내줘야 하는데, 지금 야권을 보면 주‧조연 간 불협화음만 내고 있어 ‘콜드게임’ 패배를 당하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더퍼블릭>이 주‧조연 간 불협화음을 야기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자기정치’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특이점이 연출되는 제1야당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이준석 돌풍’을 일으키며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이준석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되자, 노회한 집권당 대표와 비교되는 등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전망됐다.

다만, 이준석호(號)의 출발과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정국’이 맞물리면서 당초 예상보다 이준석발(發) 세대교체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집권당은 예비경선에 이어 본경선이 한창이고, 특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명낙대전’이라는 치고받기를 연출하고 있다. 제1야당의 경우 문재인 정권 사람이었음에도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다며 정권교체를 목표로 입당하는 인사들이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론의 시선은 대선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준석발(發) 세대교체 바람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든 이 시점에, 제1야당에선 특이점이 연출되고 있다.

집권당의 ‘명낙대전’처럼 대권후보 간 과열 경쟁이 아닌 당 대표와 유력 대선후보 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간 신경전은 윤 예비후보를 겨냥한 이 대표의 입당 압박을 시작으로, 윤 예비후보의 기습 입당에 이어 이준석 패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치선언을 한 윤 예비후보가 정당 밖에서 머물자, 이 대표는 ‘경선버스’, ‘비빔밥’ 등을 거론하며 입당을 압박했다. 이에 윤 예비후보는 이 대표가 지방일정으로 소화하는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기습적인 입당을 발표한데 이어, 당에서 마련한 행사에 불참하는 등 이 대표를 패싱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선국면임에도 조연 아닌 주연하고 싶어 하는 이준석?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이제 갓 정치권에 발을 들인 정치신인이 제1야당 대표에게 다소 무례하게 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야권의 숙원인 정권교체라는 대업을 달성할 인물로 첫손에 꼽히는 윤석열 예비후보를 길들이려 한다거나, 대선국면임에도 대선후보가 아닌 본인이 주인공 노릇을 하려 한다는 등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지난 4일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대선 경선 후보들이 참여하는 쪽방촌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윤 예비후보를 비롯해 최재형 예비후보, 홍준표 의원, 유승민 예비후보 등 이른바 ‘빅4’ 주자들이 불참했다.

이어 다음날인 5일에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가 열렸는데, 윤 예비후보와 홍준표 의원은 휴가, 최재형 예비후보는 지방 일정으로 불참했다.

따라서 이 대표 측과 다른 예비후보들의 불만이 상당했는데, 특히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에게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의 경우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야권의 1~2위 대권주자들이다. 따라서 다른 예비후보들에 비해 대선 일정이 시간대별로 촘촘하게 짜여 져 있을 수밖에 없다. 대선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 진 상황에서 당에서 급박하게 일정을 주고 참석하라고 하면 후보와 캠프가 이미 짜놓은 일정 전체가 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 예비후보의 경우 당에서 마련한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 일정을 이틀 전에야 통보받았다고 한다.

지지율 1위의 유력 대선후보 캠프와의 사전 조율 없이 이틀 전에서야 통보하고는 ‘참석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다 보니 대선후보와 당 대표가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 대표와 윤 예비후보가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과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의 ‘리더십 강박관념’이 초래한 불필요한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진 전 교수는 “(이 대표와 대선후보 간 각을 세우는 모양새는)불필요한 갈등이다. 이 대표가 리더십을 가져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며 “일정은 협의하게 돼 있다. 협의를 했으면 (윤 예비후보 측이)휴가 일정 다 빼서 그림을 그릴 수가 있는데, (이 대표는)내가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지금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리고 이 사람들(이 대표 측)도 당내에서 헤게모니(패권)를 잡아야 될 이유가 있으니까 기싸움을 좀 벌이는 것”이라며 “어차피 (당 대선)후보가 되면 당이라는 게 후보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건데, 지금 당대표가 심한 게 아니냐라는 불만들이 나와서 부딪히는 것”이라 부연했다.

진행자가 ‘당대표는 지원하는 역할인데, 뭐랄까 본인이 (대선을)이끄는 모양새를 좀...’이라고 말하자, 진 전 교수는 “그러니까 사진을 찍으면 (이 대표)자기가 중심에 서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은 후보를 딱 중심에 세우고 대표가 옆에 있어 줘야 되는데, 이 대표의 스타일은 자기가 딱 중심에 있고 옆에 후보들을 둘을 데리고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후보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것”이라 지적했다.

즉, 이 대표가 대선국면임에도 조연이 아닌 주연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에게 당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지금은 대선후보들의 시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조연 역할을 해야 할 이 대표의 주연 욕심을 꼬집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5일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선주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대선주자들이 주인공이 돼야 그분들이 더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본선에 가서도 그분들이 지지를 받을 텐데 아직까지는 당대표가 주인공이 돼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그 부분은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선 후보를 간담회한다고 부르고, 또 무슨 봉사활동 한다고 부르고. 그런 것은 조금 이제는 덜 하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투톱을 구축하고 있는 김기현 원내대표도 ‘지금은 대선후보들의 시간’으로 평가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선)후보들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후보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어필할 것이냐는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행동반경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후보자들에게 재량을 주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후보자들의 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함께 모아서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도 후보자들에게 각자가 자신의 프로그램과 체질에 맞춰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투수와 포수의 합작 ‘퍼펙트게임’…유력 대선후보와 당대표의 합작 ‘정권교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할 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때,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할 때,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던 강재섭‧황우여‧추미애 대표에게는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따라 붙지 않았다.


이들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상당한 내공을 쌓았음에도 묵묵히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물론 이준석 대표는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에 라디오 인터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특히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가 없다.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자,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반박하게 대표적이다.

공정한 경쟁의 틀 안에서 멸치와 돌고래를 경쟁시키겠다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부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은 그가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이뤄줄 대선후보는 아니라는 점이다.

평상시라면 당대표가 주연이고, 당대표의 자기정치는 당연하겠지만 현 시국은 전부를 갖고 오거나 전부를 잃을 수 있는 대선이라는 ‘전시상황’이다. 당 대선후보들을 길들이고 주도권을 쥐려하는 등 자기중심적 정치를 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

본인 중심의 정치를 할수록 당대표와 친소관계가 명확한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비춰질 뿐이다.

조연 없이는 주연도 없듯이, 정권교체라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투수와 사인을 주고받고 공을 받아내는 포수의 역할에 집중하면 된다.

대선국면에서 유력 대선후보와 각을 세워 ‘분열국면’을 자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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