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스카이72 골프장 직원 1100여명 생계 갖고 치킨게임 벌이고 있는 내막[1부]

인천공항공사, 스카이72 골프장 직원 1100여명 생계 갖고 치킨게임 벌이고 있는 내막[1부]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3.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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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시위하는 스카이72 종사자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예정부지에 조성된 수도권 최대 골프장 ‘스카이72’를 둘러싸고 땅 소유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공사)와 사업자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스카이72) 간 갈등이 점입가경입니다.

골프장 부지를 임대해준 인천공항공사 측은 계약이 만료됐으니 하루 빨리 영업을 중단하고 나가라는 입장이고, 사업자인 스카이72 측은 클럽하우스 등 지상물과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보상비용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에 <더퍼블릭>이 상생관계였던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견원지간이 된 내막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주]

‘방 빼’라는 인천공항공사…‘그냥은 못 나가겠다’는 스카이72

인천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장은 하늘코스(18홀)와 바다코스(오션·레이크·클래식 54홀)를 합해 총 72홀을 자랑하며, 한 해 방문객만 40만여 만 명이 넘고, 캐디를 포함해 골프장 직원이 1100여명에 육박하는 수도권 최대 골프장이다.


스카이72는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부지 364만㎡(제5활주로 예정부지 269만㎡+신불지역 95만㎡)를 빌려 2005년부터 골프장 영업을 시작해왔다. 스카이72가 지난해까지 인천공항공사에 지급한 누적 임대료는 16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간 부지 임대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종료됐다. 따라서 스카이72의 골프장 영업은 중단돼야 했다.

그러나 스카이72 측은 골프장 부지 외에 클럽하우스와 잔디, 수목 등 시설 일체의 소유자이고, 지상물과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보상비용을 요구하며 골프장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스카이72 측이 버티며 영업을 계속하자,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월 4일 스카이72가 공사 소유의 골프장 부지를 무단‧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인천지방법원에 토지 반환 및 클럽하우스 등 지상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한쪽은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챙겼고, 다른 한쪽은 빌린 땅에 골프장을 지어 운영 수익을 거뒀던 상생관계가 어쩌다 법적분쟁까지 가는 ‘견원지간’이 된 것일까.

지난 2002년 7월 인천공항공사는 부지를 제공하고, 스카이72는 해당 부지에 골프장을 개발하는 ‘실시협약’을 맺었고, 2005년 8월 지금의 스카이72 골프장이 개장됐다. 부지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임대료를 내는 양측 간 협약기간은 2020년 12월 31일까지였다.

여기까지는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간 이견이 없다. 다만, 계약방식을 두고선 입장차가 갈린다.

 

 

인천공항공사 “BOT 방식의 실시협약”…스카이72 “단순 토지임대차 계약”

인천공항공사는 실시협약이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BOT는 민간업체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고, 이후 일정기간 운영하게 함으로써 그 비용 및 일정 이익을 보전하게 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건설 회사가 도로·교량 등을 자비로 건설‧개통한 뒤 통행료 징수로 건설 자금을 회수 후 그 도로·교량을 정부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BOT 방식의 실시협약에 따라 지난해 말 협약기간 종료와 함께 지난 1월 1일부로 골프장 시설 일체의 소유권은 인천공항공사로 이전됐어야 했다는 게 공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스카이72 측은 BOT 방식의 계약이 아니라 단순 토지 임대 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 토지임대차 계약인 만큼 민법상 임차인인 스카이72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했어야 했다는 것.

실시협약을 체결할 당시 토지 임대기간 산정은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착공 시기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올해 착공 예정이었던 제5활주로 건설 계획이 5년가량 미뤄졌다.

따라서 스카이72 측은 임대기간 산정 기준인 제5활주로 착공 시기가 지연된 만큼 임대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 측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지난해 9월 1일 스카이72를 대체할 새로운 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으며, 입찰결과 ‘KMH신라레저(신라레저)’가 새 골프장 사업자로 낙찰됐다.

협약기간도 만료됐고, 인천공항공사가 공개입찰을 통해 골프장을 운영할 새 사업자를 선정했음에도 스카이72는 물러서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주지 않은 만큼 클럽하우스와 잔디, 수목 등 600억원의 지상물(지상물매수청구권)과 토지 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 900억원(유익비상환청구권) 등 총 1500억원 상당을 요구하며 버티는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초 2002년 체결한 실시협약에 스카이72가 주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보장과 지상물매수청구권 및 유익상환청구권 같은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다.

