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그룹 신동빈號, 실적부진에 계열사들 신음…연초부터 잇단 ‘희망퇴직’ 단행

선다혜 기자 / 기사승인 : 2021-03-02 10: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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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연초부터 계열사들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실적개선을 위해 나섰다. 더욱이 지난 1998년 창립 이후 23년 동안 단 한 번도 구조조정을 진행한 적 없었던 롯데마트도 여기에 포함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호텔롯데, 롯데푸드, 롯데컬처앤웍스 등 롯데의 근간이나 다름없었던 유통계열사들이 위기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위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변화하는 시장환경을 읽어내지 못한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는 유통공룡으로 불리면 업계의 최강자였던 롯데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서 사원부터 부장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희망퇴직의 대상은 전 직원 4300여명 중 동일직급별 10년 차 이상이 된다. 즉, 과장, 부장 등과 같은 직급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직원을 말하는 것이다. 다만, 이 중에서 계산원(캐셔) 등 무기계약직은 제외된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위로금으로 근속연수별 최대 기본급 27개월분을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의 경우 1인당 학자금 500만원 가량을 일시로 지급받게 된다. 아울러 롯데마트 측은 희망퇴직이 강제가 아닌 희망자에 한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례적인 희망퇴직의 원인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롯데마트는 영업적자가 660억원에 이르는 등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지난해 12개 점포를 폐점하고, 무급휴직을 진행하는 등 상황을 타개해보려 했으나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희망퇴직까지 오게 됐다.

롯데아사히주류, 2번째 희망퇴직 단행

이 같은 구조조정이 롯데마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5월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난 뒤, 9개월만인 이달 초 또다시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기업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그 타격을 고스란히 맞은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실적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아사히주류가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 행하면서 내놓은 조건은 두 가지였다. 우선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 가운데 만 40세 이상의 직원의 경우 통상임금 10개월분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창업지원금 700만원이 지급된다. 10년 이상을 근무했으나 만 40세 미만의 경우에는 통상임금 10개월 분의 위로금만 지급된다.

근속연수가 10년 미만인 직원의 경우 퇴직금과 함께 통상임금 10개월치에 못 미치는 소정의 위로금만 책정됐다. 이에 근속연수 10년 차를 넘지 않은 직원에 대한 보상액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직금과 위로금이 근무기간에 따라서 산정되기 때문에 10년차 이상 직원과 미만 직원 사이의 보상액이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롯데아사히주류는 희망퇴직은 어디까지나 희망자에 한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에게 임금 지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무급휴직 신청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희망퇴직을 하지 않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 롯데아사히주류 측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소식을 알리며 여러 대안 중 하나로 회사가 무급휴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강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흔들리는 유통 계열사들

이외에도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컬처웍스나 호텔롯데,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의 계열사들도 계속되는 적자로 지점을 폐쇄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등 긴축모드에 돌입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무려 65.5%나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수가 급감하고, 국내외 대작들의 개봉이 밀리면서 영화산업 자체가 침체됐다.

이에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12월 관람료를 인상하고, 향후 2년 동안 전국 100여개 직영관 가운데 손실이 심한 20여개 지점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초부터 3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롯데호텔과 롯데하이마트 역시 지난해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롯데호텔은 16년 만에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만 5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롯데푸드도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롯데GRS도 지난해 3분기까지 13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자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결국 발목 잡았다

롯데의 상황이 악화일로 걷게 된 데에는 여러 대외적인 악재들이 작용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전에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과 노재팬(No-Japan)운동, 경영권 분쟁 등이 잇달았다. 최근 5~6년이 롯데에게는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외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았겠지만, 무엇보다 내부적인 문제가 컸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변화와 쇄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롯데의 기업 문화다.

롯데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랫동안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유통공룡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을까. 하지만 최고의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차지했기 때문인지 롯데는 변화와 혁신에는 둔감한 기업이었다. 쿠팡, 마켓컬리, 티몬 등 유통업계의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생겼을 때도 롯데에서는 별다른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SSG.닷컴과 쓱배송이다. 온라인 플랫폼들이 빠른배송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자 이와 경쟁하기 위해 새벽배송‧당일배송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세계 계열사인 SSG닷컴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 2941억원을 기록하면서, 3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는 지난해 통한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온라인 시장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유통 패러다임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선발주자인 쿠팡이나 마켓컬리, 신세계에 비해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롯데가 유통업계의 왕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신규사업에 후발주자로 들어가 막강한 유통망과 물량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 위해 '보수적인 전략'만 고수 

롯데가 변화의 핵심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행보로도 알 수 있다. 롯데는 실적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점을 폐점하거나, 계열사별 구조조정, 판촉비 감소 등 고정비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리스크를 축소함으로서 손해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롯데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기준 매출 16조 762억원, 영업이익은 3461억원을 기록하면 각각 전년도에 비해 8.8%, 19.1%가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은 매출액 3조 84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줄었지만, 영업이익 18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6.8% 증가했다. 매출액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이유는 롯데쇼핑이 점포정리나 구조조정 등 긴축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신세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부진한 계열사들의 점포를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이마트는 업장 리뉴얼과 시스템 개선, 신규 매장 출점 등에 총 5600억원을 투자하고, 매출을 전년대비 8% 가량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2조 330억원, 영업이익 2372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은 매출 5조 7265억원으로 18.5%가 증가했고, 영업이익 89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서 신동빈 회장이 옥고를 치루고 복귀한 뒤부터 롯데는 꾸준히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을 시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유통기업들이 시장에서 파이를 이미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처럼 롯데가 후발주자로 들어가서 물량공세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현재 롯데는 바뀐 유통 패러다임에 대해서 전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부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문화가 남아있어 섣부르게 변화나 쇄신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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