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위해 몸집 불리기 나선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發 소송 등으로 ‘골머리’

IPO 위해 몸집 불리기 나선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發 소송 등으로 ‘골머리’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11.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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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들의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장의 첫 주자는 원스토어로 SK텔레콤은 지난 9월 16일 KB증권을 상장주간사를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 11번가, ADT캡스, 웨이브 등 다른 자회사들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원스토어 다음 차기 상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연내 SK브로드밴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춘 바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면서 계획을 1년가량 순연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큰 이변이 없는 한 SK브로드밴드 상장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 SK브로드밴드는 IPO 몸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티브로드를 최종 합병한 데 이어 추가 케이블 TV 업체 인수를 노리고 있다. 현재 현대HCN본입찰에 참여했으며, 해당 인수자의 유력 우선협상자로 꼽히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몸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OTT 시장 경쟁 ▲티브로드 단가 인하 갑질 논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굵직한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무산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을 추진하던 많은 회사들이 크고 작은 이슈들로 인해서 상장을 포기하거나 무사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본지>는 ‘상장 준비’에 여념이 없는 SK브로드밴드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현재 SK브로드밴드에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를 두고 불거진 소송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넷플릭스와 협상을 중재해달라’는 내용의 재정을 신청하면서 본격화 됐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했고, 국제망(한국-일본)‧국내 통신망 용량을 늘렷지만, 이에 따른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일본을 통해 넷플릭스 트래픽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SK브로드밴드 IDC(D인터넷데이터센터)에 오픈커넥트(넷플릭스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양사의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중재에 나섰고, 이에 대한 판단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 4월 넷플릭스는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넷플릭스 측은 이번 소송의 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했다.
넷플릭스와의 갈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우려’도

넷플릭스가 김앤장을 선임한 이유는 과거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망이용료 소송에서도 페이스북의 승소를 이끌어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김앤장이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페이스북과 소송 때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기 전이었다. 따라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채무부존재 소송이 비슷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 SK브로드밴드 측은 “재판부에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는데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소송은 페이스북 소송과는 전혀 다른 케이스고, 넷플릭스 입법 예고 이전 사항이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와의 갈등으로 인해서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KT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면서, 자사의 IPTV서비스를 통해서 손쉽게 넷플릭스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의 제휴가 맺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송이 장기화되면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치열해지는 OTT 시장’…SK브로드밴드 경쟁력 있나?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가 망 사용료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서의 경쟁 때문이라고도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자사의 OTT인 옥수수와 지상파3사가 설립한 콘텐츠연합플랫폼 OTT 푹(POOQ)을 통합한 웨이브(WAVE)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앞으로 향후 한국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등 글로벌 OTT업체들의 대항마로서 웨이브를 내놓왔다. 웨이브는 출범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이용자가 늘면서 월간순이용자(MAU)가 400만명으로 돌파하면 OTT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300만 명대로 하락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MAU는 387만명을 기록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첫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콕족’들이 증가하면서, 올해 8월 기준 넷플릭스의 MAU는 786만명이 됐다. 이는 웨이브 MAU(388만명)의 2배를 넘긴 것이다. 단, 9개월 만에 무섭게 성장하면서 국내 OTT시장에서는 ‘넷플릭스 천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독주를 따라잡기 위해서 웨이브는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올해만 드라마 7편, 예능 4편, 콘서트 1편 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12편이나 맺었다. 또 넷플릭스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최신 콘텐츠 단품 구매 정책과 복수 계정 이용 문제 불가 등에 대한 대안으로 ‘오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션은 최대 4명까지 계정 공유가 가능하고 디즈니‧폭스 등 해외 6대 메이저 영화사의 신작 콘텐츠와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문제점을 보안하고,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지 않아 다른 IPTV 사업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 역시 잠재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토종 OTT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면서도 “다만, SK브로드밴드가 시도하고 있는 서비스는 결국 기존에 혁신에 가깝게 느껴졌던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션의 가장 큰 단점은 집에 IPTV로 BTV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경우에는 접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단독 OTT가 아니라, BTV를 사용해야지만 가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유저들이 오션도 같이 겸해서 쓸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왓챠나 TVING 등 OTT업체들에 비해서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결국, 오션은 현재 BTV에 가입돼 있는 기존 유저들을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나 KT의 유저들은 넷플릭스를 통해서 양질의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BTV유저들은 넷플릭스와 제휴되지 않아 콘텐츠의 양질의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몸집 키우기 위해서 인수한 티브로드…숨겨졌던 복병?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릿스와의 소송과 웨이브 약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몸집 불리기를 위해서 인수한 티브로드 ‘구조조정 문제’ 때문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9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지부장 권석천)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파업의 이유를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구조조정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지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한 뒤 비정규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석천 지부장은 “SK브로드밴드가 통신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을 유지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인사권을 빌미로 노동자를 구조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면서 “정부가 협력업체 종사자 고용안정과 가입자 빼내 오기를 금지한 합병 승인조건을 다시 점검해야만 대화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월 티브로드를 인수할 당시 티브로드 협력업체 종사자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티브로드 가입자를 SK브로드밴드가 빼내는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걸었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 협렵업체 4곳 가운데 1곳인 중부케이블이 지난 7월 전주기술센터 소속 노동자 8명은 천안·아산·세종기술센터로 전보했다. 출근시간만 편도 3시간30분으로, 교통비가 하루 최소 50만원이 들어가는 거리다. 지부는 이러한 전보가 합병 승인조건인 ‘협력업체 종사자 고용안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문제는 SK브로드밴드가 아니라 중부케이블과 노동자들의 갈등인 셈이다. 하지만 중부케이블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자, 원청인 SK브로드밴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또 SK브로드밴드가 갈등의 ‘중재자’로서 나서고 싶다고 해도, 협력사 문제인 만큼 이 역시도 월권이다.

더욱이 SK브로드밴드는 중부케이블과 노동자들의 갈등으로 인해서 케이블 고객서비스 부문에서도 차질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SK브로드밴드 측은 “이번 전보발령에 대해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인사조치가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협력사 노사 문제에 대해서 개입할 수도 권한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은 지난 2017년부터 거론돼 오고 있었던 작업인 만큼, 자회사들의 상장이 차질을 빚지 않고 진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차기 상장주자로 예상되는 SK브로드밴드를 둘러싼 이슈 중 몇몇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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