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겹악재 늪에 빠진 경동제약…‘고배당 정책’ 유지 이유는?

[이슈 돋보기]겹악재 늪에 빠진 경동제약…‘고배당 정책’ 유지 이유는?

  • 기자명 김강석 기자
  • 입력 2024.02.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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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판테놀연고’ 긴급 회수…이미 다 쓴 사람은?
이번이 처음 아냐…새해 들어서만 ‘네 번째
실적 개선 시급하고 나갈 돈도 많은데…고배당 정책 유지

코스닥 상장사 경동제약에서 잇따른 의약품 회수조치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회수조치에 나서면서 회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병·의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회수조치 명령은 경동제약 실적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국세청으로부터 300억원대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받고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경동제약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류기성 대표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동판테놀연고. /경동제약
경동판테놀연고. /경동제약

 

‘경동판테놀연고’ 긴급 회수…이미 다 쓴 사람은?

[더퍼블릭=김강석 기자] 15일 경동제약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회사는 현재 ‘경동판테놀연고50g’(덱스판테놀) 의약품을 긴급 회수 중이다.

덱스판테놀은 피부염, 상처, 화상 등에 주로 쓰이는 일반의약품 연고다. 영유아들의 기저귀 발진 또는 여성의 유두 균열 치료 등에도 사용된다.

이번 긴급 회수조치는 일부 제품에서 성상 변화(변색)가 확인되면서 이뤄졌다. 대상 품목은 사용기한이 내년 4월 6일까지인 제품들로, 제조번호 KF004, KF005이다.

문제는 해당 제품의 사용기한이 제조일로부터 36개월에 불과한데, 회수 대상 제품들은 2년 전에 제조됐다는 점이다. 이미 제품 사용을 마친 소비자들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회수 대상 의약품을 취급하거나 보유 중인 의약품 취급자는 의약품의 사용 또는 유통·판매를 중지하고 회수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비자는 해당 의약품의 사용기한과 해당 제품번호를 확인하고 회수 대상에 해당 시 인근 약국에서 정상 제품으로 교환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자칫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고이지만,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제조 정지 1개월 수준의 경미한 처분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의약품 회수폐기 현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만큼 회수폐기와 관련한 정보와 행정처분 결과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도록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약품을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경동제약 사옥 전경. /경동제약
경동제약 사옥 전경. /경동제약

 

이번이 처음 아냐…새해 들어서만 ‘네 번째

논란의 핵심은 경동제약의 이번 회수조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는 지난달 1일과 2일, 18일에도 의약품 회수 명령을 받았다. 새해부터 총 네 번의 회수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올해 첫 번째 회수 대상 제품은 당뇨병 치료제 ‘다파진에스듀오정10/100mg’(다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이었다. 제조번호 KG001, KG002에 한하며 사용기한이 내년 7월 17일까지인 제품들이다.

식약처는 다파진에스듀오정의 안전성 시험에서 불순물(N-nitroso-tetrahydropyridine·NTTP)을 초과 검출해 회수조치를 명령했다. NTTP는 식품첨가물이나 가공식품에서 발견되는 유해 화학물질로 발암성을 갖고 있다.

이어 공교롭게도 이튿날에 또한 경동제약은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의 치료로 쓰이는 자사 전문의약품 ‘자니틴정150mg’에서 불순물인 ‘N-Nitrosodimethylamine·NDMA’이 초과 검출돼 올해 두 번째 회수조치에 나섰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 분류상 2A군에 속하는 발암 추정물질이다. 흡입, 섭취, 피부 접촉을 통해 신체에 흡수될 수 있고 구토와 간 기능의 이상을 유발한다.

같은 달 18일에는 의약품 포장 오류로 회수 명령을 받았다. JW신약의 부신피질 호르몬제인 ‘피디정’에서 경동제약의 ‘스폴린정’ 포장재를 사용한 의약품이 발견됐다.

위수탁 진행 과정에서 동일한 생산시설을 사용한 품목 간에 혼입과 오포장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 /경동제약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 /경동제약

 

실적 개선 시급하고 나갈 돈도 많은데…고배당 정책 유지

이처럼 최근까지 이어진 의약품 회수 명령은 여러 악재를 마주한 경동제약의 실적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동제약은 지난해 10월 말 중부지방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통합조사에 따른 추징금 155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6.03%에 해당한다.

2019년 1월에도 같은 사안으로 15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최근 약 5년 새에 국세청 추징금만 300억원 넘게 부과받은 셈이다.

경동제약 측은 “부과금액은 세무조사 결과 통지된 통지서상 가산세를 포함한 예상고지액의 합계이고 기한 내 납부할 예정”이라며 “이의가 있을 경우 법적 신청 기한 내에 관련 법령에 따른 불복 청구 혹은 이의신청 등의 방법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베이트가 적발돼 2억40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자사가 보유 중이던 다수의 골프장 회원권으로 병·의원 관계자들을 위해 골프장을 예약해주고, 12억2000만원 상당의 골프 비용도 지원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병·의원이 경동제약의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부당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제재했다.

지난해 1월에는 경동제약이 시험기록서를 거짓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식약처로부터 ‘세이프티손주1g’ 제조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수탁사의 기준서 미준수 행위가 적발돼 ‘그날엔코프플러스연질캡슐’에 3개월의 제조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경동제약의 수익성은 이미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으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경동제약의 실적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9년 1765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점프를 거듭하며 2022년 1827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하락 그래프를 그렸다. 2019년 246억원에서 2020년 19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1년 158억원에 이어 2022년에는 83억원으로 주저앉았다. 3년 만에 무려 66.1%나 뚝 떨어진 모습이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228억원에서 2020년 129억원, 2021년 126억원, 2022년 121억원으로 3년 새 47%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도 경동제약은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물음표가 이어지고 있다.

경동제약은 2020년과 2021년 기준 배당금 총액이 당기순이익을 뛰어넘었으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2022년에도 89.2%의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회사 측은 “고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그러나 류기성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등 승계 재원 충당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 류덕희 명예회장 등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아 지분율 17.51%로 경동제약 최대주주에 오른 류기성 대표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신청해 장기간 걸쳐 나눠 납부하고 있다.

류 부회장이 수익성 악화에도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고배당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배당 정책은 회사의 수익률이 좋다면 가계소득증대, 세제혜택 등 주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지나치면 기업의 투자재원과 성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1982년 6월 21일 류덕희 회장의 아들로 태어난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은 강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 경동제약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았다.

2011년 30세의 젊은 나이에 경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고, 2014년 경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그의 보수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 없다.

다만 류기성과 김경훈 경동제약 각자대표, 김석범 경동제약 사내이사 등 3인은 2023년 상반기 경동제약 등기이사로 합쳐 6억8414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2804만원이다.

경동제약은 1975년 류덕희 창업주가 세운 유일상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6년 경동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199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더퍼블릭 / 김강석 기자 kim_ks02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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