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원하는데…‘엘리트 기득권’ 대변하는 국민의힘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1-06-20 10: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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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 중인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인천의 한 병원에서 정식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대리 수술을 하거나 서울의 한 병원에선 의사가 마취상태인 환자를 성추행하는 등 수술실에서의 비윤리적 행위에 따른 ‘수술실 CCTV’ 설치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범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사안인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진행 중인데,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제1야당 당대표로 선출되는 등 여의도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수술실 CCTV 설치 유보’ 입장을 드러내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기존 국민의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80.1% 찬성…반발하는 의료계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80.1%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반대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요구가 있어왔다.

환자 등 피해자가 의료사고에 대한 인과관계를 직접 규명해야 하는데, 의사 및 병원 측이 잡아떼면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에 객관적 정보 제공을 담보하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상당수 의사 및 병원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한다.

이들은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를 위축시켜 방어적인 치료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의사와 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 이어 18일에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잇따라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문을 내놨다.

이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개인 정보 유출과 의료진의 집중력 저하,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조장해 의료의 질을 저하할 우려가 크다”면서 “의사를 비롯한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 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일탈 행위로 마음먹은 사람은 CCTV가 있어도 편법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술실 CCTV 의무화 정책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수술 집도자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진의 활동에 방해받는 요소는 단호하게 배격돼야 한다”며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 수술을 예방하고, 의료 사고 시 분쟁 해결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의료계 비윤리적 행위…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자초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 및 병원이 대리수술을 하고, 성추행을 자행하는 것을 문제 삼아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이들의 주장대로 의료인에 대한 인권침해일수도 있다.


그런데 마취상태에서 성추행을 당한 환자의 인권은? 잘못된 대리수술로 인해 환자가 목숨을 잃는다면?

수술실 내 CCTV 설치라는 범국민적 여론을 자초한 건 의사와 병원이 아니던가. 대한민국 엘리트 계층이라는 그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을 자초한 게 아닌가.

국민이 원하는 건 의료인들의 인권침해나 진료를 위축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의료사고 시 법정에서 다퉈볼 수 있는 최소한의 객관적 정보인 것이다. 

이준석 “CCTV 보급되면 의사들 소극적”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제1야당 당대표로 선출되는 등 여의도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준석 대표는 지난 14일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실 CCTV가 만약에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을 규명해내기 위한 어떤 목적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순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하지만 저는 사회적으로 좀 더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수술실 CCTV가 사실상 보급되면 의료행위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며 “과연 국민의 건강에 있어서 더 긍정적인 방향성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청취해보고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의 순기능은 인정하지만 사회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입장을 유보한 것이다.

이재명 “엘리트 기득권 대변, 달라진 게 없다…사고 방지위한 국가의 역할”

이 대표의 이러한 입장 유보는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기존 국민의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2019년 경기도내 공공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자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당선으로 할 일은 하는 정치를 기대해온 시민들 바람과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답변”이라며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국민 80% 이상이 압도적으로 동의하시는 법안이자 오랜 기간 토론의 과정을 거친 사안”이라며 “수술실의 의료행위는 단 한 번의 사고로 국민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문제로, 국민께서는 그 단 한 번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 행위가 소극적이 될 거라는 (이 대표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고 소극 운전하느냐’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의 일침이 바로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CCTV가 소극 보육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수술실 CCTV는 오히려 양심적이고 불법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 덧붙였다.

‘엘리트 기득권 대변’이라는 이 지사의 일침에, 이준석 대표는 “테러방지법에 반대한 민주당에게 ‘그러면 테러를 옹호하는 거냐’라고 말하는 것이 바보 같은 공격인 것처럼 수술실 CCTV 문제에 신중하자는 입장에 ‘불법 의료나 성추행을 묵인하자는 거냐’로 받아친다면 이건 정치의 희화화”라고 반박했다.

과거처럼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국민의힘→기득권의힘'

수술실 CCTV 설치 문제에 신중하자는 제1야당 대표. 그런데 얼마나 더 신중해야하고, 얼마나 더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지난 2015년 19대 국회에서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대표발의했다. 2014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한 사실이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여고생이 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수술실 CCTV에 대한 여론이 커지면서 이를 대표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되고 폐기됐다.

또한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고(故) 권대희씨가 안면윤곽 수술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의사가 수술을 다 마치지 않고 다른 수술실로 이동하거나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지혈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도 CCTV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 폐기됐다.

최근엔 정식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대리 수술을 하거나 의사가 마취상태인 환자를 성추행하는 등 수술실에서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언로 보도가 잇따르자, 다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21대 국회에서 힘을 받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주장대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은 맞지만, 과거처럼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1야당이 당명대로 ‘진짜 국민의힘’을 보여주려면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를 이뤄냈던 것처럼 대변할 대상도 ‘엘리트 기득권→국민’으로 교체해야 한다.

당명은 국민의힘인데 그들이 대변하는 건 엘리트 기득권인 것이야말로 ‘정치의 희화화’ 아닌가. 그럴 거면 ‘기득권의힘’으로 당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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