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결합 추진…한미 장남 임종윤의 반발

‘OCI+한미약품’ 결합 추진…한미 장남 임종윤의 반발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1.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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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에너지·화학 기업 OCI그룹과 제약 기업 한미약품그룹이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27% 상당 인수하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 상당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들 이종기업 간 통합은 한미약품 측이 회사를 지키면서도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라는 평가인데,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는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방식을 통한 통합 추진을 공시했다.

OCI홀딩스는 우선 한미사이언스 주식 744여만주를 매입한데 이어, 한미약품 임성기 창업주의 배우자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의 지분(677여만주)을 현물출자 받기로 했다.

그 대가로 OCI홀딩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 229여만주를 발행,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에게 교부하기로 했고, 한미사이언스도 OCI홀딩스를 상대로 2400억원 상당 규모(643여만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 상당(7703억원)을 인수하는 게 되는 것이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게 된다.

이처럼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은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을 통해 통합지주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통합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OCI와 한미약품은 OCI홀딩스를 통합지주사로 두는 하나의 기업 집단이 되는데, OCI홀딩스는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임주현 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측 주요 주주들은 OCI홀딩스의 1대 주주가 되는 등 양측 간 대등한 기업결합이라는 평가다.

OCI그룹은 태양광 소재와 태양광 발전 등이 주요 사업이고, 한미약품그룹은 화장품·건기식, 제약·바이오 등이 주요 사업 분야로 이들 그룹의 통합 이종 기업 간 결합인데, 동종기업 결함이 아닌 이종기업 간 결합이 추진된 데에는 한미약품그룹의 상속세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다.

2020년 임성기 창업주의 사망으로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5400억원 상당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측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라데팡스에 투자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7월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했다.

이에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실장은 회사를 지키면서도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으로 지난해 10~11월부터 OCI홀딩스와 통합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영숙 회장은 미술관 경영 등으로 평소 알고 지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모친) 등 OCI그룹 오너가에 신뢰를 보였다고 한다.

OCI 입장에서도 한미약품과의 결합을 통해 신약개발 등 헬스케어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된다. OCI는 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해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했지만 2년 연속 적자 상태인데, 이번 한미약품과의 통합으로 부광약품을 살리면서도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OCI와의 통합에 대해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실장으로부터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임종윤 사장은 “이번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은 하나의 사례일 뿐 창업 회장님이 작고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런 식의 독단적인 결정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이 무너졌다”며 “회사의 그릇된 판단을 참다못해 회사를 나간 핵심 인재들이 셀 수 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 사장은 이어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공동 경영을 약속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제대로 된 검토도,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서 “아직도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나를 비롯해, 주주와 임직원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언제 팔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직원들은 불안에 떨고, 거래처와 협력사 등과의 신뢰는 점점 더 떨어졌다”며 “결국 OCI그룹에 사실상 회사가 넘어가는 지경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동생인 임종훈 사장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0.56%를 가지고 있는데, 두 형제의 지분을 합치면 20%에 달한다.

두 형제의 대응에는 임성기 창업주와 인연이 깊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동국 회장은 약 12% 상당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신 회장이 두 형제와 연대하면 지분율은 30%가 넘는다.

임종윤 사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지주사 통합은 이사회 결의를 마쳤기 때문에 임종윤 사장이 반발한다고 해서 양 그룹 간 통합이 뒤집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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