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만 집중하는 한국타이어 조현범, 근로자는 설비에 압착 돼 중태 수년간 반복

김은배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9 1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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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경영권싸움 몰입 한국타이어家, 중소기업 상호갈취•컨베이어벨트 끼임 논란
▲후계자 구도를 놓고 대립 중인,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좌)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한국타이어 일가의 집안권력싸움 장기화가, 한국타이어 직원들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이어져 직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버지의 지분 전량을 넘겨받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과 ‘조 사장이 아버지의 흐려진 판단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나머지 남매들과의 집안싸움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회사의 고령 노동자는 기계설비에 머리를 끼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등 ‘집안권력싸움에 눈이 멀어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본사

조희경, 아버지 ‘조현범의 꼭두각시化’ 주장
“사명갈취 논란도 조현범 독단 관철 불상사”


아버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 대한 사실상 후계자 지목 및 지분 전량 양도와 관련해 성년후견신청을 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최근 다시 입을 열었다.

당초 미국에 거주하는 조희경 이사장은 최근 귀국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지난 25일 법원에 출석해 본인이 제기한 성년후견심판 청구인으로서 가사 조사를 받은 뒤 익일인 26일 입장문을 내고 “조현범 사장이 가족도 모르게 비밀작전하듯 갑작스럽게 주식을 매매하는 욕심까지 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조현범 사장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버지 조양래 회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재차 꺼내들었다.

앞서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넘기며 사실상 후계자를 확정한 연로한 조양래 회장의 결정이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당초 조현범 사장은 2녀 2남 중 장남이자 셋째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거의 동등한 지분율을 갖고 있었지만, 조양래 회장의 전격적인 지분양도로 사실상 후계자의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 6월 30일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지분 전량을 넘겨받음에 따라 현재 42.90%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나머지 자녀들의 경우 각각 조희경 이사장이 0.83%, 조현식 부회장 19.31%, 조희원씨 10.8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희경 이사장은 성년후견신청 계기와 관련해 “조부 조홍제 회장부터 이어오는 가업을 승계하는 중요한 문제를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조 사장에게 갑자기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평소 건강한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양래 회장의 평소 모습에 관해 “아버지는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이라며 “가정에서는 가족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이고 회사에서는 준법과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경영자”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사람이 사는데 지나치게 많은 돈은 필요 없고 너무 많은 부가 한 개인에게 집중되면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가난한 사람과 그 부를 나눌 때 모두가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믿으셨다”면서 “‘어렵게 번 돈은 낭비하지 말고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고 본인도 항상 검소하게 생활했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특히 이사장은 “기업이 성장하려면 능력 있는 사람을 키우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던 아버지가 최근 들어서는 화려한 신사옥과 연구소 건물이 조현범 사장의 큰 치적인 것처럼 자랑하는 것을 보면서 주변에서 다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 및 입장발표 직후 조양래 회장이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맞불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해선 “아버지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아버지는 입장문에 나온 어법과 내용으로 평상시 말씀하지 않는다”면서 “이처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아버지의 의견인 것처럼 모든 일을 조종하는 것이 현실이고 문제”라고 사실상 조현범 사장이 조양래 회장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현범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해선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아버지와 달리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는 임원만 곁에 두는 경영 스타일 때문에 능력 있는 직원이 많이 퇴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소기업 사명 갈취 논란의 배후도 조현범?

그는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된 지주사 사명변경과 관련해 “사내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조 사장이 독단적으로 관철해 생긴 불상사라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명 변경 2년이 채 안 된 최근, 먼저 이름을 사용하고 있던 동명의 중소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사명 변경을 재추진 중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최근 신규 사명으로 ‘에이치티지한국테크놀러지그룹’과 ‘에이치티지한국’을 가등기했다. 상호 가등기는 변경 예정 또는 검토 중인 상호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러면서도 ‘현재 사명을 지키기 위한 법적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테크놀로지[053590]’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을 상호명 문제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상호 사용 금지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들이 수용하지 않고 상호를 지속적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다는 게 ▲한국테크놀로지의 주장이었다.

앞선 5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의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간판,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 등에 상호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지난 13일 기각했다. 사실상 법원의 판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상호명을 써왔던 셈이다.

이후 법원은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제기한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회사 공식 홈페이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제재를 가했다. 홈페이지는 지난달 26일부터 폐쇄됐다가 운영이 재개된 현재까지도 메인화면에 기존 상호명을 노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법원 집행관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판교 본사를 찾아 강제 집행에 나서기도 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우선 성년 후견 심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전월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차녀 조희원씨도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근로자 사망사건 관련, 2017 10 26일자 JTBC보도화면 캡처

수년간 반복되는 유사사고…경영진 재판·집안싸움 집중이 원인?

한편, 일각에선 회사의 경영을 책임져야할 오너일가가 승계구도를 둘러싼 전쟁에 돌입해 회사일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중 기계 설비에 신체 일부가 끼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다친 사고가 알려지면서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통과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한편 한국타이어가 노동자 인명 사고 대처 마련을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와 관련해 비슷한 사건이 수차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충북 금산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형식의 기계 설비에 끼여 숨진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34살 A씨는 끊어진 고무를 손으로 집어 벨트 위로 올리던 중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 변을 당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지난 18일 오후 3시 37분께 47살 노동자 B씨가 비슷한 타이어 성형 설비에 머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설비와 설비가 포함된 공정 라인에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문제의 사고발생 트럭 타이어 성형 설비에는 3개의 센서가 부착 돼 있다. 사람이 기계에 다가갈 경우 설비가 자동으로 정지하게 돼 있지만 B씨는 머리부터 가슴까지 빨려 들어가 압착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생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전 센서를 끄고 수동화 모드에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 압박이 과중한 상황에서도 회사차원의 관심과 대처가 전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아울러 한국타이어 측이 이처럼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에 소홀해진 배경으로는 사측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조현범 사장의 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과 그룹의 승계후도를 둘러싼 암투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조현범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납품업체로부터 매월 수백만 원씩 모두 6억1500만 원을 수취하고, 관계사 자금 2억63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기소된 바 있다. 지난 4월 개최된 1심에서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6월 한국타이어는 조현범·이수일 각자대표 체제에서 이수일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문제는 향후 조현범 사장이 2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될 경우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장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 배임 등을 자행한 경영진은 복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현범 사장이 근로자들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재판과 경영권 싸움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rladmsqo052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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