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이후 조국, '마이웨이' 행보…의미는?

패스트트랙 이후 조국, '마이웨이' 행보…의미는?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4.30 16:3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조성준 기자= 지난 1월 페이스북 활동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던 조국 민정수석이 선거법과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를 계기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자중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조 수석은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가 시작된 30일에도 환영의 메시지를 올리며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의 법제화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전을 통해 자신의 과업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 시국에서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판단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선 출마용 존재감 부각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 수석은 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소식이 이어진 직후 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공수처법 관련 바른미래당의 막판 요청까지 수용된 것으로 의회주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조 수석은 26일엔 국회법 일부를 올리며 회의 진행을 방해할 경우 받는 형사 처벌 조항을 게재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결사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한국당을 겨냥한 글이다.
 

또 27일에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의 시간’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크랜베리스의 '좀비(Zombie)' 노래를 공유했다. 이밖에도 린킨파크의 '인 디 앤드(In The End)', 드렁큰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 공연 링크도 공개했다.
 

특별감찰반 비위 논란 당시 '노 서렌더(No Surrender)' 노래를 통해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간접 발신한 바 있어 이번 선곡에도 주목됐다. 조 수석은 29일 기자와 만나 "오래 전부터 (노래를) 올린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28일에는 패스트트랙에 대한 국회사무처, 민주당, 정의당 입장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지지 메시지를 에둘러 발신했다.
 

29일에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들고 민주화 운동을 벌이던 시위대 사진과 최근 자유한국당의 장외 집회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조 수석은 그러면서 "일견 비슷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투쟁'의 목표, 주체, 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고 적었다.
 

닷새간 벌어진 여야 극한 대치 국면에서 쉼 없이 올라온 페이스북 글에 여권 내부에서는 속앓이만 하는 분위기다. 도리어 야당을 자극해 괜한 공격 여지를 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조 수석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수석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조 수석은 공수처를 자신의 과업으로 생각해 완전히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러워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수석의 SNS가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보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청와대 입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야당은 비난의 목소리를 가일층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조 수석의 오지랖 넓은 안내 의도는 우리당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를 겁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도 "조 수석의 행동은 평소 청와대가 얼마나 국회를 우습게 아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두들겨 맞으면서라도 가겠다'는 소신을 밝히며 자신의 필업이라고 생각했던 공수처법 처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국회를 압박해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들이 이번 메시지에 담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국은 촛불정권의 상징"이라며 "지난 정권의 민정수석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과 감찰권을 앞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조국은 페이스북 메시지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본인이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자기의 과제수행에 있어서 꼭 필요할 때라 여겼기 때문에 지금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여야 대치 정국에서 이렇게 드러내놓고 여론전을 펴는 것과 관련해 이번 공수처법 처리를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함께했던 1기 멤버인 그는 가장 오래된 참모로 꼽힌다. 물론 검찰개혁의 중책을 맡고 있어 그간 인사 대상자에서 배제됐지만, 패스트트랙을 통해 사법개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일선 역할을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 내부에서는 부산·경남(PK) 구원투수로 '조국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만큼 나름의 총선 준비용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조 수석 차출론에 대해  "(그가) 영원히 (민정수석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당으로서도 청와대로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