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감산회의, 美에 달렸다

OPEC+ 원유 감산회의, 美에 달렸다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4.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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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수영 기자] 국제유가가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주요 산유국들은 원유가격 안정화를 위해 감산안을 논의 중이지만 미국의 동참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곤두박질치던 유가에 제동을 건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1천만 배럴 이상을 감산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언급 이후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10개 산유국 연대)는 오는 9일 모든 산유국을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감산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는 유가폭락의 원인이 된 지난달 감산 합의 실패의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OPEC 감산합의가 결렬되며 사우디는 이달 1일부터 2월 산유량(일일 970만 배럴)보다 27% 늘어난 1천230만 배럴을 생산했고, 덕분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까지 폭락했다.

OPEC+에 참여하지 않는 노르웨이, 캐나다 등은 최근 감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며 9일 회의에서 감산협의가 타결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주요 산유국들은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동참 없이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감산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미국은 왜 감산에 동참하지 않나

OPEC+가 최근 3년간 3~6개월 단위로 감산합의를 연장하며 국제유가를 배럴당 60달러 내외로 유지해온 덕분에 OPEC+에 속하지 않은 미국은 감산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셰일오일을 증산하며 가격 이득을 취했다.

셰일오일은 통상 수직시추를 통해 채굴하는 방식과 달리 수평시추공법으로 채굴하는 관계로 전통적 방식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셰일오일 개발에 힘입어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러시아가 지난달 감산 연장에 반대한 이유도 이같은 미국의 태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할 때 최대 산유국은 증산하며 가격에서 혼자 이득을 보는데 감산을 왜 하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를 통해 유가를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수준으로 조절하려 했는데, 이는 중동의 안보문제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끊임없이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들이 다수로, 수니파 위주로 구성된 사우디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사우디는 경제적으로 이란을 앞서지만 군사적으로는 열세인 탓에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OPEC+ 가입국도 아니면서 유가조정 관련 회의가 열리 때면 고위급 인사를 보내 요구사항을 전달하곤 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석유소비가 감소하자 주요 산유국들은 현재 발효중인 감산합의를 연장해 유가를 일정부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천만 배럴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일일 생산량에 버금가는 규모로,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美셰일업체 손해 메꾸기 급급한데…트럼프 “난 OPEC 신경 안 써”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약 1천3백만 배럴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로 미국 에너지 업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수입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는데,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상반된 해석이 존재한다.

CNBC에 따르면 미국석유협회는 업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감산에 반대하지만, 텍사스주 석유생산을 관리하는 텍사스철도위원회는 감산 동참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 석유업계의 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 1일 셰일업체인 파이팅석유(Whiting Petroleum)은 파산을 신청했다. 셰일업체의 생산 원가는 약 40달러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20달러 수준으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나는 OPEC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실패할 경우 유가 안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급속도로 전파 중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자본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 및 무역감소 등 원유소비 감소는 원유업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산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이번 원유수요 감소가 코로나19로 산업계가 마비됨에 따른 것인 만큼, 유가 상승에 영향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라는 원인이 남아있는 한 산유국들의 생산 합의에 따른 유가 조정은 완충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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