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에 이은 자회사 상장...모회사 주가는 괜찮을까

물적분할에 이은 자회사 상장...모회사 주가는 괜찮을까

  • 기자명 이현정
  • 입력 2022.01.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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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최근 2년 간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시킨 기업들의 경우 모회사의 주가는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기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 기업의 이른바 모회사 ‘쪼개기 상장’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와 관련해 기존 투자자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한 모든 모회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대표적으로는 SK케미칼의 사례인데, 2018년 2월 SK케미칼은 백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지난해 3월 18일 상장했다. 모회사인 SK케미칼 주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일에 30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26일 12만85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11개월여 만에 57.30%가 하락한 것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가 총액은 약 13조원이며 모회사 SK케미칼의 시총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에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카카오 역시 2020년과 2021년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상장시켰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각각의 상장일 당시 카카오의 주가는 14만5000원과 12만4500원을 나타냈다. 이달 26일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8만6900원으로 자회사 상장일 대비 각각 40.27%, 30.20%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야를 떼어내 2021년 5월 11일 SKIET를 상장시켰다. SKIET 상장 당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26만9000원이었으나 이달 26일 23만2000원으로 13.75%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IET가 11% 하락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LG화학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해 상장시켰다. LG화학의 지난해 1월 13일 종가는 100만원을 기록해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로 등극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6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약 40% 내려 앉았다.

이 같은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 경북대 이상훈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가치의 훼손이 발생한 것을 시장이 제대로 인식하고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물적분할 자체가 해당 사업을 투자 포인트로 보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 사업에 대한 주주권을 몰수하는 행위”라고도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쪼개기 상장’을 비판하고 나섰고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거래소 등도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물적 분할할 때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이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라 국회의 몫”이라면서도 “거래소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상장 실질 심사를 할 때 소액주주와 소통 노력을 했는지를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심사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상장 시킨 후 일어난 스톡옵션 ‘먹튀논란’과 관련해서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 준비 중인 ‘내부자 거래 사전신고제’를 언급하며 “국회에서 내부자의 주식 거래 사전 신고를 법제화하거나 상장 후 일정 기간 매각을 제한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며 “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선진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현재 상장사 임직원이 주식을 매매할 때는 사전에 감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이현정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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