스카이72 측은 법적분쟁에 돌입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골프장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스카이72 “지상물매수청구권 등 보장해야”…공사 “앞선 소송에선 무상인계 주장하더니”

이처럼 스카이72가 버티면서 새 사업자로 선정된 KMH신라레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는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로부터 토지 반환 및 클럽하우스 등 지상물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아야 신라레저가 영업을 개시할 수 있는데, 스카이72가 지상물매수청구권 및 유익비상환청구권 권리행사를 주장하며 버티다보니 속만 끓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4월 1일까지 골프장 영업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19일에는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에 스카이72 골프장의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인천시는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간 토지임대차 계약이 끝나긴 했어도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건물 명의가 스카이72 소유로 되어 있고, 임대차계약 종료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상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유권해석을 질의한 상황이라 문체부의 판단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가 스카이72에 대한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인천공항공사는 스카이72 골프장에 단전, 단수 등의 강력 조치를 예고했다.

4월 1일부터 전기와 수도 공급을 차단해 스카이72 골프장 영업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도다.

인천공항공사가 단전‧단수 등의 강력 조치를 예고하자, 스카이72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단수‧단전 등의 물리적 압력으로 영업을 강제 중단시키려는 인천공항공사의 행태가 과연 공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인지 심히 의문스럽다”고 반발했다.

스카이72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전‧단수 조치는 불법 아닌가. 인천공항공사도 단전‧단수 조치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유치권을 행사하는 영업장에 (단전‧단수 조치를 하는 건)법적 판결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럴 권한이 없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가 단전‧단수 조치를 강행한다면 대책은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단전‧단수 조치를 현실적으로)막을 방법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골프장을 이용하는)고객들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2년 체결한 실시협약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지상물매수청구권 및 유익상환청구권 같은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천공항공사의 주장에는 “실시협약이라는 것이 당사자 간 계약인데, 계약이 법체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즉,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맺은 계약은 임대차계약이기 때문에 민법을 뛰어넘을 수 없고, 민법에 따라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지상물매수청구권 및 유익비상환청구권 같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스카이72의 이 같은 입장에 인천공항공사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2008년~2009년 그리고 2014년~2016년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간 비용‧부지반환 소송이 진행됐는데, 소송 과정에서 ‘2020년 12월 31일 골프장을 인천공항공사에게 무상으로 인계해야 한다’는 스카이72 측의 주장이 담긴 소장 일부분을 지난 19일 공개한 것이다.

이는 앞선 소송에서는 무상인계를 주요 논지로 사용했으면서, 이제 와서 지상물매수청구권 같은 권리를 주장하는 것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2008년-2009년 비용반환 소송(스카이72→공사)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 강제성 여부…인천공항공사 “이미 고용 승계하겠다고 공표”

골프장 부지는 물론이고 골프장 내 시설물 일체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이전하라는 인천공항공사와 시설물에 대한 정당한 값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스카이72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캐디를 비롯한 골프장 직원 1100여명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골프장 직원들은 지난 25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공항공사는 시설물 관련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골프장 영업을 중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소동 기간 동안 골프장 노동자들의 고용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고 무책임한 영업 중단 입장을 철회하라”며 골프장 영업 유지 및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이에 새 사업자로 낙찰된 KMH신라레저 측은 더 좋은 조건으로의 안정적 고용 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도 골프장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규 사업자(신라레저)에게 고용승계 확약서를 받은 상태”라며 “스카이72가 정상적으로 계약을 종료하고 후속사업자가 그 계약을 넘겨받으면 자연스럽게 근로자들의 고용도 승계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9월 골프장 신규 사업자 공개입찰을 진행할 당시 참가자들에게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를 제출토록 했다.

다만, 이 확약서엔 강제성이 없다고 한다. 신규 사업자가 고용안정을 이행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이미 언론 등에 골프장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공표를 했기 때문에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스카이72가 후속사업자에게 인계만 한다면 현재 근로자들이 안고 있는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스카이72가 진정으로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우려한다면 이런 상황을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위하는 스카이72 종사자들

 

감사원, 인천시청 및 인천공항공사 현장 조사 진행

방 빼라는 인천공항공사와 버티는 스카이72 간 첨예한 갈등에 감사원까지 등판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의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를 요청했음에도 인천시가 문체부 유권해석이 나온 뒤 결정하겠다고 하자, 신라레저가 감사원에 기업불편신고를 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8일 체육시설업 등록을 맡고 있는 인천시 체육진흥과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카이72 관련 자료를 가져갔다고 한다.

아울러 감사원은 지난 8일부터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 새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밀어줬다는 논란이 제기됐다며 지난해 말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공익감사는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위법하거나 부당해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상시 구성원 수 300인 이상인 공익 추구의 시민단체 등이 감사를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인천공항공사 VS 스카이72’ 견원지간…국감서 제기된 ‘불공정 입찰’ 의혹[2부]에서 계속...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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