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일문일답…피해자 “박영선 캠프에 나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 많아”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일문일답…피해자 “박영선 캠프에 나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 많아”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3.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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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행사에 참여해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직접 나서게 된 계기는?

피해자=(성폭력)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상처를 준 정당에서 서울시장이 선출되는 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든다. 후회가 덜한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 제가 말을 하고 어떤 결과가 생기고, 말을 안 하고 어떤 결과가 생겼을 때 그 후회의 무게를 더 가벼운 쪽으로 선택을 했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

- 피해 사실을 밝히고 나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피해자=첫 번째는 신상 노출에 관한 내용이다. 저는 수사기관에서 가명으로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시장)지지자들의 2차 가해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두 번째는 저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이 2차 가해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터에서 소명을 다해 열심히 일했던 순간들이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의해 성폭력)피해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이유로 사용되는 것에 유감스럽다.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폭력 피해사실을 인정한데 대한 의의가 크다고 보는지?

피해자=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7월 이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실체적 진실을 밝혀냈다고 생각한다. 인권위에서 판단받기로 저의 일방적 주장뿐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들 그리고 참고인들 진술 등에 비춰 (성폭력 피해)사실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당시에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 인권위 결정 있고 나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과했는데, 이 사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피해자=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께서도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 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고, (박 전 시장에 대해)님의 뜻을 기억하겠다고 했으며, 당원 투표로 결국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 그리고 지금 (박영선 후보)선거캠프에는 저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질문을 해주시는 기자분들께서는 한번 상대방에게 여쭤봐 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님께서도 저에게 조언해주셨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제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 진정성 있는 사과의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피해자=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과 방법으로는 민주당에서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저를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했던 그 의원들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 또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제가 지난 1월에도 (박 전 시장 성폭력 피소 사실을 유출한)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분으로 인한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다. 저는 그분께서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

- 사과를 요청하는 것 외에 향후 추가 계획이 있는지?

피해자=저의 말하기는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이 들고, 그 분들이 이제 조치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오늘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를 준비하면서 제일 곱씹었던 질문은 이대로 괜찮나, 보궐선거도 그렇고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이었다”면서 “결론은 괜찮지가 않았다. 이대로 멈출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송란희 대표는 “함께 멈춰서 성찰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성평등한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고, 오늘 저희들이 말하기가 선거 국면이라는 이유로 오독되거나 퇴색되지 않도록 온전히 널리 퍼져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오늘 이후 또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어떤 공격이 있을지 저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인데, 혹시라도 모를 피해자에 대한 다른 공격들을 같이 염려해주시고, 같이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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