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충견→이빨 빠진 호랑이…檢 수사권 박탈 ‘중수청’ 논란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7 13: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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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대통령 레임덕 부추긴 모양새…검찰총장 윤석열의 선택은?

▲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대한민국 검찰은 사건을 수사할 수 권리인 수사권과 수사 과정에서 체포‧구속‧압수 등에 필요한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할 수 있는 영장청구권, 수사가 완료된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기소권 등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사정기관이다. 이런 무소불위의 사정기관도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탓에 대통령의 힘이 센 시기에는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모양새를 연출한다. 그래서 이런 검찰을 두고 ‘권력의 충견’이란 냉소적인 비판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런데 검찰의 또 하나의 습성은 대통령 임기 내내 충견스러운 모습만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임기 후반부에는 사냥개가 주인을 무는 모양새가 연출돼 왔다. 살아있는 권력의 영향력이 막강한 임기 초‧중기에는 권력의 하명을 받드는 사정의 칼이었다가, 임기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그 사정의 칼이 도리어 권력을 겨냥한다는 것. 임기말이 되면 정권이 레임덕에 시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 집권세력은 이런 검찰의 습성에 당하지 않겠다는 심산인지, 적폐청산 수사를 완수했던 검찰 조직의 수사권 폐지로 손발을 잘라 껍데기만 남겨두려 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우면서 말이다. 이에 <더퍼블릭>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을 부추긴 그리고 검찰 조직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큰 범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 내막에 대해 들여다봤다.

 

검찰 직접수사권, 중수청으로 이관

文 “속도조절” VS 친조국 “가속화”

집권세력이 올 상반기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청) 설립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중대 범죄의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 및 공소 유지에 집중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6대 중대 범죄를 제외한 모든 사건의 수사권은 경찰이 갖게 됐고, 대통령을 비롯한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 대해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고 있었는데,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중수청 설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완전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기관이 넘겨주는 사건 자료를 토대로 재판에 넘길지(기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만 하게 되는데, 검찰이 기소 및 공소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집권세력의 주장이다.

중수청 설치를 주도하고 있는 집권당 소속인 황운하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일제 강점기 식민 경찰을 청산하지 못한 시대적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검찰에 직접수사권이 부여된 지 벌써 70년이 됐다”며 “이제는 수가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검사지배형 형사사법체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 검찰제도이자 청산되어야할 일제의 잔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수청 설치로 국가 수사기관이 다원화되면 수사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각 기관별로 담당하는 범죄 수사 영역에 특화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호를 위한 공익의 대표자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수청 설치 법안에는 같은 당 김남국‧김용민 및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이 참여했다.

전직 법무부 장관들도 황운하 의원의 중수청 설치를 거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자 페이스북에서 “6대 중대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 기구를 만들면, 수사와 기소는 분리되어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게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향후 100년을 갈 수사구조 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결단이 있으면 쉽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도 24일자 페북에서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 검찰이 수사와 기소라는 칼을 양손에 쥐었기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고 있다”며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촛불 주권자의 개혁완수를 받드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권비리 은폐를 위한 검수완박을 멈추라”

집권세력은 이처럼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이자 완수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수사기관 장악에 의한 정권비리 은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지난 24일자 논평에서 “이미 헌법에 근거도 없는 무소불위 기관 공수처를 탄생시키고,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문 정부 청와대 출신 코드인사를 꽂으며 독립성과 중립성에 신뢰를 저버린 정부여당인데, 검찰개혁 시즌2라는 과대포장을 벗기면 그 내면에는 임기 이후를 대비한 정권 수사 좌초와 은폐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며 “정권비리 은폐를 위한 검수완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및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집권세력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수장으로 하는 중수청 설치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수사권 개혁 안착=속도조절…秋 “이제 와서 속도조절? 67년 허송세월”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했던가. 집권세력이 중수청 설치에 속도를 내면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임기말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을 부추긴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중수청 설치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수사-기소 분리는 시대적 사명이며, 당에서도 검찰개혁특위를 구성해 열심히 논의하고 곧 법안이 발의된다.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대한 장관의 입장을 말해달라”고 했다.

이에 박범계 장관은 “대통령께서 제게 하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개혁의 안착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두 번째는 범죄 수사 대응능력과 반부패 대응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박 장관에게 당부했다던 ‘수사권 개혁 안착’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이관하는 중수청 신설은 이르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중수청 설치를 주도하고 있는 황운하 의원은 지난 23일 중수청 입법 공청회에서 “중수청 시행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고,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중수청을 만드는 데는 3개월도 안 걸린다”며 중수청 설치 가속화를 주장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24일자 페북에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우리나라도 ‘장래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강조했는데, ‘조만간’이 어언 67년이 지나버렸다”면서 “이제 와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한 것이 돼버린다”고 동조했다.

이는 대통령의 속도조절 당부에 집권세력 인사들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임기말 레임덕 징조로 읽혀졌다.

 

당‧청간 엇박자‥“군왕의 처지 참으로 딱해”
친조국 세력의 보복?…尹, 직 걸고 맞서나?

