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대선공약 파기

靑,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대선공약 파기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1.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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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겨 국민들과 더 많은 소통에 나서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2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부지 확보와 경호·의전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결국 서랍 속에 묻어두게 됐다.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지난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단순히 대통령 집무실만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길 수 없고 청와대 주요 시설의 이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은 세상에 나온지 2년 만에 용도 폐기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1월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고, 청와대와 북악산을 국민들에게 돌려 드리겠다"며 "청와대는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시민 휴식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로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속에 집무실 이전 계획을 포함시켜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자문위원으로 하는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켜 분야별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다.


지난해 2월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간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는 11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이날 문 대통령에게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방안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최종 보고했다.


검토 과정에서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과 '광화문 역사성 복원' 사업이 문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공약'과 충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유 위원은 "광화문 광장이 형성되면 정부서울청사 또는 외교부 청사로 대통령의 관저가 나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으로부터 100m 이내에는 시민들의 집회나 접근이 금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장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올 수 없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광화문으로 나가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이 경호 여건 상 접근 불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딜레마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유 위원은 "문 대통령께서 실무적인 검토보다는 이념으로 '광화문으로 나가서 국민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그에 따르는 경호·의전이라는 게 엄청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도 인지했다"며 "위원회 측도 동선을 만드는 데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약 당시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지만 무리하게 추진했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나친 이상에 사로잡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했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유 위원은 이러한 정면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해 역사성에 바탕을 둔 '공간적 확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청와대의 기능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청와대 안으로 광화문을 끌어들이겠다는 포괄적인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유 위원은 "광화문으로 나가는 대신 광화문을 청와대 안으로 끌어와서 북악산까지 연결시키는, 그래서 본래 갖고 있던 소통과 개방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수도를 서울로 정한 이후로 한강-남산-광화문-경복궁-청와대-북악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중심축은 한 번도 일반 국민에 공개된 적이 없었는데 이러한 역사성을 개념적으로 살려보기로 했다는 게 유 위원의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청와대를 개방할 수 없으니 역사성에 바탕을 둔 개념 속에서나마 서울의 중심축을 연결시키고, 그러한 개념 안에서의 개방은 역사적 상상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과 연계해 지원하겠다는 게 최종 결론이다.


유 위원은 "현재 서울시와 문화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록 관저를 직접) 옮기진 않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라는 것까지는 기왕 노력했던 결과를 제시하려고 했다"며 어려운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던 점을 해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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