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마사회장 욕설 파문…갑질인가? 회장 길들이기 인가?

김우남 마사회장 욕설 파문…갑질인가? 회장 길들이기 인가?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1.04.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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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말 산업 종사자들 “내부 싸움 멈추고 업계 시황 개선 촉구”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에 치명상을 입은 한국마사회가 회장의 욕설, 갑질 파문까지 알려지면서 겹악재를 겪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지난 2월 회장으로 취임한 김우남 마사회장은 측근 채용 강요, 욕설 등 온갖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마사회의 경영 정상화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복수의 마사회 노조는 김우남 회장 사퇴 여부에 찬반 의견이 나뉘면서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고, 아울러 마사회 안팎에서는 이번 욕설, 갑질 파문이 신임 회장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마사회를 둘러싼 김우남 회장의 욕설 파문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회장 길들이기 의구심에 대해 짚어봤다.

 

▲김우남 마사회장 (사진=연합뉴스)

김우남 마사회장, 폭언·욕설 논란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김우남 회장은 지난달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을 지냈던 오모씨를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마사회 인사 담당 간부 등이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를 이유로 특별전형 방식의 채용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김 회장이 인사 담당자 등에게 욕설과 막말을 했다는 것이다.

마사회 내부 규정에는 회장이 운전기사와 비서실 직원을 직접 채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작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 조항에 대해 채용 비리 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개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인사 담당자는 김 회장에게 권익위의 개선 권고사항을 보고한 것인데, 김 회장이 화를 내며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인사 담당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의견을 물었으나 “특별채용을 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고, 해당 내용을 김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안 된다는 결론을 왜 내? 이 XX가 넌 이것만 해도 벌을 받아야 돼” “이 XX야 내가 저 12년 국회의원을 자식아 그냥 한 줄 알아? XX야” 등의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의 욕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돼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논란발생 하루 만인 지난 14일 “즉시 감찰을 실시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김 회장은 그제서야 마사회 사내 게시판에 “부끄럽고 잘못된 언행으로 실망을 안겨드려 국민께 죄송하다”며 “상처받은 임직원들께도 사죄한다”는 글을 자필 서명과 함께 올렸다.
 


한국마사회 노조, 김우남 회장 즉각 사퇴 촉구

김우남 회장은 제17~19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제주 제주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올해 2월 마사회장에 취임했는데,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욕설 파문에 휩싸인 것이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의 사과에도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김 회장의 ‘채용비리’, ‘욕설·폭언’ 등을 강조하며 “버틸수록 욕먹는 것은 김 회장을 그 자리에 보낸 그 누군가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복 한국마사회 노조 위원장은 “본 건의 본질은 공기업 수장이라는 사람이 부당한 채용지시와 함께 이를 만류하는 직원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쏟아낸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긴 말이 필요한가? 회장은 부당 지시 욕설과 폭언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적폐사업을 직원 길들이기의 도구로 사용하여 스스로 적폐가 되는 선택을 했다”면서 “마사회가 경영위기에 처해있고 온라인 발매 법제화 등의 현안 해결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조직 구성원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를 못 본 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일련의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자진사퇴가 아니라면 이 형편없는 불량 낙하산의 수거를 임명권자에게 직접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마사회 노조는 김우남 회장 내정 당시에도 마사회장의 자리에 ‘부적격하다’는 이유로 회장 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한우리노조·경마공원노조 “내부 개혁이 우선”

이처럼 한국마사회 노조가 김우남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한우리노조와 경마공원노조 등은 지난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회장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마사회 개혁에 집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노총 소속인 한국마사회 노조의 주장과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는 것으로, 노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한우리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지난 2014년 현명관 회장 이후 채용된 모든 직원들이 공정하게 절차에 맞춰 채용됐는지 전수 조사하기를 바란다”며 “임직원의 친인척이 채용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사회 소속 모든 정규직과 협력업체 하위 직급의 근로자들 대상으로 막말·갑질 재발방지 대책 설립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김 회장에 대한 여론몰이 인민재판을 중단하고 회장의 인사권이나 정부의 인사권을 말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 본관 (사진=연합뉴스)

말 산업계 “내부 투쟁 중단하고 업계 종사자 위해 힘써라”

마사회 경마유관단체들은 마사회장의 욕설 파문과 노조들 사이에서의 온도차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내부 투쟁 중단하고 업계 종사자를 위해 힘쓰라”라고 촉구했다.

마주협회 등으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식품수산부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경마축산업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경마축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마사회 직원이 김우남 마사회장 발언을 외부에 폭로한 행태에 대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발권 법제화와 말 산업 발전을 위한 근본적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특히 경주마 생산자협회 등 경마유관단체들은 마사회 내분에 대해 즉시 중지할 것을 주문했다.

즉 내부 다툼을 중단하고 위기에 처한 말 산업계를 되살릴 방안을 고안하라는 것이다.

현재 말 산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마산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존폐여부조차 불확실한 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인데, 내부 알력투쟁에 골몰할 때가 아니라는 것.

김우남 회장 폭언 녹취록, 신임 회장 길들이기?

한편에서는 이번 마사회장 욕설 파문 녹취록을 두고 마사회 간부급 직원들의 계획된 ‘신임 회장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뉴스클레임>은 “김우남 회장의 이번 욕설 파문은 마사회 간부직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우남 회장의 직원 막말 의혹에 대해 간부급 직원들의 계획된 회장 길들이기로, 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뉴스클레임>은 전했다.

한 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뉴스클레임>에 “김우남 회장이 취임 당시 마사회 내부 개혁과 각종 비리 청산을 강조하자, 고위 간부들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김우남 회장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녹취한 것 같다”며 “김 회장의 폭언 조사와 별개로 고위 간부들의 진상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사화 내규 상 회장의 재량으로 비서실장을 채용할 수 있다”며 “측근 채용이 국민권익위 권고 사항일 뿐 불법 행위는 아니며 오랜 관례였다”고 주장했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daum.net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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