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편법 승계’ 정조준?…국세청, '벽산그룹-KPX그룹-사조산업' 특별 세무조사 착수

‘일감 몰아주기·편법 승계’ 정조준?…국세청, '벽산그룹-KPX그룹-사조산업' 특별 세무조사 착수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9.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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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통해 승계 자금 마련

최근 국내 중견기업들이 연이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의 세무조사가 잇따르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곳으로, 일반·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편법 승계 등 특별 세무조사만을 전담하는 부서다.

근래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들은 과거부터 과도한 일감몰아주기와 계열사간 내부거래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경영권 승계’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곳이다.

이에 <본지>는 최근 특별 세무조사를 받는 벽산그룹과 KPX그룹, 사조산업의 논란들에 대해 짚어봤다.

 

국세청, 벽산그룹 ‘내부거래·편법승계’ 정조준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중구 벽산그룹 사옥에 인력을 투입해 세무 관련 자료들을 예치했다. ㈜벽산과 함께 벽산의 최대주주인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이하 벽산엘티씨)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조사4국이 벽산그룹 내에서 이뤄진 내부거래를 통한 부의 대물림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특별 세무조사에선 그룹 내 건축자재와 난방장치 도매업을 영위하는 벽산엘티씨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벽산엘티씨는 벽산 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로,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의 장남 김성식 벽산 사장과 차남 김찬식 벽산 부사장 형제와 김성식 사장의 세 자녀인 주리·태인·태현씨 등 벽산가 3세와 4세 5명이 각각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벽산엘티씨는 지난 2010년 설립 직후부터 그룹 계열사의 일감이 집중됐던 곳이다. 특히 설립 3년차인 2013년에는 내부 거래 비중이 94.18%에 달하면서 과도한 일감몰아주기 특혜를 받았다.

벽산엘티씨는 최근까지도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이어오면서 90%대 내부거래율을 유지하고 있다.

벽산엘티씨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96.22% ▲2015년 95.39% ▲2016년 94.23% ▲2017년 90.02% ▲2018년 97.22% ▲2019년 93.69% ▲2020년 96.69% ▲2021년 97.44%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종업원 수 5명, 자본금 5000만원인 소기업에 해당하지만 매년 특수관계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그룹 경영권 지분 승계에 활용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 결과, 벽산엘티씨는 현재 그룹 지주사인 벽산의 최대주주(12.42%)에 올라있다. 지배구조 역시 오너 일가 → 벽산엘티씨 → 벽산 → 벽산페인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KPX그룹, 일감몰아주기·편법 증여 의혹…조사4국 특별 세무조사 나서

국세청 조사4국이 특별 세무조사에 나선 기업은 벽산그룹뿐만 아니다. 국내 대표 화학소재 전문 기업인 KPX그룹도 계열사들간의 일감몰아주기 및 배당금을 이용한 사익편취, 편법 증여 의혹 등으로 조사4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11일자 <아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조사4국은 KPX그룹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무조사에서 KPX홀딩스와 진양산업 외 핵심 관계사 일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양규모 KPX홀딩스 의장 개인회사인 티지인베스트먼트는 계열사들이 배당금을 통해 오너일가에 현금 밀어주기를 일삼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티지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1년 설린된 이후 매년 계열사로부터 5~9억원을 오가는 배당금을 받아왔다.

설립 후 최근까지 매출액이 5억원을 넘은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할 경우, 사실상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티지인베스트먼트의 배당금수익은 7억8000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티지인베스트먼트의 2018~2019년 임직원은 1명이었는데, 양 의장의 막내딸인 양수연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같은 기간 티지인베스트먼트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급여는 13억1200만원으로, 모두 양씨가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티지인베스트먼트는 매년 총수일가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빌려주거나 빌려온 것으로도 나타났다. 양 의장은 지난 2018년 티지인베스트먼트에 60억원을 빌려주고, 2019년에는 32억원을 빌렸다. 2017년에는 양수연씨가 25억원을 빌려줬다가 당 해에 돌려받았다. 당시 이자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KPX그룹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 의장의 장자인 양준영 KPX홀딩스 회장의 개인회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서도 배당금을 통한 사익편취 논란이 제기돼 왔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배당금수익은 29억원으로, KPX홀딩스에서 15억원, 진양홀딩스에서 13억원대를 받았다. 지주사인 KPX홀딩스와 중간지주사 격인 진양홀딩스를 통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매년 챙기는 배당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 의장의 개인회사 티지인베스트먼트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였지만, 최근엔 도매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도매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40억원대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7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매출의 대부분이 그룹 내 플라스틱 발포 제조 업체 진양산업의 해외 종속회사인 비나폼(VINA FOAM)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총매출액 87억원 중 84억원이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이뤄졌으며, 이 중 82억원이 비나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사조산업 ‘편법 승계’ 의혹에 세무조사 착수

그동안 오너일가 장남에 대한 ‘편법 승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조그룹도 조사4국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조산업 본사에 요원들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예치했다.

국세청은 사조그룹이 승계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편법 승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부회장은 지난 2006년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초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사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39.7%)로, 그룹 내 지배력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주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지분 확보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사조시스템즈는 과거 매출 90% 이상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후 마찬가지로 내부거래로 규모를 키운 사조인터내셔날을 사조시스템즈에 합병시켰다.

구체적으로, 사조시스템즈로 주 부회장이 47% 지분을 보유했던 사조인터내셔날을 합병해, 지분율을 약 31%에서 4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사조시스템즈가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당시 지주사 격인 사조산업 지분 매입에 투입됐다. 그 결과 현재 오너 일가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기타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사실상 증여와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고도 그룹 경영권을 손에 넣은 것이다.

편법 논란은 이 뿐만 아니다. 주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말 사조산업 소유의 골프장 캐슬렉스서울과 자신의 개인회사 격인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했다.

캐슬렉스제주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6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는데 합병이 성사될 경우 캐슬렉스서울에 재무 부담이 모두 전가되는 반면, 주 부회장은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 정부가 주택공급난 해소 방안으로 수도권 골프장 부지에 신도시 건설을 제안했던 만큼, 캐슬렉스서울의 골프장 부지가 신도시 개발지로 지정될 경우 부동산 가치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사조산업이 의도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 재평가를 수십 년째 미루는 방식으로 주가를 낮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 주 회장의 지분 등 사조산업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사조산업 주가가 낮을수록 지분 확보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이 진행되는 기업 입장에선 자산가치 재평가는 다소 꺼려하는 입장”이라면서 “승계를 받는 입장에선 자산가치 재평가 이전에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게 다방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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