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가 봉인가? 불자동차 원인, ‘BMW 설계 결함’으로 드러나…연일 화재에 “행정 조치 시급”

한국 소비자가 봉인가? 불자동차 원인, ‘BMW 설계 결함’으로 드러나…연일 화재에 “행정 조치 시급”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1.12.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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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보고서 뒷북 공개에…국토부-BMW 짬짜미 의혹도

 

지난 2016년 시작된 BMW차량의 잇따른 화재 원인을 밝힌 민관합동조사 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BMW의 영업 비밀과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국내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대변해야 할 정부 기관이 언론의 보도 이후 자료를 공개하면서 완성차 기업의 입장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는 없었다.

차량 화재 피해자들은 BMW 측에 손해배상청구 집단 소송을 제기한지 3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BMW 측은 연일 발생하는 차량 화재와 숨겨왔던 ‘설계 결함’이 드러났음에도 추가 조치 없이 리콜만 반복하고 있어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최근 공개된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 보고서와 집단소송, 업계 안팎의 지적에 대해 짚어봤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화재 조사 결과 보고서’ 보도되자…뒤늦게 공개한 국토부

14일자 ‘MBC’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홍페이지에 BMW의 화재 원인을 밝힌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 보고서가 게시됐다.

MBC 측은 국토부가 지난 3년 동안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다가 단독 입수해 보도하자 뒤늦게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BMW화재의 원인은 ‘EGR 쿨러’의 열용량 부족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발생했던 화재 사고는 설계상의 결함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단순히 부품을 교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BMW의 엔진과 운전조건에서 EGR은 과다하게 사용되는데, 쿨러는 상대적으로 열용량이 부족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즉, EGR 쿨러가 배기가스 온도를 낮추기엔 너무 작게 설계돼, 열을 식히지 못한다는 것.

당시 조사단의 실험 영상을 보면, EGR 쿨러를 개선품으로 교체한 차량에서도 동일하게 냉각수가 끓어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리콜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안되기 때문에, 설계 결함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부품만 교체하는 리콜을 6차례나 승인하면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BMW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그동안 BMW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점과 영업 비밀 등이 다수 담겨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갑작스레 보고서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2000명이 넘는 집단 소송뿐만 아니라, 현재도 50건이 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관계된 시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언론의 보도를 통해 해당 보고서가 공개되자 질책을 받을까 급하게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BMW 차에 대한 사용중지를 명령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강도 높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BMW를 엄중히 제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BMW 차량 화재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보고서


화재사건 피해자 3000명 달하는데…3년째 1심 판결도 무소식


이처럼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화재 피해 차주들의 피해보상 재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2018년부터 잇따른 차량 화재로 국토교통부로부터 형사 고발과 함께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 받은 BMW는 화재피해자들과 여전히 법정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소비자 3000여 명은 BMW 측에 손해배상청구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으면서 수년째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결함 은폐 등 손해배상을 해야 되는 이유가 명확한 데도 BMW가 계속해서 배상 이유를 물어 재판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서를 법원에 제출하자 BMW 측에서 비공개를 요구하는 등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서가 공개되면서 재판부의 판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BMW는 지난 2015년 10월 BMW 독일 본사에서 EGR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아울러 BMW 내부보고서에 EGR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실도 파악했다.

BMW가 동일 엔진, 동일 EGR을 사용한 일부 차량에 대해 리콜하지 않다가 조사단이 해명을 요구한 후에야 뒤늦게 추가 리콜한 것도 이미 EGR결함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당시 조사단은 “2018년 4월 BMW가 실시한 환경부 리콜은 현재 진행 중인 국토부 리콜과 그 원인 및 방법이 완전히 동일한데 적어도 그 시점에는 국토부 리콜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콜이 실시되기 이전인 2018년 상반기 제출 의무가 있었던 EGR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자료를 최대 153일 지연해 리콜 이후인 같은 해 9월에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결함을 은폐하려고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즉, BMW 측이 판매했던 차량이 화재에 취약한 결함이 있었고 해당 결함에 대해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하면서 늑장대응을 했다는 것.

BMW 화재 집단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해온은 지난달 15일 입장문을 통해 “BMW 화재 소송이 시작된 지 4년 째 됐지만 선고가 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청문회에서 사과와 함께 보상을 약속한 BMW 측이 재판 과정에서 시간 지연 등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아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경남 창원시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주차돼 있던 BMW 520d 모델에서 발생한 화재


BMW 연일 화재에…업계 행정 조치 시급

BMW 차량 화재 피해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도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행정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시 한 도로를 주행 중이던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차량을 모두 태운 뒤 10여 분만에 진화됐다.

당시 운전자는 주행 중 운전석 아래로 연기가 올라온다며 119에 신고한 후 급히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2014년식 BMW 520d 모델로, 현재 리콜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차량이다. 화재 차량을 운전한 A씨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관련 문제로 오는 22일 리콜을 받기로 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3분께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의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BMW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BMW차량은 지난 9월에도 3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경남 창원시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주차돼 있던 BMW 520d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차주 B씨는 즉시 마산 봉암동 소재 BMW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켰고, 25일 동성모터스 BMW 부산지사 본부장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당시 BMW 측은 다음 주 월요일(9월 27일) 피해보상과 조치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장 확인 후 보름이 지나도록 연락 한 통 없었다고 한다.

A씨는 “가만히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폐차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심지어 소방서 현장 조사에서 차량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제조사 측은 불구경하듯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인 차주만 해결 방법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배짱장사’를 지속해나가면서 소비자단체들까지 나서서 성토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수입차 화재사건 350건 중 절반을 넘는 183건이 BMW 차량에서 발생했다.

최근 드러난 민관합동조사단의 보고서에서도 설계 결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BMW 측은 반복적인 리콜만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정부 역시 국토교통부가 화재 사건과 관련해 BMW에 1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을 진행한 게 전부다.

미국 정부가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벌금 5조원을 부과한 반면, 우리 정부는 오히려 설계 결함을 지목한 민관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3년간 숨겨오다 지난 10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공개했다.

현재까지도 국내 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은 별다른 피해보상과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수년째 소송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BMW코리아 측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차량 화재에 대해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현행 법안으로 제재를 가하더라도 수십억 원의 벌금과 리콜 조치를 해주면 그만이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BMW 측의 조처에 소비자들과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BMW는 화재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화재 기간만 늦추는 임시방편인 리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BMW에 사용중지명령 등 적극적인 행정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BMW 화재 사태와 관련해 국토부 장관에 질의와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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