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논란’ 자초한 이준석…“민주당 홍보미디어 선대본부장인가?”

‘패싱 논란’ 자초한 이준석…“민주당 홍보미디어 선대본부장인가?”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11.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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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MBN 종편 10주년·개국 27주년 국민보고대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초선의원들과 ‘폭탄주 회동’을 한 다음날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당 안팎에선 비판적인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정권교체’에 앞장서기보다 자기정치를 위해 당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를 깎아내리는 등 분란만 일으킨다는 비판이다.

‘패싱 논란’에 불만 토로한 이준석…폭탄주 회동 뒤 공식 일정 모두 취소

3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는 전날(29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강대식·김용판·김승수·엄태영·유상범 의원 등 초선 의원 5명과 함께 폭탄주 회동을 했다고 한다. 이날 폭탄주 회동은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50분께까지 약 2시간 20분 간 진행됐는데, 이 대표는 술자리가 한창이던 이날 오후 8시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8시 45분께엔 “^_^p”라는 이모티콘을 남겼는데, 이는 엄지를 거꾸로 내린 모양으로 해석됐고, 30일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

이 대표는 폭탄주 회동에 앞서 사전에 선거대책위원회 일정을 공유 받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9일 오후 3시 16분께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및 이 대표 등과 세종을 찾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게재한 뒤 “이렇게 기사를 낸 다음에 언론에서 저한테 세종 일정 가냐고 문의가 온 다음에 오후에야 실무진에게 연락이 왔다. 당연히 월요일 일정이 가득한 저는 못간다”고 했다.

이 대표는 “후보 일정을 저에게 미리 보고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도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는 거다. 저랑 월요일 약속 잡혀있는 사람들은 기사보고 일정 바뀌었냐고 문의오고, 안가면 갑자기 안 간 것처럼 돼서 당내 분란을 획책하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주고, 이준석 일정을 이준석에게 미리 물어보기만 하면 해결된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선대위 출범 첫날인데 또 왜 제가 이런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그냥 저에게 요청하는 일정은 사전에 상의하겠다고 하면 되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선대위 영입 반대 및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 구상 등이 무산됨에 따라 안 그래도 정치권에선 ‘이준석 패싱’ 논란이 가열되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 자신의 일정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으니 속이 상해 폭탄주를 들이켰을 수도 있다.

‘尹, 정치 잘 모른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육아 등에 대해 조언해야’…“남의 상처까지 약점으로 삼아 잔인하게 후벼 파”

다만, 당 안팎에서는 ‘패싱 논란’을 자초한 건 이 대표 본인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무우선권이 대선후보에 있음에도 이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펼치거나, 윤석열 후보가 영입에 공을 들인 이수정 교수의 영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가하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겨냥해선 “전투 지휘 능력과 관련해 실적이 있지 않다”며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자당 대선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우리 후보(윤석열 후보)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검찰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해오면서 정치를 잘 모른다”며, 자당 대선후보를 깎아내렸다.

나아가 “(윤 후보가)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으로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우리 당 대선후보란 중책을 맡게 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후보가 항상 당에 의지하는 게 많고 특히 후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여성정책이라든지 아니면 가정, ‘육아’ 이런 특별한 영역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우리 여성위원회가 주도해서 후보에게 조언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윤 후보가 자녀가 없어 육아 등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 여성위가 여성정책에 대해서 조언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는 과거 유산경험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와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의 출산 경험유무를 비교해 논란이 인 바 있는데, 당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페북을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윤 후보와 김건희씨는 본인들이 원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아니다. 과거 김건희씨는 임신을 한 적이 있고, 당시에 윤 후보는 ‘아이가 태어나면 업고 출근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기뻐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파문이 커졌을 당시 김건희씨는 크게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윤 후보 부부는 아이를 낳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냉혹하고, 선거판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의 상처까지 약점으로 삼아 잔인하게 후벼 파도 되는 것이냐.”

‘윤 후보가 자녀가 없어 육아 등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이 대표의 발언 또한 듣기에 따라 ‘남의 상처까지 약점으로 삼아 잔인하게 후벼 판’ 것일 수도 있다.

“이준석은 민주당 홍보미디어 선대본부장인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당 대선후보를 깎아내리기 일쑤고, 당무우선권이 대선후보에게 있음에도 자기정치를 내려놓지 않고 있으며, 특히 대선후보의 상처를 후벼 판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할 말 있어요’ 게시판에는 이 대표를 성토하는 글들이 도배되고 있다.


한 게시자는 “이준석은 민주당 홍보미디어 선대본부장인가? 방송사 돌면서 윤석열 후보를 씹어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30일자 페북에서 “일도 안하면서 왜 당 대표자리는 꿰차고 있는지? 그동안 하는 일이라곤 SNS와 온갖 방송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윤석열 후보 뒤통수치기뿐!”이라며 “이 위중한 시기에 2030의 기대를 박살내고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이 땀 흘려 지은 농사에 불을 지르다니”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중대결심 그런 거 안 해도 상관없고, 그냥 푹 쉬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중점을 두고 있는 2030세대의 활동이 활발한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도 이날 당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 인선 구성에 사사건건 개입하더니, 선대위가 공식출범한 지난 29일 초선의원 5명과 폭탄주 회동을 가진 것도 모자라 페북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듯한 조롱의 글을 올렸으며, 다음 날인 30일 ‘보이콧’이라는 사상초유의 파열음을 낳게 했다”며 “이 대표가 경선과정에서 편향된 위치에서 윤 후보에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선 후보가 결정된 후엔 원팀으로서 정권교체란 대의를 따라 대승적으로 윤 후보를 도울 것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대표에게 중요한건 정권교체가 아니었던 것 같다.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도 윤석열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정권교체에 앞장서기보다 오히려 자기정치를 펼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언론과 당의 소통창구를 이용하는 구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표, 한 표가 중차대한 대선정국에서 윤 후보를 위해 발 벗고 뛰어도 모자랄 판에 계속 후보와 대립하고 잡음을 일으키며, 모든 이슈를 선점해 민주당의 적폐를 다 가려버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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