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난급 사고’ 낸 HDC현대산업개발…‘총체적 안전불감’에 불신 여론 팽배

홍찬영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7 1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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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에서 ‘재난급 사고’가 일어났다. 맥없이 붕괴된 아파트 외벽은 지상을 덮쳤으며, 상부에서 일하고 있던 작업자들도 추락해 총 6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시공사이기도 하다.

당시 HDC그룹의 정몽구 회장까지 현장을 방문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7개월만에 대형 사고가 재발하면서, HDC현산을 향한 불신과 안전불감증 논란은 증대되고 있다.

광주시는 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서 HDC현산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DC현산이 참여한 정비사업 곳곳에서도 시공사를 교체해 달라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HDC현산은 향후 주택사업에서 수주잔고를 채워넣는데 커다란 제동이 걸리게 됐다. HDC현산은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다. 잦은 사고로 인한 이미지 추락에 실적 역시 ‘진퇴양난’에 봉착한 셈이다.

본지는 HDC현산의 ‘재난급 사고’를 둘러싼 사안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파트 외벽 붕괴, 실종자 6명…유병규 회장 사과에도 비판 확산


▲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이 붕괴했다. 자진은 13일 오후 건물 외부에 붕괴 잔해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홍찬영 기자]지난 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시 서구 화정동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인근에 주차된 차들에 구조물이 덮쳐 차량 10여대가 매몰됐다. 388명(22개 업체)의 작업자 안전은 확인됐지만,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한 곳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6명은 추락해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 우려에 대비해 현장 안전성 점검을 마친 후, 계속해서 실종자에 대한 구조 작업을 벌였다.


사고가 일어난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의 시공사이기도 하다.

즉 불과 7개월 만에 같은 지역, 같은 시공사 공사현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12일, HDC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는 화정동 사고 현장을 찾아 사죄의 말을 올렸다.

유대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하여 피해를 보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다만 이같은 유 대표의 사과에도 국민들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학동 참사가 벌어질 때도 HDC그룹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죄의 말을 했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재연되자 ‘헛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을 쏟아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HDC현산의 안전 책임론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이번 사고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입주 일정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가 덜 마른 채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면서 하중을 견디기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광주시도 공개적 응징…“시 추진사업서 현산 배제” 


▲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현장에서 브링핑하고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도 붕괴 참사를 일으킨 HDC현산을 공개적으로 응징하고 나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붕괴사고 사흘째인 13일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사 중단 행정 명령이 내려진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5곳 현장에서 확실한 안전성 확보 없이 공사가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일정 기간 HDC현산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광주에서 진행중인 전체 건축건설 공사에 대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린데 이어, '사업 배제'까지 고려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광주시가 입찰 제한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HDC현산은 한시적으로 광주지역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시장은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학동 참사”의 장본인이기도 해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속 사고를 일으킨 점에 대해 응징 차원에서 모든 공사를 중단시키고, 나아가 앞으로 광주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참여 배제를 검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공사중지 명령은 물론이고 이후 광주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극약처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사회에서도 HDC현산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에 이은 두 번째 대형사고의 책임자"라며 "분명하고도 응당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 피해 보상과 함께, 법적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처벌 면하겠지만

이처럼 HDC현산을 향한 비판의 강도가 세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른 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에 의한 처벌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산업현장에서 후진국 수준의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추진 됐다.


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부상자 2명 이상이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 

화정동 사고가 실종자 6명 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하면, HDC현산은 중대재해법의 적용의 테두리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HDC현산은 해당 법의 시행 유예로 법 적용을 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월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법 시행이 1년 유예되면서 오는 27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대재해법에 의한 처벌은 면하더라도 HDC현산과 함께 정몽규 회장 또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올해는 정부 차원에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 주요업무 추진 계획’ 건설안전부문에서 내년 건설현장 사망자를 올해 대비 20% 감축하는 걸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 1~11월 건설현장 사망자가 총 401명에 달했는데 올해는 300명대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 1월 중대재해법까지 예고되면서, 각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수칙 강화에 더욱 열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HDC현산의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처벌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향후 정비사업 차질 불가피…곳곳서 ‘시공사 해지’ 목소리도
 

 


이같은 재난급 사고의 재발로 HDC현산은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향후 사업에서도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

우선 당장 이번 사고로 예비입주자들의 입주에 차질을 빚게되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입주지연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 조사결과 201동이나 전체 동 철거 후 재건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될 경우에는 지금까지 공사에 투입됐던 비용은 손실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향후의 정비사업 행보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앞으로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이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미 HDC현산이 정비사업에 참여한 구역 곳곳에서는 조합원들의 술렁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 사업은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 6만2천557㎡에 들어서는 재건축 사업으로 지하 3층∼지상 32층, 1천305가구 규모의 공동 주택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에 뛰어든 HDC현산은 해당 사업을 따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조합원들은 HDC현산을 향한 우려와 불신의 목소리를 담은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HDC현산이 시공을 맡은 광주 공사 현장이 모두 정지됨에 따라 관양동 재건축 사업 역시 정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여기에 두 번의 재난급 사고를 낸 HDC현산의 시공을 당췌 믿을 수 없는 게 조합원들의 목소리다.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던 정비구역에서도 시공사를 해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정식 조합 총회를 개최한 뒤, HDC현산과 시공 계약 해지 절차를 밝을 것으로 전해졌다.

운암3단지는 HDC현산과 GS건설, 한화건설 3사가 수주한 재건축 사업지로 총 3214가구 규모로, 현재 철거까지 완료된 상태다.

HDC현산은 대부분의 매출을 주택 및 일반건축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2020년 주택사업 매출비중은 85.2%였고, 작년 3분기 기준 86.4%다.

즉 주택사업은 HDC현산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실적의 향방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버리게 된 셈이다. 주택 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고르는 기준의 첫 번째 요소가 무엇보다 건설사의 이미지라는 것은 두 번 말하면 입아프다. 

 

대형사고를 연달아 낸 HDC현산이 빠른 시일 내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난급 사고’가 건설업계를 뒤흔든 만큼, 둘러싼 쟁점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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