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강대국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위기, 강대국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3.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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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한산한 인도 보팔의 한 거리. 2020.03.22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코로나19(COVID-19)가 신흥국을 덮치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자본이 대량으로 유출되는 등 실물경제 붕괴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4일 뉴욕타임즈(NYT)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해 “신흥국이 구매력지수를 반영한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경제위기는 세계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 공포감에 신흥국에서 자본이 탈출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경제적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제로금리를 발표한 데 이어 23일에는 무제한 자산매입 조치 등을 발표하는 등 대(對)코로나 정책에 올인하자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투자자들은 자산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아직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 또한 직격타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24개 신흥국에 순유입된 자금은 지난해 총 790억 달러(약 97조 1,000억 원)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최근 두 달 사이 700억 달러(약 86조 원)가 빠졌다. 88.6%에 달하는 금액이 단기간 내에 유출된 것이다. 이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인도다. 이미 지난해 외국인 자본은 빠져나간 데 더해 지난 24일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에 21일 간 봉쇄(lockdown) 조치를 내리며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NYT는 26일 인도 상황과 관련해 “굶주리며 죽어가는 수백만을 도외시하고 중상층은 음식과 의약품을 저장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에서 10만 크로르(약 16조 원)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투자액이 이와 비슷한 규모로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2020년 들어 3개월도 지나기 전에 1년치 투자금이 모두 날아간 셈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지만 신흥국은 그럴 여력조차 없다. 특히 신흥국들의 경우 가계·부채가 GDP를 한참 넘어서고 있는데 해외 자금까지 빠져나갈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07년 이래 신흥시장 가계 및 기업부채가 GDP의 70%에서 165%까지 뛰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은 연쇄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 내다봤다.

가장 문제시 되는 국가는 터키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터키의 외환보유고는 남아공의 절반에 그치는 등 신흥국 중 가장 부실한 수준인데다가 단기채무도 640억 달러(약 79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 충격이 더해지며 터키 리라화 화폐가치는 10%이상 급락했고, 관광업마저 주저앉은 상황이다.

지난해말 부채가 GDP의 90%에 육박하자 사실상 디폴트를 고백한 아르헨티나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IMF는 아르헨티나의 부채가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며 코로나 위기가 닥친 만큼 일부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채무를 변제받더라도 코로나19 대응책을 펼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강하다. 지난 2년간 페소가치가 3분의 2 이상 떨어진 아르헨티나는 올해 들어서만 6% 추가로 하락하는 등 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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