유영민 “대통령, 속도조절 당부”…김태년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잖는가”

특히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선 당‧청 간 엇박자가 연출되면서 레임덕에 무게를 더했다.


이날 운영위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이 속도조절 당부를 했다”며 “팩트는 임명장을 주는 날 대통령이 차 한잔 하면서 당부할 때 이야기가 나온 사항”이라며 대통령의 속도조절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 하라’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잖는가”라고 물었고,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기억 못 하지만 그런 뜻이었다”며 재차 속도조절 당부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김태년 원내대표는 “그렇게 답변하면 대통령이 ‘속도조절’ 워딩을 쓰신 게 된다”고 따졌고, 유 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속도 조절하라)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며 속도조절 의미의 당부가 있었음을 재확인했다.

그러다 운영위 막바지, 유 실장은 “(운영위가)정회했을 때 확인했는데, 대통령이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며 앞선 자신의 주장을 정정했지만, 이미 당‧청 간 엇박자를 연출한 뒤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중수청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 사이가 심상치 않다. 국회 운영위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정반대 입장 차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뭔가 비정상이다. 대통령은 검찰개혁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인데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뜻을 억지로 왜곡하며 오로지 중수청 설치에 올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듯이 한 몸처럼 움직이던 이들이 이제 임기 말이니 제 갈 길 가겠다는 것인가”라며 레임덕을 의심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중수청 설치에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주문한 대통령을 무시하고 분연히 비판하고 나선 추미애 전 장관이나 앞 다투어 당을 두둔하고 나선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처신을 봐도 군왕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검찰을 개혁하려는 걸까? 검찰에 복수하려는 걸까?”

야당은 중수청 설치를 주도하는 몇몇 인사들이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는 당사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수처 설치 법안 대표발의자인 황운하 의원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발의에 참여한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김남국 의원도 조국 집회를 주도했던 시민단체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의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과 관련해 고발을 당했으며, 김용민 의원 역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된 의혹으로 피고발인 신분이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추미애 두 전직 법무부 장관도 재판을 받고 있거나 검찰 수사 대상이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3일자 페북에서 조국 전 장관이 중수청 설치를 희망하는 것을 거론하며 “조국은 오직 검찰조직을 나누고 쪼개고 검찰권한을 넘기고 힘 빼는 데만 집중한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라며 “조국은 검찰을 개혁하려는 걸까? 검찰에 복수하려는 걸까? 범죄자의 사적 복수극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전 장관을 비롯해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은 집권세력 인사들이 보복을 목적으로 중수청 설치에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권력의 충견’…윤석열은 검찰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공수만 교대되었을 뿐 검찰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조롱 섞인 별명이 있다. ‘권력의 시녀’, ‘권력의 충견’이다. 아마 검찰 스스로도 이 별명에 크게 불만을 제기하지 못할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대한민국 검찰을 이토록 비굴하게 만들었나? 역대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서릿발 같이 정의로운 검찰이 정작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어떻게 그토록 맹종할 수 있는 건가? 아마 스스로 고칠 수 없는 깊은 병이 든 것 같다.”


2017년 11월 20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 일부분이다.

문재인 정권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영향력이 막강할 때는 적폐청산이란 명분으로 과거 정권을 겨냥한 사정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그러나 권력의 힘이 빠지는 임기 후반이 되자 사정의 목표를 현 정권으로 재설정한 듯하다. 검찰의 이러한 습성은 역대 정권에서도 연출되어 왔다.

물론 현 정권의 적폐가 과거 정권의 적폐 못지않기 때문에 현 정권에게도 사정의 칼을 휘두르는 건 맞다.

다만, 검찰의 이러한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집권세력은 자신들이 이미 청산해야할 적폐가 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검찰 조직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만들려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보수정권 적폐청산 수훈으로 검찰 조직의 수장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친조국 세력에 의해 타도 대상이 된 윤석열 검찰총장은 중수청 설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 발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총장은 중수청 설치가 검찰 조직의 명운이 달린 사안인 만큼, 자신의 직까지 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5일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 강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두 달 됐는데 민주당이 중수청을 만들어 검찰의 수사권을 뺏으려고 한다”며 “정권의 비리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데 수사역량이 있는 검찰의 수사권을 뺏으려고 한다면 검찰총장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까지 직위를 지키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과연 이것이 중요한가 의문”이라며 “또 7월까지 임기를 채우는 것보다 ‘이건 아니다’라는 신호를 확실히 주는 게 그림도 좋지 않을까”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7월까지 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검찰을 지키는 것일까”라고 덧붙였다.

친조국 세력의 갖가지 술수에도 꿈쩍 않던 윤 총장이 이번 검찰의 수사권 박탈 시도에 과연 직을 걸고 맞설지, 그의 선택이 예의주시 된다.

중수청 설치가 임기말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은 것처럼, 친조국 세력의 검찰을 겨냥한 보복성 술수가 ‘검란(檢亂)’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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