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 후 피상속인의 재산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나 4촌이하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된다. 즉 배우자를 제외하면 피를 나눈 가족만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도 상속인의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법률 용어로는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한다.
대습상속은 법정 상속권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 결격자가 되어 상속할 수 없는 경우, 그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아버지가 돌아가시 전 아들이 먼저 사망했다면 아버지의 사망 후 재산은 아들을 대신해 아들의 배우자와 그 자녀에게 상속 지위가 대물림된다는 뜻이다. 만일 아들 내외에게 자녀가 없다면 시아버지의 재산은 며느리가 상속재산을 물려받는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구 수명이 늘어나 대습상속에 관한 분쟁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자신이 대습상속인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할 수 없기에 이번 시간에는 대습상속과 관련되어 꼭 알아야 하는 주의사항과 분쟁 시 해결책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아들을 두고 있는 A 씨는 몇 해전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과 사별 후 시댁과는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자신과 아들이 대습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어머니는 현재 치매를 앓고 있고 시누이 중 1명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남편 사망 후 연락도 끊고 지냈는데, 대습상속으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시누이가 재산을 다 처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시어머니의 사망 후 상속인의 지위는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 상속인이 된다. 만일 배우자 즉 시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면 상속인은 시어머니의 자녀들이고, 자녀의 수에 따라 1/N로 상속분을 나누게 된다. 그런데 자녀 중 아들이 이미 사망했다면 그 며느리와 아들이 남편의 상속분을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누어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의 재산이 10억이고 자녀가 둘이라면 원칙적으로는 절반인 5억씩 나누면 되는데, 남편의 상속분 5억에 대해 며느리와 아들이 대습상속의 지위에 있으므로 배우자와 자녀의 법정 상속 비율인 1.5:1로 5억을 나누게 된다. 즉 며느리는 3억을, 아들 그러니까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자면 손자는 2억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속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렇게 법정 비율대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기 때문인데 만일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시누이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다.
특히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증여가 진행된 것으로 보아 며느리 입장에서는 증여 무효 소송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만일 증여 무효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유류분 청구는 시어머니가 전 재산을 시누이에게 증여하더라도 남편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1/2에 다시 절반, 즉 1/4에 대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속은 피상속인이 가지고 있던 채무도 해당한다. 원치 않은 채무를 상속받지 않으려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대습상속의 경우에도 채무 상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상속전문변호사인 카라 법률사무소의 유지은 대표 변호사를 찾은 채무 상속 관련 법률상담을 구한 한 사례자에 따르면 작은 아버지가 사망한 후 그의 주변인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통해 채무변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사례자의 경우는 작은 아버지 사망 전 아버지가 먼저 사망한 상태라 작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지 못했다. 결국 작은 아버지의 주변 가족들이 모두 상속 포기를 하다 보니 상속 포기를 하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작은 아버지 채무 상속이 이루어졌고 아버지의 사망으로 대습상속인이 된 사례자가 졸지에 작은 아버지의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억울해한 경우이다.
실제로 채무 상속의 경우 아버지가 일찍 사망하게 되면 친인척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대습상속에 의해 친인척의 채무를 상속받게 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억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민법은 특별 한정 승인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는데, 민법상 규정된 상속 승인과 포기 기간을 살펴보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이내에 단순 승인이나 포기를 하면 그 효과에 따라서 채무가 승계되거나 면제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 절차를 통해 채무 상속을 피할 수 있다.
대습상속은 실제 사안에 따라 상속재산분할에 있어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상속전문변호사와 상담하여 대응해야 한다.
더퍼블릭 / 김미희 thepublic3151@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